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국 5촌 조카, 정경심 재판 증인 출석…두 번째 법정 만남
조범동 "조국 지위 이용한 자금 유치, 전혀 사실 아냐"
정경심 금전거래, '투자' 아닌 '대여' 강조
재판부 "기억 나지 않는다" 반복에 "위증 해당돼" 지적
◆…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률 위반 등의 혐의로 기소된 된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의 부인 정경심 동양대 교수가 11일 오전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속행공판에 출석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조국 전 법무부 장관 일가가 투자한 사모펀드 의혹의 핵심인물로 지목된 조 전 장관의 5촌 조카 조범동씨가 "(검찰은) 조 전 장관의 지위를 이용해 자금 유치 등 사업을 했다고 하는데 전혀 사실이 아니다"고 진술했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5-2부(부장판사 임정엽 권성수 김선희) 심리로 11일 열린 정경심 동양대 교수의 속행 공판에 조씨가 증인으로 출석해 이같이 답변했다. 조씨는 지난 4월 정 교수가 자신의 재판에 나와 증언한 데 이어 두 번째로 정 교수와 법정에서 만났다.
검찰은 이날 조씨의 증인신문을 통해 정 교수의 사모펀드 투자 관련 횡령 혐의 입증에 주력했다. 정 교수는 사모펀드 운용사 '코링크PE'에 10억원을 투자한 뒤 허위로 경영 컨설팅 계약을 맺고 연 10% 이자 명목으로 회삿돈 1억5000여만원을 조씨로부터 지급받은 혐의(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횡령)를 받고 있다.
검찰은 2015년 정 교수가 조씨에게 일차적으로 자금을 투자한 경위에 대해 묻던 중 조 전 장관과의 관계에 대한 질문을 꺼냈다. 당시는 조 전 장관이 민간인 신분이었던 시기로 조 전 장관은 2017년 대통령비서실 민정수석에 임명됐다.
검찰은 "조 전 장관은 당시 서울대 교수로서 상당한 유명세가 있었다"고 운을 뗐다. 그러면서 "(조 전 장관은) 문재인 대통령이 대표였던 제1야당 새정치민주연합(현 민주당)의 혁신위원을 지냈고 당외 당 대표라고 평가받을 정도로 영향력이 컸던 것으로 확인됐다"고 했다. 조 전 장관은 2015년 6월 새정치민주연합 혁신위원회의 외부 인사 혁신위원으로 들어가 활동한 바 있다. 당시 당 혁신위원장으로 거론되기도 했다.
조 전 장관의 당시 지위를 설명하면서 검찰은 조씨에게 "이와 같은 조 전 장관의 유명세나 정치적 영향력에 대해 증인은 잘 알고 있지 않았냐"고 물었다. 검찰은 조씨가 조 전 장관의 지위나 영향력을 등에 업고 코링크PE를 설립해 운영한 것으로 의심하고 있다.
그러자 조씨는 "2015년에는 정치적 견해가 없었다"며 "조 전 장관이 정치와 관련해 무엇을 한다는 것을 인지하지 못 했고, 전혀 관심 없었다"고 답변했다. 코링크PE는 2016년 4월 설립된 것으로 알려졌다. 정 교수 측도 지난 1월 열린 재판에서 2015년 12월의 5억원 거래는 조 전 장관 직책과 아무런 관련이 없다고 주장한 바 있다.
조씨는 정 교수와의 금전거래가 '투자'가 아닌 '대여'였다는 점도 강조했다. 검찰이 "2015년 12월경 정 교수에게 처음으로 투자받은 뒤 익성 관계자들에게 조국 처의 자금이 들어온다는 취지로 말한 적이 있느냐"고 묻자 조씨는 "투자라는 단어는 기억이 나지 않고, 익성을 위해 대여한다고 한 것은 기억난다"고 진술했다.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의 5촌 조카 조범동씨는 11일 열린 정경심 동양대 교수의 속행 공판에 증인으로 출석해 "사업에 조 전 장관의 지위나 영향력을 이용한 적이 없다"고 진술했다. (사진=연합뉴스)
다만 조씨는 정 교수 동생 명의로 정 교수에게 '허위 컨설팅 증빙자료'를 만들었다고 인정했다. 조씨는 "2017년 7월 정 교수 동생의 명의로 허위 컨설팅 자료를 만들어 정 교수에게 교부한 것이 맞느냐"는 검찰 질문에 "네"라고 답했다. 검찰은 정 교수가 2017년 조씨에게 5억원을 투자하는 대가로 허위 컨설팅 계약을 맺은 뒤 매달 860만원씩 총 1억5700여만원을 받았다고 보고 있다.
이에 대해 정 교수 측은 재판이 끝난 뒤 조씨의 진술은 "조씨 자신의 횡령 혐의와 관련이 있는 것"이라고 반박했다. 변호인은 "조씨의 증언은 자신의 횡령 범행과 관련이 있는 것이지, 정 교수가 당시 허위 컨설팅 자료임을 인지했는지는 알 수 없다"고 주장했다.
조씨가 스스로 허위 컨설팅 증빙 자료를 만들었을 뿐 정 교수의 부탁으로 만든 것이 아니라는 취지로 해석된다. 변호인은 12일 조씨의 반대신문을 통해 반박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한편 조씨는 이날 법정 진술 중 검찰의 질문에 수차례 "기억나지 않는다"고 했다가 재판부로부터 지적받았다. 조씨가 기억이 나지 않는다는 취지로 답변을 이어가자 재판장은 "증인은 증언 거부권이 있지만 기억하는 것을 기억나지 않는다고 하면 객관적 사실에 어긋나 위증에 해당한다"고 말했다.
정 교수는 사모펀드와 관련해 ▲업무상 횡령(대여금 이자 문제) ▲자본시장법 위반(펀드 운용 문제 관련 허위 신고) ▲자본시장법 위반('호재성 정보' 관련 미공개정보 이용) ▲범죄수익은닉규제법 위반(차명으로 주식 매수 뒤 수익 은닉) ▲금융실명법 위반(동생·단골 미용사 차명계좌 이용) 등 혐의를 받는다.
검찰은 정 교수가 조씨로부터 코링크PE가 투자한 2차 전지업체 WFM의 미공개 정보를 전달받은 뒤 이를 이용해 2018년 차명으로 7억여원 상당의 주식을 매수한 혐의를 적용했다. 또 코링크PE로부터 경영컨설팅 명목으로 받은 1억5700만원을 횡령한 혐의를 받는다.
이 밖에 조 전 장관의 민정수석 시절 백지신탁 의무를 피하고자 3명의 차명계좌 6개를 이용해 790회에 걸쳐 금융 거래를 하는 등 금융실명법 위반 혐의도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