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남미 30여개국 누적 확진자 208만5010명
확진자 100만 명에서 2배로 늘어나는데 20일 걸려
브라질, 중남미 확진자의 절반 이상...세계 2위
페루·칠레 등 하루 수천 명 신규 확진자 발생
심각한 빈부격차 탓, 부정부패가 상황 악화시켜
확산세에 봉쇄조치 연장, 경제활동 재개 중단도
◆…야전병원에 누운 브라질 코로나19 환자들 [사진=연합뉴스]
중남미 코로나19 상황이 최악으로 치닫고 있다.
22일(현지시간) 국제 통계사이트 월드오미터에 따르면 현재까지 중남미 30여 개국의 코로나19 누적 확진자는 208만5010명, 사망자는 9만6693명이다. 확진자 수가 100만 명에서 200만 명까지 늘어나는데 20일밖에 걸리지 않았다.
마이클 라이언 세계보건기구(WHO) 긴급준비대응 사무차장은 많은 남미 국가에서 확진자가 늘어나는 것을 봤다며 "남미가 팬데믹의 새로운 진원지가 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앞으로 남반구가 겨울로 접어들며 확진자가 더 빠르게 늘어날 수 있다는 우려도 커지고 있다.
중남미 국가 중 브라질의 상황이 가장 심각하다.
브라질 확진자는 총 110만6470명으로 중남미 확진자의 절반 이상이며, 미국에 이어 세계에서 두 번째로 확진자가 많다. 코로나19로 인한 사망자는 5만 명을 넘어서 5만1271명이 사망했다. BBC는 코로나19 검사가 부족한 상황이라 실제 확진자 수는 이보다 더 많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CNN에 따르면 전문가들은 브라질이 경제활동 재개를 시작함에 따라 확진자 수가 곧 미국을 넘어설 것으로 보고 있다. 워싱턴 대학은 예측 모델 분석 결과 한 달 안에 브라질 사망자가 현재의 두 배인 10만명 이상으로 증가할 것이며, 8월부터는 코로나19로 인한 사망자가 세계에서 가장 많은 나라가 될 수 있다고 예측했다.
미겔 라고 브라질 보건정책연구원장은 "브라질에는 국가적인 대응 계획이 없기 때문에 코로나19의 주요 희생국이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페루, 칠레, 멕시코, 콜롬비아의 상황도 심각한 수준이다.
페루는 누적 확진자가 25만7447명으로 세계 7위, 칠레는 24만6963명으로 세계 8위, 멕시코와 콜롬비아의 확진자는 각각 18만545명, 6만8652명으로 매일 수천명씩 늘고 있다.
중남미 지역에서 코로나19 확진자가 급증하는 것은 빈곤층이 두껍고 빈부격차가 심하기 때문이며 부정부패가 상황을 악화시켰다는 분석이 나온다.
중남미 전체 인구의 약 4.5%가 하루 1.90달러 미만으로 생활하는 빈곤층이며, 중남미 도시 인구 5명 중 1명이 빈민가에 살고 있다. 생계를 위해 봉쇄 조치에도 외부로 나갈 수밖에 없는 일용직 노동자의 비율도 매우 높다.
로이터통신은 바이러스가 빈곤층을 중심으로 급속하게 퍼지고 있다며 "중남미 지역이 코로나19로 가장 심각한 영향을 받을 수 있다"고 보도했다. AP통신은 "코로나19가 부자와 가난한 자들에게 평등하지 않게 닥쳤다"며 "가족을 부양하기 위해 매일 일터에 가고 비위생적인 환경에서 사는 많은 극빈층이 코로나로 목숨을 잃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지난 13일 사임한 하이메 마냘리치 칠레 전 보건장관은 "수도 산티아고 일부 지역의 빈곤과 밀집 상태는 내가 알지 못한 수준이었다"며 "취약계층에게 격리를 준수하도록 하는 것은 생각보다 훨씬 더 어려운 일이었다"고 고백했다.
뉴욕타임스(NYT)는 값싼 가공식품 증가로 저소득층에 비만과 당뇨병과 같은 만성질환이 급증했는데, 멕시코의 코로나19로 인한 사망자의 약 4분의 3이 고혈압이나 당뇨병과 같은 기저질환을 가지고 있었다고 지적했다.
코로나19와 관련된 각종 부패 사건은 중남미의 상황을 더 악화시키고 있다.
NYT는 중남미 공무원과 기업인들이 개인의 이익을 위해 마스크, 손 소독제, 인공호흡기 등의 가격을 두고 사기 행각을 벌이고 있다고 보도했다.
볼리비아에서는 보건부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 인공호흡기를 3배나 비싼 가격으로 구입했다가 적발됐다. 이 일로 보건장관은 부패 혐의로 기소돼 재판을 기다리고 있다. 에콰도르 검찰은 시체를 담는 보디백을 정가보다 13배 비싸게 팔기위해 공무원과 공모한 일당을 적발했다. 페루 내무장관은 경찰 보호장비 구입과정에서 희석된 소독제와 불량 마스크를 구입했다는 의혹이 제기돼 사의를 표명했다.
NYT는 중남미가 코로나19 위기를 해결하려는 노력이 잇따른 부패 스캔들에 가려졌다고 지적했다.
코로나19 확산세가 가라앉지 않자 중남미 일부 국가는 봉쇄 조치를 연장했다.
코스타리카 정부는 19일 최근 며칠 동안 코로나19 사례가 증가해 경제활동 재개를 중단 할 것이라고 밝혔다. 다니엘 살라스 보건장관은 재개를 계속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수치가 아니라며 "쇼핑몰, 교회 등은 수치가 지속적으로 감소할 때까지 기다려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브라질 정부는 21일 국적과 관계없이 모든 외국인의 입국을 규제하는 조치를 15일간 연장하기로 했다. 항공편뿐 아니라 육상, 해상 등의 경로를 통해 입국하는 모든 외국인을 대상으로 한다. 다만 영주권자 등 브라질 정부에서 인정받은 일부 외국인은 입국 규제 대상에서 제외된다. 브라질 정부는 지난 3월부터 외국인 입국 규제 조치를 시행하고 있으며, 이번까지 총 네 차례 연장했다.
멕시코 수도 멕시코시티도 오는 22일부터 순차적으로 시장과 상점, 식당, 교회 등의 영업 재개를 허용하려고 했던 계획을 취소했다.
중남미에서 코로나19로 큰 타격을 받았던 빈곤층은 봉쇄가 길어지면서 빈곤이 더 악화되는 악순환이 나타나고 있다.
유엔 세계식량계획(WFP)은 코로나19로 남미 지역의 기아 피해가 지난해보다 4배 이상 늘어 1천400만 명이 기아에 시달릴 것이라고 예측했다.
유엔 산하 중남미·카리브 경제위원회(CEPAL)도 올해 중남미 지역에 역대 최악의 경기침체가 찾아올 것이고, 코로나19로 중남미 빈곤율이 30.3%에서 34.7%로 높아져 3천만 명 가량이 빈곤층으로 전락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