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U 회원국 올해 경제 최대 7.5%까지 위축
유럽위원회, "EU 차원의 공동 회복 전략 필요"
1조 유로 규모의 추가 구호 패키지, 회원국들 의견 충돌로 지연
독일 헌재, ECB 공공채권매입프로그램 위헌 판결...경기부양 정책에 제동
◆…독일 프랑크푸르트 유럽중앙은행 본사 [사진=연합뉴스]
유럽연합(EU) 회원국들 간의 정치적, 법적 분열이 대공황 이후 발생한 최악의 경제침체에 대한 회복을 위협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EU 집행위원회는 6일(현지시간) 회원국의 올해 경제가 최대 7.5%까지 위축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유로화를 사용하는 19 개국에서는 하락폭이 훨씬 더 심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CNN은 유럽경제가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겪었던 것보다 훨씬 더 가파른 하락세를 보이고 있으며 불과 3주 전에 발표한 국제통화기금(IMF)의 전망보다 더 비관적인 수치라고 평가했다.
파올로 젠틸로니 EU 경제담당 집행위원은 성명에서 "유럽은 대공황 이후 전례 없는 경제적 충격을 겪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불황의 심각성과 회복력은 국가별로 균일하지 않을 것"이라며 "봉쇄 해제 시기, 관광과 같은 서비스 산업 의존도, 각국의 재정 자원 등에 따라 달라질 것"이라고 분석했다.
위원회는 "현재 예상한 것보다 코로나19 확산이 오래 지속된다면 훨씬 더 큰 GDP 하락을 초래할 수 있다"고 경고하며, "EU 차원의 강력하고 시기적절한 공동 회복 전략"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지난 달 EU 회원국 재무장관들은 5,000억 유로 규모의 즉각적인 구제 조치에 합의했다. 이 방안에는 대량해고 방지를 위한 급여 보조금과 기업대출이 포함되었다.
그러나 위원회가 코로나19 대유행으로 황폐화된 지역의 경제를 재건하기 위해 마련한 1조 유로 규모의 추가 경기 부양책은 회원국들 간의 깊은 분열로 더디게 진행되고 있다. CNN은 긴급구호의 필요성에 대한 EU 회원국들의 광범위한 합의에도 불구하고 회원국들 간의 분열은 주요 복구 노력의 이행을 지연시킬 가능성이 높다고 분석했다.
샤를 미셸 EU 상임의장은 6월 1일까지 이 패키지가 가동될 것을 요구했다. 그러나 위원회는 이번 주까지도 기금에 포함될 조치들에 대해 최종 확정하지 못했다. 특히 이탈리아와 스페인 등 가장 큰 피해를 입은 국가들에 대출이나 보조금 제공 여부 등 이 기금이 어떻게 운용돼야 하는지에 대한 의견 차이가 남아있다. 보조금 또는 직접적인 자금 지원은 네덜란드, 오스트리아, 독일 등이 오랫동안 반대해 왔던 것이다.
독일은 유럽중앙은행(ECB)의 주요 경기부양 정책 중 하나에 제동을 걸었다.
5일(현지시간) 독일헌법재판소는 ECB의 대표적 경기부양프로그램인 공공채권매입프로그램(PSPP)에 대해 "주어진 권한을 넘어선 것"이라며 일부 위헌 판결을 내렸다. 이번 판결은 지난 2018년 PSPP 실행 권한을 인정한 유럽사법재판소(ECJ)의 결정과 배치되는 것이다.
ECB가 3개월 내에 이 프로그램의 정당성을 입증하지 못하면 이 프로그램에 참여하는 최대 기관인 독일의 중앙은행 분데스방크가 빠져야 하며 지금까지 샀던 채권을 매각해야 할 수도 있다.
CNN은 이번 판결이 지난달 ECB가 승인한 7500억 유로 규모의 자산 매입 계획에는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지는 않지만 유로화를 사용하는 경제를 하나로 묶는 데 도움을 주는 정책의 확대를 막을 수 있다고 평가했다.
경제학자들도 이번 판결의 장기적인 영향에 대해 우려했다.
베렌버그 은행의 경제학자인 홀거 슈 미딩은 "만약 ECB가 독일헌법재판소의 판결로 인해 자산매입을 억제하거나, 분데스방크가 빠지는 등 금융 혼란을 야기한다면, 독일과 유로존 전체에 더 길고 깊은 불황이 올 수 있다"고 지적했다.
베를린 헤르티에 행정대학의 헨릭 엔델라인 교수는 "이번 판결이 유로존을 단합하기 위해 무엇이든 하겠다는 ECB를 시장에서 뿐만 아니라 정치적으로도 약화시켰다"고 비판했다.
소시에테 제네랄의 총괄전략가인 키트 주크스는 "유행성 전염병 발생 중에 채권 매입의 합법성에 대해 논쟁하는 유럽의 두 최고 법원들이 시장에 불확실성을 주입하고 있다"고 말했다. 케네스 브루스 전략가도 "이번 판결은 유로존이 미국의 연방준비제도이사회와는 달리 통일된 금융정책을 추진하기가 얼마나 어려운지를 보여준다"고 지적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