문 대통령 "현행범 체포, 구속영장 청구 등 단호한 법집행"
추미애 "악의적 방역 방해, 무관용 원칙따라 엄중 대응"
사랑제일교회 관련 확진자 일탈 행위 잇따르자 강경 대응
◆…추미애 법무부 장관이 21일 오후 정부서울청사에서 진영 행정안전부 장관, 한상혁 방송통신위원장과 함께 코로나19 관련 대국민 담화를 발표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진자 중 도주하거나 방역당국 직원을 껴안는 등 방역 방해 활동이 잇따르자 정부가 칼을 빼 들었다. 정부는 악의적으로 방역 활동을 방해하는 사람에 대해서는 구속 수사를 원칙으로 하고, 법정 최고형을 구형하기로 했다.
특히 추미애 법무부 장관은 사랑제일교회에서 발생한 의료진 위협이나 검체 거부 등 조직적 방역 방해의 사례를 거론하며 법이 허용하는 모든 수단을 총동원해 엄정하게 조치하겠다고 경고했다.
추 장관과 진영 행정안전부 장관, 한상혁 방송통신위원장은 21일 오후 "코로나 방역활동을 고의적으로 방해하는 행위는 국가와 국민의 안전을 위협하는 중대 범죄로 간주해 무관용원칙에 따라 엄중 대응한다"는 내용의 대국민 담화를 발표했다.
추 장관은 "당국의 방역 활동을 방해하고 국가의 방역 체계를 무력화시키는 행위가 빈번하게 일어나고 있다"며 "국민의 생명권을 침해하고 국가 존립을 위태롭게 하는 매우 분노할 중대 범죄"라고 지적했다. 이어 "방역활동을 저해하는 일체의 행위에 대해 임의수사와 강제수사 등 법이 허용하는 모든 수단을 총동원해 엄정하게 조치하겠다"고 말했다.
방역활동을 저해하는 행위로 추 장관은 △감염병예방법 등 관련 법령에 따른 집합제한명령 위반 △허위 자료 제출 등 역학조사 거부 △방해, 회피 △방역 요원에게 침을 뱉거나 폭력 행사 △고의 도주 △조직적인 검사 거부와 선동 등을 언급했다.
진 장관도 "코로나19 확산의 원인이 될 수 있는 불법행위에 대해서는 단호하게 대응하고,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지키는 조치는 법과 원칙에 따라 신속하게 집행해달라"고 관련 부처에 당부했다. 한 위원장은 "코로나19와 관련한 가짜뉴스에 대한 추적 관리체계를 강화하고 신속하게 차단할 것"이라며 "가짜뉴스를 생산하고 유포·확산시키는 행위는 엄정하게 책임을 묻겠다"고 말했다.
문재인 대통령 또한 이날 오전 서울시 재난안전본부를 방문해 "역학조사나 방역조치를 방해할 경우 감염병관리법뿐만 아니라 공무집행방해 및 다른 형사범죄도 적용해 단호하게 법적 대응을 하라"면서 "필요할 경우 현행범 체포나 구속영장 청구 등 엄정한 법 집행을 보여달라"고 지시했다. 그러면서 문 대통령은 "신속한 역학조사와 방역조치를 방해하는 일이 아주 조직적으로 일부에서 행해지고 있다"면서 "공권력이 살아있다는 것을 국민들에게 꼭 보여주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사랑제일교회 관련 확진자 '도주·난동·무단이탈' 속출
◆…경기도의료원 파주병원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격리 치료 중이던 사랑제일교회 교인이 지난 18일 병원을 탈출했다가 약 25시간 만에 경찰에 의해 서울에서 검거됐다. (사진=연합뉴스)
이날 정부의 경고는 최근 며칠 새 코로나19 사태가 악화되고 있음에도 일부 확진자들이 방역당국의 활동을 방해하는 사례가 속출하자 내려진 결정으로 보인다.
전광훈 목사가 이끄는 서울 성북구 사랑제일교회 관련 확진자는 전날(20일) 낮 12시 기준으로 53명이 늘어 누적 676명이 됐고, 아직 역학조사가 진행 예정인 장소만 150여곳에 달해 확진자가 더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광복절인 지난 15일 열린 '광화문 집회'와 관련한 확진자도 8명이 늘어 누적 확진자는 18명이 됐다.
