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범동, 검찰 주신문 이어 이틀째 증인 출석
정경심 측 "초기 5억원 관련 조범동 횡령 범행 인지하지 못 해"
조범동, '블라인드 펀드' 관련 투자처 정보 제공 진술 '오락가락'
재판부, 엉뚱한 대답한 조범동에 '질문 취지 맞는 답변하라'
◆…정경심 동양대 교수의 변호인은 12일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속행 공판이 끝난 뒤 조범동씨의 증언에 대해 "조씨의 (횡령죄) 책임 부분이 설명되지 않았다는 점이 입증됐다"고 말했다. (사진=연합뉴스)
사모펀드 관련 의혹 등을 받는 정경심 동양대 교수 측이 조국 전 법무부 장관 5촌 조카 조범동씨의 증인신문을 두고 "(횡령과 관련해) 조씨에게 책임이 있는 부분이 정 교수에게 설명되거나 관련 자료가 전달되지 않았다는 점이 입증됐다"고 평가했다. 업무상 횡령 혐의와 관련해 정 교수가 사전에 인지하지 못했다는 취지다.
정 교수 측 변호인은 12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5-2부(부장판사 임정엽 권성수 김선희) 심리로 열린 속행 공판이 끝난 뒤 이같이 밝혔다. 이날 재판은 조씨의 전날(11일) 검찰 신문에 이어 변호인 반대신문으로 진행됐다. 조씨는 사모펀드 의혹의 핵심인물로 지목됐기 때문에 조씨의 증언은 정 교수의 사모펀드 혐의를 다투는 데 있어 중요한 쟁점으로 다뤄졌다.
정 교수는 2015~2017년 코링크PE가 인수한 자회사 WFM과 허위로 컨설팅 계약을 맺은 뒤 용역료(컨설팅비) 명목으로 회사 자금을 매달 860여만원 빼돌려 1억5000만원의 이득을 얻었다는 혐의를 받는다.
검찰은 정 교수가 2015년 12월경 조씨에게 5억원을 투자한 뒤 2017년 2월경 동생 명의로 5억원을 추가로 투자했고, 최소 수익금 보장을 위해 허위 컨설팅 용역을 체결했다고 의심하고 있다. 정 교수가 조씨가 보관하던 코링크PE의 자금 1억5000만원을 동생 계좌를 통해 컨설팅비 명목으로 받았고 그중 80%를 챙겼다는 것이 검찰의 주장이다.
그러나 변호인은 조씨의 증언을 통해 정 교수의 '업무상 횡령' 혐의가 일정 부분 해소됐다는 취지로 해석했다. 정 교수 측 변호인은 "기본적으로 업무상 횡령과 관련해 초기의 대여금 5억원과 이후에 대여한 5억원이 어떻게 상환된 것이고, 정 교수가 이 부분을 어느 정도까지 알고 있었는지, 조씨는 그것을 어떻게 설명했는지가 중요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러한 점이 규명되면 조씨와 정 교수의 책임 영역이 잘 구분될 것"이라며 "그런 점에서 증인신문을 통해 (횡령와 관련해) 조씨에게 책임이 있는 부분이 정 교수에게 전달되지 않았다는 것이 입증됐다"고 강조했다.
구체적으로 정 교수 측은 2015년 처음 조씨에게 전달한 5억원에 대한 조씨의 횡령 범행은 정 교수가 인지하지 못했다는 것이 조씨의 증언을 통해 확인됐다고 주장했다.
조씨는 이날 최초 5억원 거래와 관련한 횡령 혐의는 인정하면서도 이를 정 교수에게 알려준 사실은 없다는 취지로 진술했다. 조씨는 "(정 교수가) 최초 5억원을 투자한 부분에 관해 회사에서 이자를 지급해선 안 된다는 것을 정 교수와 얘기했느냐"는 재판부의 질문에 "(정 교수에게) 설명한 적 없다"고 대답했다.
