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 "정경심, 조범동과 사모펀드 관련 공범 아냐"
'거짓 변경보고·허위 컨설팅계약' 공모 관계 인정 안해
공모 3개 혐의 중 1개만 인정, 정경심 재판 긍정적 요소
◆…사모펀드 의혹의 핵심인물로 꼽힌 조국 전 법무부 장관 5촌 조카 조범동씨의 1심 재판부는 정경심 동양대 교수의 공범 관계에 대해 대부분 인정하지 않았다. (사진=연합뉴스)
"정경심 교수와 피고인이 반복적으로 투자와 수익률이라는 단어를 사용하지만 (둘 사이에는) 수익과 무관하게 한정된 일정 금액 지급을 내용으로 하는 일종의 금전소비대차계약이 성립했다"
법원이 사모펀드와 관련해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의 5촌 조카 조범동씨와 정경심 동양대 교수 사이에 연결고리가 사실상 없었다고 결론 내렸다. 정 교수가 조씨와 '공생 관계'를 맺고 사모펀드에 깊숙이 관여했다고 고수해 온 검찰의 주장을 정면으로 배척한 셈이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4부(재판장 소병석 부장판사)는 30일 자본시장법 위반 등 혐의로 구속기소된 조씨에게 징역 4년에 벌금 5000만원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조씨에게 적용된 21개의 혐의 중 상당 부분을 유죄로 인정했다.
그러나 재판부는 조씨와 정 교수의 공모 관계는 대부분 성립하지 않는다고 봤다. 그러면서도 재판부는 "피고인의 범죄사실 확정을 위해 공범 여부를 일부 판단하지만, 이는 기판력이 없고 잠정적인 판단일 수밖에 없다"고 단서를 달았다.
공소장에 기재된 조씨와 정 교수의 공모 범행은 △허위 컨설팅 계약 관련 코링크 자금 횡령(업무상 횡령) △'블루펀드' 출자 관련 금융위원회 허위 보고(거짓 변경보고) △사모펀드 의혹 시기 코링크 자료 삭제(증거인멸·은닉교사) 등 크게 세 가지다.
법원 "정경심 준 돈, 투자 아닌 대여"…공범 여부 '불인정'
재판부는 '허위 경영 컨설팅 계약'과 관련해 코링크PE 자금 1억5794만원을 횡령한 부분에 정 교수가 개입했다고 볼 수 없다고 판단했다. 검찰은 정 교수가 조씨와 코링크PE에 총 10억원을 투자한 뒤 용역료 명목으로 받아 챙겨 회삿돈을 빼돌렸다고 보고 정 교수에게 횡령 혐의를 적용했다.
구체적인 시기별로 정 교수는 ①2015년 12월 조씨에게 5억원을 투자해 수익금을 받기로 약정하면서 원금 반환 및 수익금 지급을 담보하기 위해 금전소비대차 계약의 외관을 만들었고, ②2017년 2월 동생 명의로 5억원을 추가로 투자하면서 허위 경영컨설팅 계약을 맺은 뒤 코링크PE로부터 용역료 명목으로 코링크PE가 인수한 코스닥 상장사 WFM의 자금 1억5700만원을 챙긴 혐의를 받는다.
이를 두고 검찰은 정 교수가 대여로 가장해 코링크PE에 10억원을 투자함으로써 회사의 실질적인 경영에 관여했다고 주장해왔다.
◆…조국 5촌 조카 조범동씨의 재판부는 정경심 동양대 교수와 조씨의 공모 관계와 관련해 증거인멸교사를 제외한 거짓 변경보고 및 허위컨설팅 계약 관련 횡령 혐의는 정 교수가 공범이 아니라고 판단했다. (사진=연합뉴스)
그러나 재판부는 정 교수가 조씨에게 건넨 10억원은 '투자'가 아닌 '대여'라고 봤다. 정 교수와 조씨는 자신들의 재판에서 줄곧 '대여'라고 강조했는데, 조씨의 재판부가 이러한 주장을 받아들인 것이다.
재판부는 먼저 '2015년 12월 전달된 5억원'과 관련해 정 교수가 조씨에게 빌려준 돈이라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정 교수는 이자 반환 이외에 투자 방식이나 투자처에 관심이 없었다"고 설명했다. 조씨가 코링크PE를 설립하는 과정에서 자본금을 정 교수의 돈으로 충당했지만, 이같은 사실만 가지고 정 교수가 펀드에 직접적으로 관여했다고 보기는 어렵다는 취지다.
정 교수가 동생 명의를 빌려 추가로 코링크PE에 건넨 '2017년 2월 5억원'에 대해서도 재판부는 법적 성질이 금전소비대차계약에 해당한다고 봤다.
이를 토대로 재판부는 2015년 12월 5억원 거래와 관련된 범행에 대해 조씨를 유죄 취지로 인정하면서도 정 교수가 적극적으로 가담했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2017년 2월의 거래에 대해서도 조씨의 횡령 혐의 자체가 성립하지 않는다고 보고 정 교수의 공범 성립 자체를 부인했다.
'블루펀드 출자액 거짓 변경보고' 조씨 무죄, 공모 관계도 부정
재판부는 '거짓 변경보고'와 관련해서는 조씨의 혐의를 무죄로 봤고, 이에 따라 정 교수의 공범 여부도 아예 판단하지 않았다. 조씨와 정 교수는 2017년 7월 조 전 장관 일가의 자금 14억여원을 코링크PE의 '블루펀드'에 출자하고도 금융위원회에는 총 출자액을 100억여원으로 부풀려 보고한 혐의를 받고 있다.
다만 재판부는 사모펀드 의혹이 불거지자 조씨가 직원들에게 코링크의 자료를 삭제하도록 지시한 '증거인멸·은닉교사' 혐의에 대해선 정 교수의 공모 관계를 인정했다. 재판부는 "정 교수가 조씨에게 전화해 '동생이 드러나면 큰일 난다'고 해 정 교수 동생 이름을 자료에서 삭제했다고 조씨가 진술한 점 등을 볼 때 조씨와 정 교수가 공모했다고 인정된다"고 말했다.
조씨의 재판부가 조씨와 정 교수의 혐의 3개 가운데 1개만 공모 관계로 인정한 만큼 향후 조 전 장관과 정 교수의 재판에 유리한 요소로 작용할 가능성이 클 것으로 보인다. 특히 재판부가 '사모펀드 의혹'과 관련한 혐의 전부에 대해 정 교수가 공범이 아니라고 판단함으로써 정 교수의 횡령·자본시장법 위반 등 혐의에 영향을 미칠 확률도 높아졌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