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경심 15차 공판, 조국 증인 놓고 격렬한 공방
"정경심 혐의 입증 위한 것" vs "진술거부권 행사 가능성 크다"
재판부, '검찰 신문사항' 검토 뒤 채택여부 결정
◆…정경심 동양대 교수의 재판에서 배우자인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의 증인 소환 여부를 놓고 검찰과 정 교수 측이 격론을 벌였다. 정 교수 측은 진술거부할 가능성이 크다며 소환에 부정적인 입장을 밝혔다. (사진=연합뉴스)
자녀 입시비리 및 사모펀드 투자 의혹 등으로 기소된 정경심 동양대 교수의 재판에 자신의 재판을 받고 있는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이 증인으로 채택될지 관심이 쏠린다.
헌법상 자신이나 친족에게 불리한 진술을 강요당하지 않을 권리가 있어 정 교수의 배우자인 조 전 장관이 증인으로 출석하더라도 진술거부권을 행사할 소지가 크다는 분석이 나온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5-2부(부장판사 임정엽 권성수 김선희) 심리로 지난 28일 열린 정 교수의 15차 공판에서는 조 전 장관의 증인 채택을 두고 검찰과 정 교수 측이 날 선 공방을 벌였다.
재판부가 검찰이 신청한 증인에 대한 채택 여부를 결정하기 위해 의견을 묻는 과정에서 조 전 장관이 거론되자 정 교수 측은 증인 소환에 강하게 반발했다.
정경심 변호인 "조국 혐의 입증 위한 것 아니냐" 강력 반대
정 교수 측은 "검찰이 조 전 장관의 혐의를 입증하기 위해 이 사건 재판에 부르려고 하는 것으로 보여 대단히 부적절하다"고 지적했다. 특히 변호인은 "모든 사안이 친인척과 관련된 부분이라 증언 거부뿐만 아니라 선서 거부까지 전부 가능하다"고 강조했다.
변호인의 주장대로 실제로 형사소송법은 누구든지 친족 또는 친족관계인 사람이 유죄판결을 받을 사실이 발로될 염려가 있다면 증언을 거부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 헌법 또한 형사상 자기에게 불리한 진술을 강요당하지 않은 권리가 있다고 명시하고 있다.
이러한 이유를 들어 정 교수 측은 조 전 장관이 재판에 나와도 증언을 모두 거부할 소지가 매우 크다고 재차 강조했다. 김칠준 변호사는 "이 사건의 공소사실을 입증하기 위한 필수불가결한 증거라면 모를까, 법정에서 진술할 가능성이 거의 없다"며 부정적인 입장을 분명히 했다.
이어 "형사소송의 기본 원칙은 피고인의 진술에 의한 것이 아니라 객관적인 증거에 따라 재판을 진행하는 것"이라며 "(검찰은) 조 전 장관이 증언하지 않으면 실체적인 판단이 불가능하다는 관점이 아니라 당사자로서 법정에 나와 많은 사람 앞에서 말해보라는 취지가 강한 것 같다"고 지적했다. 정 교수 혐의 입증을 위한 것이 아니라 '망신 주기' 목적으로 조 전 장관을 소환하려는 게 아니냐는 취지다.
정 교수 측은 조 전 장관의 출석으로 인한 법원 일대의 소란도 염려했다. 김 변호사는 "조 전 장관이 법정에 출석하게 되면 이 사건 사실관계에 대한 냉정한 판단보다는 정치적 호불호에 따라 지금보다 10배, 20배 많은 큰 소요가 생길 수 있다"고 우려했다. 지금도 정 교수 재판이 열릴 때마다 지지자와 반대파들이 모여들어 소란이 발생하는데, 조 전 장관이 오게 되면 더 큰 혼란이 발생할 우려가 있다는 것이다.
정 교수 측은 조 전 장관의 5촌 조카인 조범동씨의 재판에서도 정 교수가 증인으로 소환되자 '진술거부권 행사' 가능성을 언급하기도 했다. 정 교수는 첫 소환에 불응해 400만원의 과태료를 부과받았다가 지난달 27일 조씨 재판에 출석해 증언을 거부했다.
