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표변리사 "맞춤세미나가 아니면 No!"

"Don't find customers for your products, find products for your customers.(제품에 맞는 고객을 찾지 말고, 고객에 맞는 제품을 찾아라)" - Seth Godin

당연한 말이다. 다시 한 번 새겨 보면, 제품이나 서비스 모델을 미리 만들어 놓고 나서 고객들에게 필요한 것이라고 설득할 것이 아니라, 고객의 니즈(needs)를 미리 찾아보고 그에 맞춰서 제품이나 서비스 모델을 만들라는 말이다.

또 이런 격언도 있다. "Markets are conversations.(시장(=고객들)은 대화이다)" - The Cluetrain Manifesto 

고객의 니즈(needs)에 맞춰 제품이나 서비스를 제공하려면 대화가 그 기본이라는 말일 것이다.

A 특허법인은 국내에서 가장 규모가 큰 변리사 법인이다. 이 법인에는 변리사가 주류이지만 특허상표 등 IP(intellectual property: 지적재산권)를 담당하는 변호사도 많다.

그런데 그 법인의 갑 대표는 불특정 다중(多衆)을 상대로 하는 일반 대규모세미나를 좋아하지 않는다. 후배들이 불특정 다수가 모이는 대대적인 세미나를 개최하겠다고 건의하면 이를 달갑게 여기지 않는다.

전문직들 대부분은 기업들을 최대한 많이 모아놓고 대규모의 세미나를 개최하고 싶어 한다. 대개 관심이 많은 법안이 새로 통과되거나, 업계에 민감한 새로운 이슈가 제기되면 그런 세미나가 인기를 끈다. 투입시간과 비용이 적어서 일반적인 홍보수단으로는 좋은 전략이다. 하나의 자료만을 만들어서 한 곳에서 최대의 청중을 모아놓고 일괄 발표를 하니 최소한의 시간과 비용을 들여서 최대의 홍보를 할 수 있기 때문이다. 옳은 생각이다.

그런데 여기서 잠시 우리가 과거의 경험들을 한 번 떠올려 보자. 이런 세미나가 과연 고객과 일감을 실제로 증가시키는데 크게 도움이 되었던가? 물론 고객이나 일감 창출이 전혀 없지는 않았을 것이다.

분명 발표자의 이름이나 법인을 기억하고 찾아오는 새로운 고객이 있었을 것이다. 그러나 그 숫자가 기억에 남을 정도였던가? 이런 실속 없는 세미나보다는 개별기업의 사정에 초점을 둔 맞춤세미나가 실속이 있다는 것이다.

흔히 이를 골프게임에 비유한다. 골프게임에서 드라이버(driver)는 잘 쳐봐도 폼은 나는데 실속이 없고, 퍼터(putter)는 폼이야 아무리 괴상해도 자기에게 특화된 폼으로 공을 홀에 잘 넣기만 하면 바로 돈이 되는 것이다. 불특정 다수를 초청하여 벌이는 대규모 세미나가 골프의 드라이버(driver)에 비유되는 것이다.

갑 대표가 개별기업 세미나를 선호하는 이유는 이렇다. 일반 기업 대상 대규모 세미나는 말 그대로 일반적인 홍보 효과는 있겠지만 개별기업의 사건 수임에는 별 도움이 되지 않는다. 따라서 세미나는 기업들을 개별적으로 찾아가거나 개별적으로 초청하여 그 기업에 맞는 맞춤서비스를 제공하여야 한다는 것이다.

그는 개별세미나의 네 가지의 장점을 든다.

첫째, 개별기업세미나는 다중을 상대할 때와 달리 발표내용을 그 기업의 특수성에 짜맞추어 작성할 수 있다. 따라서 그 기업의 현실에 맞는 대안이나 해결책을 제시할 수 있는 것이다. 외부의 귀가 없기 때문에 현장에서 임직원들의 거리낌 없는 질문을 유도할 수 있고 그들의 가려운 부분을 현장에서 즉시즉시 바로 긁어 줄 수 있다.

둘째, 특별히 자기들에게만 시간을 내어 자기 기업의 특성에 맞춘 세미나를 제공해 주므로, 그 기업은 그 고마움을 오랫동안 잊지 않는다. 바로 새로운 일거리를 주지는 못하더라도, 그 고마움을 기억하고 있다가 나중에 이슈가 생기면 제일 먼저 그 법인을 떠올리게 된다는 것이다.

