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경심 '사모펀드 의혹' 본격 심리…서증조사 진행
검찰 '강남 건물 목표' 문자 반복…조범동 결심에서도 언급
재판부 "충분히 설명해 그만하라" 제지
◆…검찰은 서울중앙지법에서 4일 진행된 정경심 동양대 교수의 재판에서 사모펀드 의혹 동기를 설명하는 과정에서 정 교수의 '강남 건물 목표' 관련 문자 내용을 수 차례 반복했다가 재판부로부터 제지받았다. (사진=연합뉴스)
자녀 입시비리와 사모펀드 투자 의혹 등으로 기소된 정경심 동양대 교수의 재판에서 검찰이 정 교수의 '강남 건물 목표' 문자 메시지를 반복해 언급했다가 "그만 말하라"며 재판부로부터 제지받았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5-2부(부장판사 임정엽 권성수 김선희) 심리로 4일 열린 정 교수의 속행 공판에서 검찰은 정 교수의 자본시장법 혐의를 설명하던 중 '강남 건물' 문자 메시지 내용을 여러 차례 꺼냈다.
이날 재판은 정 교수의 업무상횡령·자본시장법 위반·범죄수익법 위반·금융실명법 위반·증거인멸교사 및 증거위조교사 등 사모펀드 투자 관련 의혹에 대해 PPT 방식의 서증조사로 진행됐다.
검찰은 정 교수가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의 5촌 조카 조범동씨에게 수십억원을 투자한 동기에 대해 설명하는 과정에서 정 교수의 문자 메시지 내용을 여러 차례 언급했다. 검찰은 정 교수가 조씨에게 약 20억원을 투자해서 순수 수익만 25억원을 예상했을 것이라며 '특혜성 보장 수익'이라고 봤다.
그러면서 검찰은 2017년 7월 7일 정 교수와 동생 정모씨가 나눈 문자 메시지 대화 내용을 꺼냈다. 검찰은 "이날은 정 교수가 조 전 장관이 민정수석이 된 이후에 처분해야 할 주식 자금을 어떻게 운용할 것인지 찾던 중 조씨와 함께 음극재 사업 투자와 관련해 상호 협의한 날이었다"며 "이후 정 교수는 동생에게 '내 목표는 강남에 건물을 사는 것'이라고 문자 메시지를 보냈다"고 설명했다.
또 정 교수가 조씨로부터 받은 투자구조도를 본 뒤 자신의 메모에 '엑시트(exit)시 건물 구입 가능성'이라고 적은 부분도 언급하며 정 교수가 강남 건물 구입 의사가 있었다고 의심했다.
검찰은 "정 교수 동생은 검찰 조사에서 정 교수와 나눈 문자와 관련해 '그때 강남 건물 이야기를 처음 들었다. (정 교수가) 그런 꿈이 생겼구나 생각했다'고 진술했다"면서 "강남 건물은 상징적 의미"라고 말했다.
이어 검찰이 "강남 건물의 꿈을 꿀 순 있어도 그것을 실현하기는 힘들다. 부러움의 대상이고, 로또 세네번을 맞는다든지, 생각지도 못한 수입이 들어오든지..."라면서 '강남 건물' 발언을 반복하자 재판부는 "강남 빌딩 이야기는 그만하고 다음으로 넘어가자"고 제지했다.
재판부가 "(이 부분은) 충분히 설명됐다. 너무 길다"라고 말한 뒤 방청객 일부가 웃음을 터뜨리자 재판장은 "웃지 말라"고 말하기도 했다.
정 교수의 '강남 건물 목표' 문자와 관련한 논란은 이전 재판에서도 여러 번 반복된 바 있다. 검찰이 2차 공판에서 "정 교수의 목표 설정은 금융 범죄의 동기를 파악하는 매우 중요한 키워드"라고 강조하자 변호인은 "농담 같은 이야기가 법적으로 무슨 의미가 있겠나. 이 사건에서 일고의 가치도 없는 것"이라고 반발했다.
