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경심 동양대 교수의 동료인 장경욱 교수가 23일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재판에 나와 학교 서식 특성상 표창장을 위조하는 것은 불가능하다는 취지로 진술했다. (사진=연합뉴스)
정경심 동양대 교수가 대학교 업무용 PC로 딸의 표창장을 위조하는 것은 동양대의 구조적 특성상 불가능하다는 취지의 증언이 나왔다. 정 교수가 아들 상장의 직인을 오려 딸 조모씨의 표창장에 갖다 붙였다는 검찰의 주장을 정면으로 반박한 셈이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 25-2부(부장판사 임정엽·권성수·김선희)는 23일 정 교수의 동료인 장경욱 동양대 교수를 불러 증인신문을 진행했다. 장 교수는 정 교수 딸에게 표창장이 발급된 2012년 당시 교양학부장을 지냈다.
앞서 장 교수는 지난해 9월 tbs 라디오 '김어준의 뉴스공장'에 나와 실명을 밝히고 표창장이 위조됐다는 주장은 사실이 아니라고 밝힌 바 있다. 당시 장 교수는 "정 교수 딸이 봉사활동을 한 곳은 영어영재교육센터가 아니라 교양학부에서 진행했던 인문학 영재교육프로그램"이라며 "조 장관의 딸은 실제 이 프로그램에서 지역 중·고등학생들에게 영어를 가르쳤고 총장 표창도 받았다"고 했다.
장경욱 교수 "표창장 파일 넣으면 서식 깨져 위조 불가능"
장 교수는 이날 재판에서도 "표창장 위조 의혹은 학교 사정과 맞지 않는다"고 증언했다. 장 교수는 "서식마다 차이가 있는데 (동양대 서식은) 정 교수 딸인 조씨의 표창장 파일을 넣으면 페이지가 깨지거나 나가버려서 위조하지 못한다"고 진술했다. 또 "상장 서식 파일은 직원들만 가지고 있었고, 교수들이 개인 PC에 보관하는 경우는 없었다"고 했다. 검찰의 공소장대로 위조하는 것은 불가능하다는 취지다.
장 교수는 "어학원 사무실에는 컬러프린터가 없지 않나. 실제 표창장을 제작하더라도 선명도 등에서 차이가 있지 않냐"는 정 교수 측 변호인의 질문에 "그것도 그렇다"고 대답했다. 검찰은 정 교수가 상장서식 한글 파일 하단에 직인 캡처 이미지를 붙여넣고 컬러 프린터로 파일을 출력했다고 의심하고 있는데, 컬러 프린터가 없었고 설령 있었더라도 해상도 등에서 차이가 생길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이어 장 교수는 "일년을 준비한 것"이라며 미리 준비한 총학생회장 상장을 꺼내 보였다. 장 교수는 "지난해 총학생회 상장 두 개인데, 일련번호가 다르다"며 "같은 총무복지팀에서 업무를 담당했지만 직원에 따라 서로 다른 일련번호가 매겨졌다"고 주장했다. 두 학생의 표창장 일련번호가 다르지만 직인은 똑같기 때문에 위조했다는 것으로 볼 수 없다는 견해다.
"동료 교수로부터 '딸이 와서 이것저것 고생했다' 들어"
◆…자녀 입시비리·사모펀드 관련 혐의를 받는 정경심 동양대 교수가 23일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1심 속행 공판에 출석하기 위해 법정으로 향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정 교수 딸 조씨가 실제로 동양대에서 봉사활동을 하지 않았다는 의혹에 대해 장 교수는 동료인 강모 교수로부터 조씨가 2012년 여름 동양대에서 봉사활동을 했다는 이야기를 들었다고 증언했다. 장 교수는 검찰 주신문 과정에서 "강 교수가 '정 교수가 딸이 여름에 이것저것 고생을 많이 했다고 말했다'고 들은 내용을 전해 들었다"고 말했다.
이에 검찰이 "강 교수로부터 봉사활동 이야기를 들었다고 했는데, 그러면 검찰에서는 왜 이러한 부분을 말하지 않았느냐"고 추궁하자 장 교수는 "직접 목격한 사실이 있다는 게 아니라 봤다는 이야기를 들은 것은 사실이다. 목격한 것을 사실이라고 확정할 수 없으니 진술하지 않은 것"이라고 답했다. 다만 장 교수는 실제 조씨에게 표창장을 추천한 인물은 누구인지 모른다고 말했다.
그러자 검찰은 "(정 교수 딸의) 첨삭이나 지도를 목격한 적이 없다"고 말한 강 교수의 진술조서를 제시했다. 검찰이 "강 교수에게 조씨의 봉사활동을 봤다는 말을 들었다고 했는데 진술이 전혀 다르다"고 지적하자 "강 교수도 조씨가 와서 있는 것을 여러 번 봤고, 정 교수로부터 딸이 고생했다는 이야기를 들어서 그렇게 진술한 것"이라고 말했다.
장 교수는 표창장 결재 절차와 관련해서도 "보통 부총장이 결재했고, 심지어 규정에 없는 전결도 했다"고 진술했다. 부총장이 대부분 결재했기 때문에 표창장을 결재한 기억이 없다는 최성해 전 동양대 총장의 진술은 맞지 않는다는 취지로 해석된다.
검찰, 강사휴게실 PC 포렌식 공개…정경심 측 '위법수집증거'
◆…검찰은 23일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정경심 동양대 교수의 재판에서 정 교수 딸의 표창장에 찍힌 직인 모양이 원본인 정사각형 모양의 직인에서 직사각형으로 변형됐다고 주장했다. (사진=연합뉴스)
한편 이날 검찰은 표창장 위조 당일 동양대 강사휴게실에 있던 정 교수 소유의 PC 두 대에 대한 디지털 포렌식 결과를 공개했다. 정 교수 측은 재판 직전 추가 증거가 제출돼 피고인의 방어권이 침해됐다고 반발했다.
검찰은 2013년 6월16일 정 교수가 서울 방배동 자택에서 강사휴게실 PC로 표창장을 위조했다고 보고 있다. 이날 이와 관련한 PC의 사용 기록을 시간 순서대로 공개했다. 검찰이 공개한 기록에 따르면 정 교수 아들의 상장 이미지가 MS 워드 파일에 삽입돼 '총장님 직인'이라는 파일명으로 저장됐다. 정 교수의 공소장에는 아들 상장에서 직인 이미지를 챕처해 이를 한글 파일 하단에 붙여 넣었다고 적혀 있다.
검찰은 아들 상장의 직인과 딸 표창장 직인의 픽셀 크기가 동일하기 때문에 위조했다는 정황으로 봤다. 이 과정에서 직인 모양이 '정사각형'에서 '직사각형'으로 늘어났다는 것이다.
그러나 정 교수 측은 디지털 포렌식 보고서가 공판 3일 전에 제출된 자료라 피고인이 방어권을 행사하는 데 차질이 빚어졌다고 반발했다. 변호인은 다음달 20일 포렌식과 관련한 반대신문을 진행할 방침이다.
또 변호인은 검찰의 PC 포렌식은 위법한 수집증거에 해당한다고 주장했다. 정 교수 측 김칠준 변호사는 "정 교수 등 이해 관계자들에게 사전 동의를 받는 등 적법한 절차를 거치지 않고 포렌식을 해 얻은 증거는 위법한 수집 증거에 해당한다"고 지적했다. 김 변호사는 "검찰은 정 교수가 PC 두 대를 가지고 있었다고 주장하지만, 명백하게 이 사건 당시 동양대에 있었더 것은 분명하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