검찰 "조국 '법정에서 스스로 말하겠다' 진술…증인 출석해야"
◆…검찰은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이 "모든 것은 법정에서 말하겠다"고 한 검찰 진술을 근거로 조 전 장관을 정경심 동양대 교수의 재판에 증인으로 불러야 한다고 주장했다. (사진=연합뉴스)
그러나 검찰은 "정 교수의 혐의 입증을 위한 것"이라며 변호인의 주장을 일축했다. 검찰은 "조 전 장관이 진술거부권을 행사할 수 있는지는 법정에서 판단하면 될 문제지, 조 전 장관에게 출석 거부의 혜택을 주는 것은 공평하지 않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조 전 장관이 검찰 조사 당시 발언한 내용을 언급했다. 검찰은 "조 전 장관은 검찰 조사에서 진술거부권을 행사하면서 '모든 것은 법정에서 진술하겠다'고 스스로 얘기했다"며 "그래서 조 전 장관의 진술을 법정에서 듣겠다는 것이고, 증언을 거부하더라도 법정 출석까지 거부되는 것은 아니다"고 말했다.
변호인은 조 전 장관이 말한 '법정'은 정 교수 재판부가 아닌 조 전 장관 본인의 사건을 심리하는 형사합의21부라며 반박했다.
재판부는 양측의 공방이 이어지자 일단 조 전 장관의 증인 채택 여부를 보류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변호인 주장대로 조 전 장관이 나와서 하게 될 법정 진술은 전부 '진술거부권'에 해당한다고 설명했다.
다만 재판부는 증인 채택 여부는 재판부의 재량이라고 선을 그었다. 재판부는 "조 전 장관의 증인신문은 거의 전체가 거부권 대상이라고 보이기 때문에 피고인의 공소사실을 입증하기 위한 질문과 진술거부권에 해당하지 않는 질문사항일 경우에 한 해 증인으로 채택하겠다"고 말했다.
재판부는 검찰이 다음달 19일까지 조 전 장관 증인신문과 관련한 신문 사항을 제출하면 검토 후 채택 여부를 결정할 방침이다.
이날 재판에는 조 전 장관의 딸 조모씨도 검찰 측 증인으로 신청됐지만 재판부는 변호인이 조씨가 작성한 이메일과 서면 등에 동의할 경우 증인으로 채택하지 않기로 했다.
PC 임의제출 동양대 조교, 다시 법정 소환…검찰 '강압수사' 논란
◆…정경심 동양대 교수 사건의 재판부는 '동양대 표창장 파일'이 담긴 것으로 알려진 PC를 임의제출했던 동양대 조교를 한 차례 더 증인으로 부르기로 했다. 조교는 증인신문이 끝난 뒤 유튜버 채널에서 검찰이 징계를 운운했다고 인터뷰한 바 있다. (사진=연합뉴스)
정 교수 재판에 증인으로 나왔던 동양대 조교 김모씨도 법정에 다시 부르기로 했다. 김씨는 강사 휴게실에 있던 정 교수의 PC를 임의제출한 사람으로, PC에는 '동양대 표창장 파일'이 담겨 있던 것으로 알려졌다.
한 차례 재판에 나왔던 증인을 다시 법정에 세우는 경우는 매우 '이례적'인 만큼 이날 재판에서도 이와 관련해 검찰과 정 교수 측이 설전을 벌였다.
변호인은 김씨가 한 차례 증인신문 뒤 유튜버 '빨간아재'와의 전화 인터뷰에서 말한 내용을 근거로 재차 소환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씨는 유튜브 인터뷰를 통해 "검사가 '관리자가 관리도 못 하고 얘(김씨) 징계해야겠네'라고 말해 화가 났다"고 말했다. 검찰이 징계 운운하며 강압적인 수사 태도를 보였다는 것이다.
앞서 김씨는 지난 3월 증인신문 과정에서 "(검사님이) 불러주는 대로 진술서를 쓰는데 '아'다르고 '어'다른데 이렇게 쓰는 건 아닌 것 같아서 조금 일이 있었다"고 진술한 바 있다.
이에 변호인은 법정에서 말하지 않은 내용을 물어봐야 한다며 김씨를 다시 불러줄 것을 재판부에 요청했다. 반면 검찰은 "인터뷰가 오염됐을 가능성도 있어 다시 증인신문 한다면 '공판중심주의'에도 맞지 않는다"며 강하게 반발했다.
재판부는 김씨의 유튜버 인터뷰 내용이 불분명하다며 변호인의 증인 신청을 받아들였다. 다만 재판부는 김씨가 유튜버와 통화하게 된 경위, 대화 내용, 진술서 작성 경위로 엄격히 범위를 한정해 신문하라고 주문했다.
이날 공판을 마지막으로 정 교수의 입시비리 관련 증인신문은 대부분 마무리됐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