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애설계 관점에서 본 욜로족(YOLO)과 파이어족(FIRE)

저성장·고실업·불확실성 시대를 살아가고 있는 젊은이들의 삶의 풍속도가 바뀌어가고 있다. n포 세대부터 비계인(비정규직, 계약직, 인턴의 줄임말)까지 청년들의 애환을 담은 수많은 신조어들이 쏟아지고 있는데 그 중에 YOLO족과 FIRE족이 있다.

욜로(YOLO : You Only Live Once의 줄임말)는 '인생은 한 번 뿐이니 하고 싶은 것을 하고 즐기자'라는 뜻으로 '지금을 즐기자'라는 뜻의 '카르페 디엠(Carpe Diem)'과 비슷하다. 2011년 캐나다의 힙합 가수인 드레이크의 'The Motto'라는 곡의 가사에 “You only live once, that's the motto, ni-a yolo”라는 내용이 있는데 현재를 중시하는 2030세대의 가치관과 부합하여 전 세계의 젊은이들에게 퍼져 나갔다.
 
욜로(YOLO)족은 미래의 가치를 위해 현재를 희생하지 않고 향유하고 싶은 문화나 소비를 꼭 해야만 하는 소비층으로 결혼, 주택구입 등이 어려워져 현재의 나와 한번뿐인 내 인생의 즐거움을 위해 적극적으로 투자한다. 건강보다 맛있는 음식을 찾아다니고, 독신을 주장하는 사람들이 많으며, 평생 벌어도 주택을 구입하기 어려워 월세를 살면서도 외제 승용차를 타고 다니는 사람도 있으며, 휴가철에는 1년 동안 모은 돈으로 친구들과 해외여행을 다닌다.

한편 이와 대비되는 '파이어족(FIRE : Financial Independence Retire Early)'도 등장하였는데 소비를 극단적으로 줄이고 저축과 투자에 몰두하는 밀레니얼세대(1981~1996년생)로 '경제적 자립(Financial Independence)'과 '조기 은퇴(Retire Early)'가 삶의 목표다. 파이어족은 1990년대 미국에서 처음 등장하여 2008년 미국의 리먼 사태로 촉발된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미국을 중심으로 영국, 호주, 네덜란드 등 전 세계로 확산되었다.

이들은 주로 高학력·高소득자를 중심으로 확산되고 있으며 '짧게 벌고 적게 쓰기'를 철학으로 삼으며 늦어도 40대가 끝나기 이전에 조기 은퇴를 꿈꾼다. 극단적으로 소비를 줄이는 짠돌이 형으로 퇴근 후 친구와 만나 술 한잔하는 일이 없으며, 안 먹고 안 쓰고 안 입는 대신 주식, 부동산, 창업, 갭투자 등 다양한 방법으로 돈 벌기에 열중한다. 주말이나 휴가 등 남는 시간이 있으면 투잡(two job)이나 파트타임(part time job)을 적극적으로 실천하고 돈 때문에 직장에 얽매이는 삶을 사는 것을 거부한다.

인생을 살아가는 방식이 개인의 가치관과 국가의 정치·경제·사회·문화적인 상황에 따라 다를 수 있으므로 욜로족과 파이어족 중 어느 쪽이 올바르다고 할 수는 없지만 생애설계 측면에서 극단적으로 치우친 이 두 부류는 삶의 방식을 조금 변경해야 한다. 생애설계의 영역 중 재무, 사회적 관계, 여가/취미 등의 측면에서 비교하여 보면 다음과 같은 문제점이 있다.

첫째, 재무적인 측면에서 보면 욜로족은 미래의 노후를 위한 대비가 부족하다. 현재를 즐기면서 살다 보면 돈의 씀씀이가 커지고 노후를 위한 저축이 뒷전으로 밀려 퇴직 후 30년 이상 의 노년기가 암울하다. 미래가 불확실 하다고 해서 미래를 준비하지 않는 것은 더 위험한 일이다. 반면 파이어족은 조기 은퇴 후의 안정적인 삶을 준비하는 것은 고령사회를 살아가는 젊은 세대로서 바람직하지만 돈을 벌어들이는 행위 자체가 불법이거나 反사회적인 경우가 아닌지 스스로 경계해야 한다.         

둘째, 파이어족은 장년층이 되면 사회적 관계가 문제가 된다. 젊어서부터 소비를 극단적으로 줄이기 때문에 사교적인 모임이 없어 인간관계가 소홀해진다. 목표한 수준의 경제적인 부를 축적하고 조기 퇴직을 하게 되더라도 옆에 사람이 없어 인생 후반전이 외롭다. 사람의 관계는 계속하여 이어지지 않으면 단절되기 마련이며 장년이 되어서는 젊었을 때처럼 순수하고 진실한 새로운 사람을 만나기가 쉽지 않다. 옛말에 “열 길 물속은 알아도 한 길 사람 마음은 모른다.”고 하였다.

셋째, 생애설계에서 여가/취미 부분도 상당히 중요한 영역인데 파이어족은 조기 퇴직 후의 여가와 취미생활에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 여가나 취미활동은 학생에서 30대 중반까지 확대되고 나이가 들어감에 따라 폭과 깊이가 축소되는데 젊어서 여가나 취미활동을 전혀 하지 않는다면 근력과 민첩성이 점차 감소하여 조기 퇴직 후 50대에 새로운 취미생활을 시작하기가 쉽지 않다는 것이다. 오늘 1000미터 조깅도 힘들어 하는 사람이 내일 마라톤을 할 수는 없지 않은가?

욜로족(YOLO)과 파이어족(FIRE)은 삶의 방식은 서로 다르지만 삶의 목적은 행복으로 같을 것이라 생각한다. 생애설계 관점에서 보면 행복의 조건으로 건강, 재무, 가족 및 사회관계, 커리어, 여가 및 취미 등 여러 부문이 있으며 이들의 적정한 조합으로 이루어진다. 어느 하나라도 완전히 배제한 상태에서는 고령사회를 살아가는 노년기의 삶이 행복하지 않다. 그러므로 욜로족이든 파이어족이든 노년기의 행복을 위하여 극단적으로 치우치지 않는 현명한 삶을 살아가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