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국 자산관리인 김경록 PB 1심, 징역 8개월에 집유 2년
재판부 "은닉한 PC에서 정경심 주요 증거 발견, 죄책 가볍지 않다"
검찰, 징역 10개월 구형…김경록 결심서 "검찰·언론 개혁 중요 과제"
◆…정경심 동양대 교수의 컴퓨터 본체와 하드디스크를 은닉한 혐의로 기소된 자산관리인 김경록 프라이빗뱅커(PB)가 26일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선고 공판에서 징역 8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았다. (사진=연합뉴스)
정경심 동양대 교수의 부탁을 받고 연구실과 자택의 컴퓨터 하드디스크를 교체하고 본체를 숨긴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조국 전 법무부 장관 가족의 자산관리인이 1심에서 징역 8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았다.
서울중앙지법 형사16단독 이준민 판사는 26일 증거은닉 혐의로 기소된 한국투자증권 프라이빗뱅커(PB) 김경록씨에게 "김씨는 정 교수에 대한 압수수색이 개시될 사정을 알자 컴퓨터 하드디스크와 본체를 은닉하는 대담한 범행을 저질러 국가 형벌권을 방해했다"며 이같이 선고했다.
이 판사는 "김씨가 은닉한 컴퓨터 본체 및 하드디스크에서 정 교수의 형사사건과 관련한 주요 증거들이 발견된 점을 비춰 죄책이 가볍지 않다"며 "김씨는 증거 은닉 당시 수동적인 역할만 한 것이 아니라 적극적이고 능동적인 역할도 일부 했다"고 지적했다.
김씨는 재판 과정에서 정 교수의 업무용 컴퓨터 1대와 정 교수 자택의 개인용 컴퓨터 하드디스크 3개를 숨긴 사실을 모두 인정하면서도 '소극적 가담'에 불과했다고 주장한 바 있다.
그러나 재판부는 김씨의 범행에는 소극적으로 가담한 정황과 적극적으로 가담한 정황이 모두 발견된다며 양형에 중요한 요소로 반영하지 않았다.
이 판사는 김씨가 적극적으로 범행한 근거로 김씨가 지난해 8월 정 교수로부터 하드디스크를 건네받을 때 정 교수와 나눴던 대화를 들었다. 당시 김씨는 정 교수에게 "(하드디스크를) 없애버릴 수도 있다. 해드릴까요?"라고 물었지만 정 교수는 "상당히 중요한 자료가 많으니 잘 간직하라"고 답변한 바 있다.
이어 재판부는 김씨가 구속을 염려해 정 교수로부터 받은 하드디스크를 자신의 헬스장 개인 사물함에 보관했지만, 검찰이 김씨 휴대전화에서 PC사진을 발견해 추궁하자 그제야 하드디스크를 임의 제출한 점도 적극적인 가담에 속한다고 판단했다.
다만 이 판사는 김씨가 증거 은닉 당시 수동적인 역할을 담당한 부분은 양형에 참작할 사유라고 봤다. 이 판사는 "김씨는 2014년부터 정 교수의 자산 관리를 전담해 왔기 때문에 정 교수의 요청을 거부하기 쉽지 않은 지위에 있었다"며 "컴퓨터 본체와 하드디스크의 은닉 여부 및 범위에 대해 주도적으로 결정하기는 어려운 상황이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김씨가 정 교수의 하드디스크를 임의 제출했고 은닉한 컴퓨터 본체 또한 정 교수를 통해 임의 제출됐고, 컴퓨터 본체에 있는 하드디스크의 전자적 자료를 삭제한 정황이 발견되지 않았다"며 징역형의 집행유예를 선고했다. 또 김씨가 범행을 자백하고 법정에서 반성하는 모습을 보인 점, 수사에 협조하고 동종 범죄의 처벌 전력이 없는 점을 유리한 양형 요소로 참작했다.
◆…정경심 동양대 교수의 컴퓨터 본체와 하드디스크를 은닉한 혐의로 기소된 자산관리인 김경록 프라이빗뱅커(PB)의 재판부는 26일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선고 공판에서 김씨가 적극적인 역할과 소극적인 역할을 모두 했다고 판단했다. (사진=연합뉴스)
앞서 검찰은 지난달 22일 결심공판에서 "김씨의 행위는 정 교수와 조 전 장관의 의혹에 대한 관심이 고조되고 조속한 진실규명에 대한 목소리가 높아지는 상황에서 중요한 증거를 은닉한 것"이라며 김씨에게 징역 10개월을 구형했다.
김씨는 피고인신문 과정에서 "행동을 깊이 반성한다"면서도 소극적인 역할을 했을 뿐이라고 주장했다. 김씨는 "정 교수가 법을 어기거나 나쁜 짓을 한 것을 본 적이 없고 특히 조 전 장관이 민정수석이 된 이후로는 더욱 법과 규정을 지키기 위해 노력했다"며 "사모펀드 초기부터 많은 부분에 제가 관여해 나쁜 행동을 했다고 생각하지 못했다"고 항변했다.
또 자신의 혐의는 인정하면서도 조국 일가에 대한 검찰 수사 및 언론 보도에 대해 비판적인 의견을 내놨다. 김씨는 "살면서 언론 개혁과 검찰 개혁에 관심을 가질 것으로 생각하지 못했다"며 "그러나 이를 직접 경험한 이 순간 언론 개혁과 검찰 개혁은 우리 모두에게 중요한 과제라는 것을 절실히 느낀다"고 말했다.
김씨는 정 교수의 요청을 받고 정 교수 자택의 컴퓨터 하드디스크 3개와 동양대 연구실 컴퓨터 1대를 은닉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검찰은 지난해 8월 조 전 장관에 대한 의혹이 불거지자 정 교수와 조 전 장관이 검찰의 압수수색에 대비해 관련 증거를 은폐할 목적으로 김씨에게 컴퓨터 본체와 하드디스크를 은닉하라고 지시했고, 김씨가 이를 실행했다고 봤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