솔개에서 배우는 인생이모작

하늘의 제왕이라고 불리는 솔개는 맹금류 중의 하나로 몸길이는 60cm 정도 되며 몸의 윗면은 검은 갈색이고 아랫면은 약간 연하다. 얼굴 일부와 멱은 흰색이며 연한 갈색의 세로무늬가 있으며 M자 모양의 꽁지깃이 특징이다. 예로부터 한국에서 흔한 나그네새이자 텃새였으나 최근에는 찾아보기 어려운 겨울철새가 되었다. 1970년대 까지만 해도 서울 종각과 창덕궁의 나무 위에 수백 마리가 모여들어 잠을 자고 제주에서는 비교적 흔한 여름새였으나 지금은 겨울에만 일부 지방에서 볼 수 있다고 한다.

솔개는 조류 중 가장 장수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는데 최장 70년 이상 살 수 있다고 한다. 그러나 40년 정도가 지나면 발톱, 부리, 깃털 등이 노화하여 사냥감을 제대로 잡을 수 없는 상태가 되는데 이때가 되면 솔개에게는 두 가지 선택이 있다고 한다. 사냥을 제대로 못하고 그대로 굶어 죽을 날을 기다리든가 아니면 약 반년에 걸친 매우 고통스런 갱생 과정을 수행하는 것이다. 솔개의 갱생과정을 보면 백세인생을 살아가는 지금의 우리에게 큰 교훈을 준다.

갱생의 길을 선택한 솔개는 먼저 사람이 닿지 않고 천적이 없는 산 정상으로 높이 올라가 그곳에 둥지를 짓고 머물며 고통스런 수행을 시작하는데 먼저 부리로 바위를 쪼아 부리가 깨지고 빠지게 만든다. 부리가 빠지고 나면 서서히 새로운 부리가 돋아나는 것이다. 새로운 삶을 살기 위해서 부리를 바위에 쪼아대는 그 고통을 상상해 보라.

백세시대를 살아가는 우리는 정년까지 직장생활을 한다 하더라도 40년의 시간이 남는다. 40년의 시간을 어떻게 보낼 것인가 고민해 보자. 갱생을 택하지 않고 굶어 죽는 솔개가 될 것인지 아니면 힘든 갱생 과정을 통하여 새로운 삶을 사는 솔개로 다시 태어날 것인지! 과거 잘 나가던 시절에 대한 미련에 사로 잡혀 신세한탄만 하면서 세월을 보내지 말고 새로운 인생 이모작을 위하여 과거의 나를 버리고 새로운 나를 만들어야 한다.

부리가 새로 돋아난 솔개는 새로운 부리로 사냥감을 제대로 낚아채지 못하는 무딘 발톱을 하나하나씩 뽑아 제거한다고 한다. 손톱이나 발톱 밑에 자그마한 상처만 있어도 아픈데 생 발톱을 스스로 뽑으면 얼마나 아프겠는가! 낡은 부리로 바위를 쪼는 것보다 새로운 부리로 자신의 낡은 발톱을 뽑아내는 것이 얼마나 힘든 과정일지 생각해 보자.

행복하고 의미 있는 인생 후반전을 위해서는 우리도 솔개처럼 기존의 모든 것을 새롭게 바꿔야 한다. 과거 무계획적으로 소비하던 씀씀이를 줄이고 합리적인 소비와 구체적인 재무계획을 수립해서 생활해야 하고 젊음을 핑계로 폭음과 무절제한 생활패턴에서 규칙적인 운동과 건강한 생활방식으로 바꿔야 한다. 그렇게 해야 가족이나 남에게 의존하지 않는 건강수명(평균수명=건강수명+의존수명)을 오래 지속할 수 있다.

새로운 부리와 발톱이 돋아나면 원활한 비행을 위해 이번에는 날개의 깃털을 하나하나 뽑아낸다. 날카로운 발톱과 튼튼한 부리를 새로 만들었으나 무겁고 오래된 날개로는 제대로 날 수가 없어 사냥감을 민첩하게 잡을 수 없기 때문이다. 부리와 발톱을 새로 만드는 갱생과정 보다는 덜 고통스럽게 보이지만 이 과정 없이는 솔개의 새로운 삶을 담보할 수는 없다.

과거의 나를 버리고 새로운 나를 만들고 인생 후반전의 생애설계 계획을 수립했다면 이번에는 의미 있는 인생이모작을 위한 준비를 해야 한다. 오랜 사회생활을 하면서 내가 잘하는 것은 무엇인지 어떤 자격증과 기술을 가지고 있는지 그리고 그것을 어떻게 활용하면 좋을지에 대한 고민을 해야 한다. 성격유형분석, 직무적합도검사, SWOT분석 등 여러 가지 도구를 활용해서 나의 정체성을 다시 한 번 정의하도록 하자. 무료로 검사를 해 주는 곳도 많으니 적극적으로 활용하여 인생 이모작을 충실하게 준비하자.

약 반년의 고통스런 갱생과정을 거치고 새 깃털이 돋아난 솔개는 완전히 새로운 모습으로 변신하게 된다. 그리고 다시 힘차게 하늘로 날아올라 30년의 수명을 더 누리게 되는 것이다. 하지만 이 솔개의 이야기는 진실이 아니라고 한다. 조류 중 부리가 상한 뒤 다시 자라나는 조류는 없다고 하며 솔개의 수명은 평균 20년 정도라는 이야기도 있다. 아무튼 그게 중요한 것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다만 고통스러운 재탄생 과정을 겪지 않고는 새로운 미래를 만들 수 없다는 것은 확실하다.   

백세시대 고령사회를 살아가는 우리는 60세에 정년퇴직을 하더라도 30~40년의 시간이 주어진다. 과거에 얽매이고 현실의 나를 직시하지 못하면 미래의 인생 후반전이 힘들 수도 있다. 돈과 건강만이 인생의 전부가 아니며 행복하고 의미 있는 인생을 살기 위해서는 더 많은 것이 필요하다. 지금 코로나19로 인하여 지구촌 사람들이 힘들어 하고 있다. 온라인 개학, 긴급재난지원금, 마스크를 착용한 결혼식, 마스크 구매를 위한 줄서기, 재택근무 등 지금까지 경험하지 못한 새로운 세상에 직면했다. 사회적 거리를 강조하는 지금 이 기회를 잘 활용하여 자신을 성찰하는 계기로 삼아야 한다. 솔개의 지혜를 참조하여 생애설계를 실행한다면 코로나19가 종식된 후 활기차고 건강한 인생 이모작이 될 것이라 확신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