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 전 장관 딸 허위 인턴십 확인서 발급 관련 증인신문
서울대 공익인권법센터 전 사무국장 "영상 속 여성, 조국 딸 맞다"
'조 전 장관 딸 세미나 참석' 최초의 법정 진술
◆…서울중앙지법에서 14일 열린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의 아내 정경심 동양대 교수의 속행 공판에서 "조 전 장관의 딸이 인턴십 확인서를 발급받은 세미나에 참석했다"는 법정 진술이 나왔다. (사진=연합뉴스)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의 딸 조모씨가 2009년 5월 서울대 공익인권법센터가 주최한 학술대회에 참석했다는 법정 증언이 나왔다.
이는 조 전 장관의 아내 정경심 교수의 재판에서 나온 증언 중 "조씨가 세미나에 참석했다"고 말한 최초의 진술이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5-2부(재판장 임정엽 부장판사) 심리로 14일 열린 정 교수의 속행 공판에 증인으로 나온 전 서울대 공익인권법센터 사무국장 김모씨는 "학술대회 뒤풀이 때 조씨가 자신을 소개해 조 전 장관의 딸이라는 것을 알게 됐다"고 진술했다.
김씨는 2009~2011년 서울대 공익인권법센터에서 사무국장을 지내면서 2009년 5월 15일 공익인권법센터에서 주최한 '동북아시아의 사형제도' 국제학술대회의 실무를 담당하며 조씨의 인턴십 확인서를 발급해준 바 있다.
이날 재판에서 김씨는 학술대회 세미나에 외국어고등학교 학생 3명이 와서 행사 안내 등의 업무를 했고, 그 중 조씨도 포함돼 있었다고 증언했다.
김씨는 검찰 주신문 과정에서 조씨의 세미나 참석 여부는 나중에 알았다고 진술했다. 김씨는 "행사 시작 20분 정도 전에 고교생이 3명 왔는데 1명만 대원외고 교복을 입고 있었고, 나머지 2명은 사복을 입어 누구인지 알 수 없었다"고 말했다.
김씨는 "행사가 마무리된 뒤 끝까지 남았던 사람들과 서울대 호암교수회관에 가서 식사했는데 그때 조씨가 자신이 이름을 밝혀 알게 됐다"고 진술했다.
이어 "행사 며칠 전 고교생이 세미나에 참석할 수 있는지 물어보는 전화를 받았고, 행사 당일 외고생 3명이 와서 책상 정리와 다과 세팅, 참가자 안내 등의 업무를 지시했다"고 증언했다. 하지만 행사 준비로 바빠 이들이 실제로 어떤 일을 했는지는 보지 못했다고 말했다.
검찰이 "조씨의 고교 동창은 세미나를 가기는 했지만 행사 안내를 도와준 적이 없다고 법정에서 진술했는데 조씨가 행사를 도와준 것이 사실이냐"고 묻자 김씨는 "제 기억상 그렇다"고 답변했다.
그러자 검찰은 김씨에게 "검찰 진술에선 언론 사진을 보고 조 전 장관의 딸이라는 사실을 알았다고 말했고, 법정에선 뒤풀이에서 알게 됐다고 하는데 어느 말이 맞냐"고 캐물었다.
김씨는 "법정에서 진술한 것이 맞다"며 "당시 상황 자체가 언론에서 계속 취재하고 사무실까지 쫓아다니는 상황이라 그렇게 말했고, 뒤풀이 장소에 조씨가 와서 앉아있어서 그렇게 기억한다"고 답변했다.
재판부 또한 "증인은 선서한 만큼 조심해서 말해야 한다"며 '조 전 장관의 딸'이라고 들은 것이 확실하냐며 재차 물었고, 김씨는 조국의 딸이라고 소개한 것은 기억난다고 강조했다.
◆…자녀 입시비리와 사모펀드 의혹으로 재판을 받고 있는 정경심 동양대 교수가 14일 오전 서울 서초동 중앙지법에서 열린 속행공판에 출석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또 김씨는 행사 당일 촬영된 영상 속 앉아있는 여성이 조씨가 맞는다고 증언했다.
검찰의 "증인은 검찰 조사에서 머리가 길었던 거로 기억한다며 영상 속 여성이 조씨가 맞는다고 단정적으로 진술했는데 특정한 이유가 있냐"는 질문에 "다른 학생들은 다 기억하고 있어서 그렇게 말했다"고 진술했다.
이는 조씨의 고교 동창인 장모씨가 법정에서 "세미나에 참석한 한영외고 학생은 자신뿐"이라고 말한 내용과 정면으로 배치되는 증언이다.
그러나 조씨에게 발급한 인턴십 확인서의 내용과 발급 경위와 관련한 검찰의 질문에는 대부분 "기억이 나지 않는다"고 답변했다.
김씨는 "센터장 직인을 제가 직접 관리했기 때문에 센터장 등 외부인이 임의로 사용할 수 없다"며 확인서를 직접 발급했다고 진술하면서도 "발급 당시 인턴 활동 사실을 확인했는지는 잘 모르겠다"고 말했다.
다만 변호인이 인턴십 확인서에 기재된 보름의 활동 기간에 대해 "한 교수가 사전에 학생들에게 행사 관련 내용을 공부할 것을 권유했고, 조씨도 사전에 학습한 뒤 세미나에 참석했기 때문에 기간이 이렇게 기재된 것이 아닌가 추측된다"고 묻자 김씨는 "저도 그렇게 생각한다"고 답변했다.
재판이 끝난 뒤 정 교수 측 김칠준 변호사는 이날 증언과 관련해 "검찰이 집중적으로 확인하려 했지만 10년이 지난 일에 대해 정확하게 기억하기 쉽지 않다"며 "그럼에도 오늘 증언으로 조씨가 세미나에 참석했다는 사실이 확인됐고, 향후 의견서를 통해 사실 여부를 표명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검찰은 조씨가 조 전 장관이 활동한 서울대 공익인권법센터의 세미나에 실제로 참석하지 않았음에도 정씨가 허위로 인턴십 확인서를 발급받아 한영외고에 제출했다고 보고 기소했다.
한편 재판부는 이날 정 교수 재판에 증인으로 소환됐지만 불출석한 한인섭 한국형사정책연구원장에게 "법을 전공한 교수가 정당하지 않은 사유로 출석을 거부하는 것은 명분이 없다"며 과태료 500만원을 부과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