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수사심의위, 24일 오후2시 심의위 진행
한동훈 검사장·이동재 전 기자 '공모' 여부 다퉈질듯
수사팀 이 전 기자 구속 토대로 '수사 정당성' 주력 전망
◆…검찰 수사심의위원회가 24일 오후 2시부터 이른바 '검언유착' 의혹에 대한 수사 타당성과 기소 여부를 판단하는 회의를 진행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각계 외부 전문가들이 참여하는 검찰수사심의위원회가 전직 기자와 검사장이 연루된 이른바 '검언유착' 의혹의 수사 타당성과 기소 여부에 대해 심의한다.
검찰수사심의위원회는 24일 오후 2시부터 대검찰청에서 비공개로 회의를 진행하고 있다. 수사를 진행 중인 서울중앙지검 형사1부(정진웅 부장검사)를 비롯해 의혹의 핵심 당사자인 이동재 전 채널A 기자와 한동훈 검사장, 이철 전 밸류인베스트코리아(VIK) 대표가 모두 참석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날 심의위는 법조계·학계·시민단체 등 각 분야 전문가 150~250명으로 구성된 풀(POOL) 가운데 무작위로 선발된 15명이 위원으로 참여한다. 위원들은 검찰과 피의자 측이 제출한 의견서를 살펴본 뒤 수사 타당성과 기소 여부 등을 논의해 다수결로 의결한다.
회의에서는 이 전 기자가 이 전 대표에게 유시민 노무현재단 이사장의 비위를 캐내기 위해 협박성 취재를 했는지 여부(강요미수)와 한 검사장과의 공모 관계 등을 두고 치열한 공방이 펼쳐질 것으로 보인다.
수사팀은 지난 17일 이 전 기자에게 구속영장이 발부된 만큼 '수사의 정당성'을 피력할 것으로 전망된다. 서울중앙지법 김동현 영장전담 부장판사는 "매우 중대한 사안"이라며 구속영장을 발부한 바 있다. 김 판사는 "실체적 진실 발견, 나아가 언론과 검찰의 신뢰 회복을 위해서라도 현 단계에서 피의자에 대한 구속 수사가 불가피하다"고 설명했다.
수사팀은 이 전 기자가 구속됨에 따라 '검언유착' 의혹 수사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지난 21일에는 두 차례의 검찰 소환 요구에 응하지 않았던 한 검사장을 불러 처음으로 조사했다. 수사팀은 이 전 기자 측이 공개한 녹취록을 토대로 한 검사장과 이 전 기자의 공모 관계를 조사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날 수사심의위에 한 검사장을 조사한 내용과 휴대전화 포렌식 분석 등 자료를 제출해 공모 의혹을 입증할 것으로 보인다.
또 검찰은 이 전 기자가 이 전 대표의 대리인 지모씨를 만난 자리에서 선처를 받을 수 있도록 도와주겠다며 한 검사장과 통화한 녹음 내용을 들려줬다는 것을 근거로 이 전 기자가 한 검사장과 범행을 공모했다고 의심한다. 이 전 기자는 지난 2~3월 이 전 대표에게 다섯 차례 편지를 보내 "대표님은 더 큰 타격을 입을 것"이라는 등의 내용이 담긴 편지를 보낸 것으로 알려졌다. 또 정관계 인사와 관련된 의혹을 제보하면 검찰 고위층에게 이 전 대표의 진정성을 직접 자세히 설명해주겠다고 말한 것으로 파악됐다. 이에 대해 이 전 대표는 검찰 조사에서 공포심을 느꼈다는 취지로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다.
◆…대검찰청에서 24일 열리는 검찰 수사심의위원회에서는 이동재 전 채널A 기자와 한동훈 검사장의 공모 관계 여부가 쟁점으로 다퉈질 것으로 전망된다. (사진=연합뉴스)
이 전 기자 측이 21일 공개한 녹취록과 더불어 그동안 언론을 통해 공개되지 않은 증거를 내놓을지도 관심이 쏠린다. 이 전 기자 측은 공모 정황이라고 보도한 MBC 기사에 반발하며 녹취록을 공개했지만 논란이 일기도 했다.
녹취록에 따르면 이 전 기자가 "아파트 찾아다니고 그러는데"라고 하자 한 검사장이 "그건 해볼 만하지. 어차피 유시민도 자기가 불었잖아. 나올 것 같으니까. 먼저 자기가 불기 시작하잖아"라고 했다. 또 "사실 교도소에 편지도 썼거든요"라는 이 전 기자의 말에 한 검사장은 "그런 거 하다가 한 건 걸리면 되지"라고 답변했다. 이를 두고 검찰은 공모의 정황이라고 판단한 반면 이 전 기자와 한 검사장 측은 '덕담'에 불과하다고 반박하고 있다.
'협박성 취재'를 당했다고 주장하는 이 전 대표 측은 '공포심'을 집중 부각할 전망이다. 심의위에서 이 전 대표 측은 사회 통념상 용인할 수 있는 수준을 넘어선 '해악의 고지'가 있었다는 점을 강조할 것으로 보인다.
◆…양창수 검찰수사심의위원회 위원장이 24일 오후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에서 열린 '검언유착' 의혹 사건 수사심의위원회 주재를 위해 차를 타고 청사로 들어가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반면 이 전 기자와 한 검사장 측은 공모 관계를 전면 부인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 전 기자 측은 녹취록과 관련해 "취재를 하겠다는 기자에게 추임새처럼 '잘해보라'는 덕담"이라며 "협박을 통해서라도 특정 정치인에 대한 제보를 강요하라고 한 것으로 해석할 수 없음이 명백하다"고 주장한다.
한 검사장도 의혹과 관련한 수사 과정 자체가 '공작'이라며 의혹을 모두 부인하는 상태다. 한 검사장은 검사와 기자가 여권 인사의 비리를 캐내기 위해 공모한 것이 아니라, 여권과 특정 언론이 과거 수사에 보복하기 위해 만든 '총선용 공작'이라고 강조하고 있다.
이날 심의위 의결 결과는 이르면 이날 오후 늦게 나올 것으로 전망된다. 심의위 의결은 강제력이 없어 수사팀이 이를 반드시 따라야 하는 것은 아니지만, 앞서 의결한 8건 모두 검찰은 심의위 의견을 존중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