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언유착 의혹' 이동재 전 채널A 기자 측, 녹취록 공개
'그런 것은 해볼 만하다' 한동훈 검사장 발언, 해석 분분
이 전 기자 측 "취재 격려 차원 '덕담'에 불과"
◆…강요미수 혐의로 구속된 이동재 전 채널A 기자와 공모했다는 의혹을 받는 한동훈 검사장의 녹취록이 21일 공개된 가운데 공모로 볼 것인지를 두고 해석이 분분하다. (사진=연합뉴스)
이른바 '검언유착 의혹'으로 구속된 이동재 전 채널A 기자 측이 공개한 녹취록에 나온 대화 내용이 한동훈 검사장의 '강요미수' 공모 여부를 입증할 수 있을지 관심이 쏠린다. 한 검사장 측은 이 전 기자와 함께 유시민 노무현재단 이사장의 비위를 캐려 했다는 '검언유착' 의혹은 허구라면서 공모 의혹을 전면 부인하고 있다.
이 전 기자 변호인은 21일 오전 MBC가 전날(20일) 보도한 <이 前 기자 설명 듣더니…"그런 건 해볼 만하다"> 기사에 대한 반박 자료 및 녹취록 전문을 공개했다. 이 전 기자 측은 "관련 보도는 왜곡·편향됐으며 녹취록 부분 공개가 오해를 일으킬 소지가 있는 점을 감안해 전체 녹취록을 편집 없이 공개한다"고 밝혔다.
MBC 뉴스데스크는 "'피해자 이철 씨 측을 압박해 유시민의 범죄 정보를 얻으려 한다'는 등 취재의 목적과 방법을 말하는 이 전 기자에게, 한 검사장은 '그런 것은 해볼 만하다'는 말을 한 걸로 검찰 수사팀이 파악했다"는 내용을 보도했다. 또 MBC는 이 전 기자가 후배 기자에게 전화해 "취재가 어렵다고 하자 한 검사장이 '내가 수사팀에 말해줄 수 있다. 나를 팔아라'고 했다"고 한 부분도 공모를 의심케 하는 유력한 정황으로 검찰이 보고 있다고 했다.
이러한 보도는 지난 2월 13일 부산고검에서 이 전 기자와 한 검사장과 나눈 대화내용의 일부로, 이날 이 전 기자 측은 MBC 보도를 반박하며 당시 녹취록 전문을 언론에 배포했다. KBS의 오보에 이어 MBC가 유사한 내용으로 보도하자 적극적으로 방어하려는 전략으로 해석된다.
변호인은 녹취록 배포와 함께 구속영장 일부도 함께 공개하며 피의사실 유출 의혹을 제기했다. 구속영장에는 ▲유시민 등에 대한 범죄정보를 얻고자 한다는 사실 ▲이 전 기자가 '일가족을 설득해 유시민 등 정치인들에게 뿌린 돈과 장부를 받으려 한다'는 글을 채널A 법조팀 대화방에 공유한 부분 ▲대검 대변인을 찾아가 유시민 수사하고 처벌받게 하는 게 취재의 목표라고 말하며 취재방향에 조언을 구한 부분 등이 포함돼 있다.
한동훈 "한 건 걸리면 되지"…공모일까, 덕담일까
그러나 이 전 기자와 한 검사장의 대화 내용 중 "그런 것은 해볼 만하지"라고 말한 한 검사장의 발언을 놓고 해석이 분분하다.
이동재 전 기자 : 이철 아파트 찾아다니고 그러는데.
한동훈 검사장 : 그건 해볼 만하지. 어차피 유시민도 자기가 불었잖아. 나올 것 같으니까. 먼저 자기가 불기 시작하잖아.
이동재 전 기자 : 이철, Q○○, R○○. 제가 사실 교도소에 편지도 썼거든요. 당신 어차피 쟤네들이 너 다 버릴 것이고.
한동훈 검사장 : 그런 거 하다가 한 건 걸리면 되지.
논란이 되는 녹취록 일부분으로 검찰은 한 검사장의 발언을 '공모'의 정황이라고 판단한 반면 이 전 기자와 한 검사장 측은 '덕담'이라고 반박하고 있다.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은 이에 대해 이 전 기자와 한 검사장 사이의 대화내용을 보니 공모한 것 같다는 의심이 더 든다는 취지의 입장을 내놨다. 조 전 장관은 이날 자신의 페이스북에 '이동재 기자의 변호인이 공개한 대화녹취록 일부'라고 글을 올리고 "그건 해 볼 만 하지", "그런 거 하다가 한 건 걸리면 되지"라고 말한 한 검사장의 발언을 굵은 글씨로 처리했다.
조 전 장관은 열린민주당 황희석 최고위원이 페이스북에 "지난 4월 초에는 이랬었다"고 적은 글을 공유하기도 했다. 황 위원은 MBC가 지난 4월 보도를 통해 한 검사장이 "신라젠 사건과 관련해 대화나 발언, 통화 자체를 한 적이 없다", "당연히 녹취록과 같은 대화도 존재할 수 없다"고 말한 내용을 공개했다.