2017년 거래와 관련해서도 정 교수 측은 코링크PE에 돈을 빌려준 것일 뿐 조씨의 개인 채무가 아니기 때문에 횡령이 아니라는 취지로 설명했다. 당시 코링크PE에 추가로 전달한 5억원에 대한 이자는 회사 이사회를 걸쳐 컨설팅비를 주기로 결정됐으므로 회사 내부에서 횡령이라는 인식을 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변호인은 "횡령죄는 회사에 이익이 되느냐, 손해가 되느냐는 관점으로 볼 수 있다"며 "그런데 회사에서 나간 컨설팅비만 놓고 보면 당시 회사가 어려운 사정에서 5억원이 들어왔고, 그 대가로 컨설팅비가 나갔으므로 회사 입장에서는 이득이 된다"고 했다.
이어 "2017년 이뤄진 거래는 다시 코링크PE로 재투자된다고 들었기 때문에 당연히 초기에 전달한 돈과 합해진 10억원이 한 몸으로 나오게 되는 것이라고 이해한 것"이라면서 "당시 이 정도의 지식밖에 없었는데 (조씨와) 함께 책임지는 것은 억울하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의 5촌 조카 조범동씨는 12일 정 교수의 재판에 증인으로 나와 블라인드 펀드 등과 관련한 내용에 대해 모호하게 진술해 재판부로부터 지적을 받기도 했다. (사진=연합뉴스)
이날 재판에서 핵심 쟁점 중 하나로 다퉈진 '블라인드 펀드'와 관련해서도 정 교수 측은 "블라인드 펀드는 법률상, 학문상 용어가 아니므로 정의는 다들 달리 판단한다"며 "당시 조씨가 (코링크PE에 대해) 어떻게 생각했는지는 재판부가 판단할 문제"라고 말했다.
조씨는 이날 정 교수가 펀드 투자처를 사전에 인지했는지에 대해 검찰신문과 엇갈리게 진술해 혼란이 가중됐다. 조씨는 전날 검찰 주신문에서 정 교수에게 투자처 정보를 자세히 알려줬다는 취지로 말했지만 변호인 반대신문에서는 정 교수가 투자처의 이니셜과 대략적인 업황만 알고 있었다고 증언했다.
조씨는 "정 교수의 블루코어밸류업1호(블루펀드) 출자 당시 'W'사라는 회사를 인수해 W사 배터리 사업에 투자한다는 정도로 설명했느냐"는 변호인 질문에 "그렇다"고 답했다. 이어 변호인이 "(조 전 장관 청문회 준비단의) 해명자료 중 '투자 대상을 출자자들이 알지 못했다'는 부분은 '투자자들은 W사가 어디인지 알지 못한다'는 의미로 이해하면 되나"고 묻자 "네"라고 대답했다. 질문에 등장한 W사는 코링크PE가 인수한 WFM이다.
반면 검찰 신문에서 조씨는 "WFM이 테슬라를 통해 사업한다는 등 구체적인 사실을 정 교수에게 다 알려주지 않았느냐"는 질문에 "알려준 것은 사실"이라고 진술했다. 당시는 조 전 장관이 고위공무원으로서 백지 신탁 의무가 있었던 시기로, 만약 조씨가 정 교수에게 투자처 정보를 알려줬다면 공직자윤리법 위반 혐의를 받는 조 전 장관에게도 불리한 요소로 작용할 가능성이 크다.
한편 조씨는 변호인 신문 과정에서 변호인의 질문 취지와 관련 없는 대답을 하다가 재판장으로부터 "그게 무슨 대답이냐"는 지적을 받았다. 변호인의 "정 교수에게 '운용현황 보고서가 있는데 그동안 전달하지 않고 구두로 설명해왔다'고 말한 것을 기억하나"는 질문에 조씨는 "담당 직원들이 관련 서류를 만들거나 갖고 있었을 것으로 생각하고 대화한 것으로 기억한다"고 답변했다.
그러자 재판장은 "질문에 맞게 대답을 하라, 본인이 원하는 대답을 하지 말고"라며 질책했다. 조씨에 대한 재판부의 지적은 전날에 이어 두 번째다. 전날 검찰 주신문에서도 조씨는 '기억나지 않는다'는 취지로 대답했다가 재판장의 지적을 받은 바 있다.
정 교수의 다음 재판은 오는 18일 조 전 장관의 청문회 준비단 인사팀장이었던 김미경 대통령비서실 균형인사비서관, 이상훈 코링크PE 대표의 증인신문으로 진행될 예정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