사랑제일교회를 중심으로 확진자가 계속 늘고 있음에도 일부 교회 관련 확진자들의 방역활동 방해 행위가 잇따르고 있다. 지난 17일 경기 포천시에 거주하는 사랑제일교회 교인 부부가 검사 진행을 위해 방문한 보건소 직원을 껴안는 등 난동을 피운 사건이 발생했다. 이들 부부는 보건소 직원이 검체를 채취하려 하자 "우리가 만난 사람도 많은데 왜 우리만 검사를 받아야 하냐"며 바닥에 침을 뱉고 "우리가 만졌으니 당신들도 검사를 받으라"면서 직원을 껴안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 부부는 이후 확진 판정을 받았지만 격리 수칙을 어기고 인근 병원으로 가는 등 소동을 피우다가 경찰에 의해 안산 생활치료센터로 이송됐다.
이어 18일 남양주시에서는 사랑제일교회 교인이 코로나19 확진 통보를 받은 뒤 "검사 결과를 못 믿겠다"며 3시간30여분 동안 연락을 끊고 서울 강남세브란스병원으로 이동하는 바람에 경찰이 추적에 나서기도 했다. 또 파주병원에서는 코로나19 치료를 받던 사랑제일교회 50대 교인이 병원을 탈출해 서울 종로와 신촌 등 도심을 활보한 것으로 드러나 충격을 줬다. 이 남성은 병원 탈출 약 25시간 만에 서울에서 검거됐다.
상황이 이렇게 되자 지방자치단체와 수사기관은 방역 방해를 한 이들에게 강력 대응한다는 방침을 세웠다. 이재명 경기도지사는 보건소 직원을 껴안고 침을 뱉은 포천시의 사랑제일교회 교인 부부를 형사 고발하기로 결정했다. 경기도는 이들 부부에 대해 공무집행방해를 적용하고 포천시와 협의해 형사 고발하는 한편 피해를 입은 보건소 직원이 확진될 경우 상해죄 적용도 검토할 예정이다.
방역당국, 사랑제일교회 반발로 '교인 확보' 실패
◆…21일 오전 서울 성북구 사랑제일교회 앞에서 8.15 참가국민 비상대책위원회와 사랑제일교회 변호인단 등은 문재인 정권 가짜 방역계엄령 규탄 기자회견을 열었다. 전날 방역당국은 교인 명단 확보를 위해 교회에 방문했지만 사랑제일교회 관계자들이 반발해 명단 확보에 실패했다. (사진=연합뉴스)
코로나19 재확산의 진원지로 지목된 사랑제일교회 또한 역학조사에 적극적인 모습을 보이지 않고 있어 비판의 목소리가 높다. 방역당국이 20일부터 다음날 새벽까지 신도와 방문자 명단을 확보하려 시도했지만 교회 관계자들의 반발로 실패했다. 사랑제일교회 측이 방역당국에 제출한 교인 명단이 900여명 정도밖에 되지 않자 방역당국이 전수조사를 위해 방문했지만 사랑제일교회 관계자들은 압수수색 영장을 요구하며 진입을 거부했다.
이에 대해 이 지사는 이날 페이스북을 통해 "감염병 대응은 전쟁에 준하는 긴박한 중대 사안이고, 누군가를 처벌하는 사법절차가 아니라 국민과 본인의 건강과 생명을 위한 방역행정"이라며 "방역당국은 압수수색영장 없이 감염병법에 따라 얼마든지 필요한 조사를 할 수 있다"고 밝혔다. 사랑제일교회 관계자들이 압수수색 영장을 이유로 역학조사를 거부한 행동을 비판한 것으로 풀이된다.
한편 검경 등 수사기관들도 방역 저해 사범에 대한 엄정하게 대응한다는 방침이다. 대검과 경찰청, 보건복지부 등은 지난 19일 코로나19 관련 유관기관 대책회의를 열고 역학조사 방해, 자가격리 위반, 집합금지 명령위반 등 방역활동을 방해할 경우 구속 수사에 준하는 대응을 할 것을 예고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