이 전 기자 측 "덕담에 불과…제보 강요 해석 안돼"
◆…이른바 '검언유착' 의혹을 받는 이동재 전 채널A 기자 측이 MBC 보도에 반박하며 21일 한동훈 검사장과 나눈 대화 녹취록 전문을 공개했다. (사진=연합뉴스)
이 전 기자 측은 한 검사장의 발언을 공모했다는 근거로 볼 수 없다며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이 전 기자 변호인은 "취재를 하겠다는 기자에게 추임새처럼 '잘해보라'는 덕담"이라며 "협박을 통해서라도 특정 정치인에 대한 제보를 강요하라고 한 것으로 해석할 수 없음이 명백하다"고 주장했다. 이 전 기자의 말에 단순히 취재를 잘해보라는 취지로 '덕담'을 건넨 것에 지나지 않는다는 것이다.
또 이 전 기자 변호인은 주요 피의사실과 관련한 증거가 유출됐을 우려도 표명했다. 변호인은 "MBC 보도는 구속영장 범죄사실의 구도 및 표현을 토대로 한 것처럼 보이는데, 주요 피의사실 부분과 관련해 증거가 유출된 것이 아닌지 우려된다"며 "녹취록 공개 뒤 MBC 측은 상응하는 조치를 해주길 바란다"고 요구했다.
이 전 기자 측은 "20여 분의 대화 중 신라젠 관련 대화는 20%에 불과하다"며 "녹취록 전체 취지를 보면 '이 전 대표를 협박 또는 압박해 유 이사장의 범죄 정보를 얻으려 한다'는 불법적 내용을 상의하고 공모하는 것이 아니"라고 말했다.
한 검사장 측도 관련 의혹을 전면 부인하고 있다. 한 검사장 측은 '검언유착 의혹'이 처음 제기됐던 지난 6월 "어떤 검사도 기자에게 '수감자에게 나를 팔아라'고 하면서 제보를 압박하지 않는다"며 "현 정부 인사에 대한 타청의 비리 수사를 서울 요직으로 다시 재기하기 위한 '동아줄'로 생각했다는 것은 상식에 반한다"고 주장했다.
"한동훈 '적극 가담' 여부 파악되면 공모 인정 가능성"
◆…이른바 '검언유착 의혹'의 핵심 증거로 꼽히는 이동재 전 채널A 기자와 한동훈 검사장의 대화 녹취록 전문이 공개된 21일 서초구 서울중앙지검 앞의 모습. (사진=연합뉴스)
법조계 일각에서는 한 검사장의 '그건 해 볼 만 하지'라고 말한 내용이 '적극 가담'으로 인정될 경우 이 전 기자와의 공모 관계를 입증할 단서가 될 가능성이 있다고 본다.
부장검사 출신 A 변호사는 "아직 한 검사장에 대한 수사가 진행이 안 된 상태라 여러 차례 조사를 한 뒤 수사팀에서 공소사실에 공모 여부를 적시할 것인지 판단할 것으로 보인다"며 "범죄 사실(강요·협박)을 알면서도 이에 적극적으로 가담했다면 공모가 인정될 소지가 크다"고 설명했다.
A 변호사는 "단순히 한두 마디 상담을 해 준 정도라면 공모가 인정되지 않을 가능성이 크고, (한 검사장이) 적극적인 도움말을 건넸거나 코치를 했다면 방조 내지 공모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다만 A 변호사는 "강요미수가 실무적으로 거론된 사례는 거의 없었는데, 이번 사안 자체가 검찰권을 이용해 피해자를 위협한 것이라서 심각한 것으로 보고 영장을 발부한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한편 의혹을 수사 중인 서울중앙지검 형사1부(정진웅 부장검사)는 지난 20일 강요미수 혐의를 받는 이 전 기자가 구속된 이후 처음 소환해 피의자로 조사했다. 검찰은 향후 한 검사장의 연루 정황을 파악하는 데 집중할 것으로 보인다.
수사팀은 이 전 기자의 영장에 이철 전 밸류인베스트코리아 대표를 협박한 혐의에 한 검사장이 공모했다는 부분은 적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공모 여부를 밝히기 위해 수사팀은 지난주 일정을 조율하다 소환하지 못한 한 검사장을 조만간 불러 조사를 이어갈 방침이다.
수사팀은 이날 해당 의혹을 최초 보도한 MBC 장인수 기자도 피고발인 신분으로 불러 조사했다. 앞서 보수성향의 시민단체 자유민주국민연합은 검언유착 의혹 보도가 허위라며 MBC 기자 등 관계자를 명예훼손·업무방해 혐의로 고발한 바 있다.
검언유착 의혹에 대한 수사심의위는 오는 24일 예정대로 진행될 예정이다. 이 전 기자와 한 검사장, 참고인 신분인 이 전 대표 등 이 사건의 당사자 모두 수사심의위 소집을 요청한 바 있다. 의혹을 고발한 민주언론시민연합도 수사심의위 요청에 합류했다. 그러나 서울중앙지검 부의심의위원회는 지난 13일 이 전 기자 측과 민언련의 수사심의위 소집 신청을 부결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