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대 총선 투표율 66.2%, 28년만에 가장 높아
전문가들 "30~50대 적극 투표 의사 작용"
"386 세대의 50대 이상 편입, 총선 판세 영향 가능성"
◆…코로나19 여파로 21대 총선의 투표율이 저조할 것이라는 예상을 뒤엎고 지난 15일 집계된 최종 투표율은 66.2%로 28년 만에 가장 높게 나타났다. (사진=연합뉴스)
28년 만에 가장 높은 투표 참가를 기록한 21대 총선의 투표율이 더불어민주당의 압승에 영향을 미쳤을지 관심이 쏠린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가 15일 투표 마감 직후 공개한 전국 최종 투표율은 66.2%로 집계됐다.
이는 71.9%의 투표율을 보인 1992년 14대 총선 이후 가장 높은 투표율로 전체 선거인 4399만4247명 중 2912만7637명이 투표했다.
당초 코로나19 사태의 여파로 투표율이 지난 선거에 비해 저조할 것이란 예상도 나왔지만 실제 투표율은 이러한 전망을 뒤엎었다. 지난 20대 총선의 투표율(58.0%)과 비교해도 8% 포인트 높은 투표율을 기록했다.
중앙선관위 관계자는 "코로나 사태에도 정치에 대한 유권자들의 관심이 높았고 높은 수준의 투표소 방역 조치가 이뤄져 투표율을 높였다"고 밝혔다.
아직 선관위가 본투표의 연령별 투표율을 발표하지 않았지만 이번 총선에서 높은 투표율을 나타낸 것은 30~50대의 연령대에서 적극적으로 투표에 참여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보수 색깔이 상대적으로 옅은 젊은 유권자와 50대 이상에 진입한 '386세대'가 민주당의 승리를 견인했고, 이 같은 성향이 개표 결과에 반영됐다는 것이다.
김성완 시사평론가는 16일 YTN 방송에 나와 "중앙선관위의 의식조사에서 30~40대가 70% 이상의 적극적인 투표 참여 의사를 밝혔다"며 "30~40대가 이렇게 투표하지 않으면 투표율이 66%까지 올라가지 못한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중앙선관위가 지난 4~5일 한국갤럽에 의뢰해 실시한 '2차 유권자 의식 조사'에 따르면 30대의 75.6%, 40대의 84.4%가 '반드시 투표할 것'이라고 응답했다. 지난 총선과 비교해 4.3(30대)~7.4(40대)% 포인트 증가한 수치다.
김 시사평론가는 미래통합당 차명진 후보의 '세월호 막말'과 관련해서도 "30~40대의 경우 어린 자녀를 둔 세대일 가능성이 크고, 특히 여성층은 세월호 문제에 굉장히 예민하다"며 "사전투표율에 젊은층이 적극적으로 투표에 참여했다면 (차 후보의) 막말이 영향을 미쳤을 개연성이 충분하다고 생각한다"고 분석했다.
그는 '386세대'의 투표 성향에 대해선 "20~40대와 386세대가 결이 다르고 386 세대와 베이비붐 위에 있는 산업화 세대와도 결이 다르다"면서 "386세대들이 이미 50대에서 60대 초반까지 편입되기 시작했다는 부분에 대해서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김형준 명지대 교수 또한 이번 총선 결과는 정당 체제를 재편하는 과정이라고 분석했다.
김 교수는 "그동안 주류세력으로 차지했었던 보수 산업화 세력이 진보 민주화 세력으로 교체되는 과정"이라며 "과거에는 2040 대 5060의 구도였는데 지금은 3050 대 6070 구도로 바뀌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30~50대의 유권자 지형이 만들어졌다는 것은 진보가 튼튼해질 수도 있고, 전례 없는 180석의 의석이 만들어진 것은 1.5 정당체제로 바뀌었다고 볼 수 있다"며 "1.5 정당 체제는 한 정당이 1이라고 하면 나머지 정당은 전부 합쳐봤자 0.5밖에 안 된다"고 말했다.
역대 주요 선거는 50대 이상의 투표율이 높으면 보수 성향의 정당이 유리했지만, 50대 이상의 정치 성향에 변화가 생긴 것이 민주당의 압승에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다.
전문가들은 이번 총선이 선거법 개정으로 선거 연령이 만 19세에서 만 18세로 하향 조정된 뒤 첫 실시된 선거라는 점도 선거 판세에 영향을 미쳤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최영일 시사평론가는 지난 15일 YTN 방송에 출연해 "(선거법 개정으로) 2002년 4월 16일 이전 출생자들이 이번에 투표할 수 있게 됐는데 그 인구만 해도 50만명이 넘는다"며 "박빙 지역에서는 10대의 표심이 당락을 가를 수도 있다"고 말했다.
한편 이번 총선의 지역별 투표율은 울산시가 68.6%로 1위를 기록했고, 세종시(68.5%), 서울시(68.1%), 경남·전남(67.8%) 순으로 집계됐다.
충남(62.4%)이 투표율이 가장 낮았으며, 제주(62.9%), 인천(63.2%), 충북(64.0%), 대전시(65.5%) 등 지역도 전국 투표율에 비해 다소 저조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