변호인은 이와 관련해 "노무현 전 대통령 사건의 '논두렁 시계' 사태가 다시 벌어지고 있다"며 불만을 드러냈다.
앞서 지난 2일 진행된 조씨의 결심공판에서도 검찰은 정 교수의 문자 내용이 조씨와 정 교수의 범행 동기가 됐다는 취지로 언급한 바 있다. 검찰은 "정 교수는 불법적인 고수익 혜택으로 인해 강남 건물이라는 거대한 부를 축적하는 것을 꿈꿀 수 있게 됐고, 이런 꿈은 조씨와 정 교수가 불법적 범행을 저지르는 동기가 됐다"고 지적했다.
◆…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률 위반 등의 혐의로 기소된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의 부인 정경심 동양대 교수가 4일 오전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공판에 출석하기 위해 법정으로 향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한편 검찰은 이날 정 교수가 사모펀드 컨설팅비 명목으로 받은 돈과 관련해 조 전 장관과 나눈 SNS 대화 내용을 두고 조 전 장관이 정 교수의 횡령 범행을 인식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검찰이 공개한 대화 내용에 따르면 2018년 5월 28일 정 교수가 '세금이 연간 2200만원 부과됐다'고 조 전 장관에게 문자를 보내자 조 전 장관은 '엄청 거액이네. 불로수익 할 말 없음'이라고 답했다. 정 교수가 코링크PE로부터 컨설팅비 명목으로 받은 돈에 세금이 부과되자 조 전 장관에게 하소연한 내용이다.
이를 근거로 검찰은 "조 전 장관이 민정수석으로 재직하는 동안 '불로 수입'을 얻었다는 것을 인식했다는 것을 알 수 있다"며 "당연히 알고 있다는 전제로 대화를 나눈 것은 조 전 장관의 인식이 어떠했는지 명확히 확인해주는 증거"라고 설명했다.
반면 정 교수 측은 "정 교수와 동생이 코링크PE에 돈을 빌려주고 이자를 받았을 뿐 업무상 횡령을 저지른 것은 아니다"고 반박했다. 변호인은 "정 교수와 동생은 코링크PE와 조범동에게 자금을 대여하고 이자만 받으면 됐고, 굳이 복잡한 거래구조를 설계하거나 부탁할 이유가 없었다"고 말했다.
이어 "정 교수가 횡령의 공범에 해당하는지를 파악하려면 '적극적 수익자'인지, '코링크PE의 운영 주체'인지를 명확히 해야 하는데 이 부분이 애매하다"며 "코링크 운영과 관련해선 정 교수의 관여가 없어서 운영 주체가 아닌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변호인은 "정 교수는 적극적 수익자로 보이는데 배임 행위에 (정 교수가) 소극적 편승한 것에 불과한지에 대해 심리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정 교수가 2017년 5월 2차로 투자하기 전에는 코링크PE에 관여한 바가 없다는 취지로 풀이된다.
정 교수는 사모펀드와 관련해 ▲업무상 횡령(대여금 이자 문제) ▲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률 위반(펀드 운용 문제 관련 허위 신고▲미공개정보이용) ▲범죄수익은닉 ▲미공개정보이용 ▲금융실명법 위반 등 혐의를 받는다.
검찰은 정 교수가 조씨로부터 코링크PE가 투자한 2차 전지업체 WFM의 미공개 정보를 전달받은 뒤 이를 이용해 2018년 차명으로 7억여원 상당의 주식을 매수한 혐의를 적용했다. 또 코링크PE로부터 경영컨설팅 명목으로 받은 1억5700만원을 횡령한 혐의를 받는다.
이 밖에 조 전 장관의 민정수석 시절 백지신탁 의무를 피하고자 3명의 차명계좌 6개를 이용해 790회에 걸쳐 금융 거래를 하는 등 금융실명법 위반 혐의도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