셋째, 개별기업과 세미나모임을 가질 경우에는 프로법인에서 참가하는 전문직들과 그 기업의 임직원 간의 개별적 대면 기회가 많아져서 서로 친목을 증진할 기회가 많아진다. 단순한 업무 관계 이상의 인간적관계가 형성될 수 있다는 것이다.

넷째, 동업계의 기업들은 상호 라이벌 관계에 있다. 특히 일감이 많은 업종의 선두그룹끼리는 경쟁이 너무 치열하여 서로 연락도 않고, 함께 회동하는 것도 좋아하지 않는다.

예를 들어 어느 전문직 법인이 삼성전자와 LG전자를 한 세미나에 초청하겠다고 해보자. 두 회사 모두 이런 모임의 참석을 주저할 수 있다. 이해충돌(conflict of interest)이 심하고, 서로의 입장이 달라서, 자기들끼리 같은 장소에 모이기가 부담스러울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런 경우에 개별기업 맞춤세미나의 효과가 큰 것이다. 경우에 따라서는 한 재벌 그룹에 속하는 그룹 전체기업의 관계자를 모두 한 장소에 모이게 하여 맞춤형에 준하는 세미나를 개최할 수도 있다. 앞의 두 격언 (格言)은 바로 이것을 암시하는 것이다.

고객회사 방문은 여러 가지 잠재적 이점(potential benefits)들이 있다. 고객을 방문하게 되면, 그 기업의 사업에 관한 이해를 한층 높일 수 있고 그 기업의 여러 잠재적 법률문제 등을 파악하거나 감지할 수 있다.

그리고 그 동안 전문직들이 제공한 의견서나 자문 내용에 대하여 보다 편하게 허심탄회한 대화를 나누어 볼 수 있는 기회가 된다. 특히 그들의 눈빛을 보면서 자신들에 대한 그들의 신뢰감의 정도 등을 가늠할 수 있게 된다.

또한 이런 기회를 빌려 새로 영입된 전문직이나 다른 분야의 전문직을 소개하여 다른 잠재적 일감들을 타진해 볼 수 있는 것이다. 시간과 비용이 더 들지만, 매우 중요한 미래에 대한 투자가 되는 것이다.

이는 앞에서도 말한 바와 같이 그야말로 'markets are conversations'이기 때문이다. 

물론 이런 개별적인 맞춤세미나에도 단점은 있다. 각 기업의 개별적 특성에 맞춰서 발표자료 등을 만들어야 하고, 각 기업을 일일이 방문해야 하는 경우도 많으니 거기에 투입되는 시간과 비용이 많다는 것이다.

따라서 갑 대표도 불특정다수에 대한 세미나라고 해서 무조건 배척하자는 것은 아니다. 일반 홍보나 광범위한 잠재고객들을 타깃으로 하는 일반세미나도 당연히 병행하여야 한다. 다만, 후배 전문가들이 겉이 번지르르한 대규모 세미나를 편중적으로 선호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는 것이다. 

미국의 마케팅 권위자인 Sally J. Schmidt은 다음과 같이 말하고 있다.

"내가 행한 수많은 인터뷰 중에서 가장 기억에 남은 말이 하나 있다. 어느 신사가 말했다. 나는 20년 동안 어느 로펌과 일을 같이 해 왔다. 그런데 지금까지 그 로펌에서 한 사람도 내 사업장을 찾아온 적이 없다."

이 말을 기술하면서, 필자가 과거에 미국의 어느 프로법인에서 근무하던 때의 기억이 떠오른다.

어느 날 필자가 근무하던 그 법인의 지점(支店)에 미국지역 대표(country head)가 갑작스럽게 방문을 하였다. 그는 그 지역에서 제법 규모가 큰 고객의 공장을 방문하고 싶었다. 당연히 그 고객을 담당하는 지점 파트너가 그를 수행하기로 하였다.

그 파트너는 약 5년 전부터 이 고객을 담당해 왔다. 미국지역 대표(country head)와 그 파트너가 함께 엘리베이터에 올랐다. 대표가 갑자기 물었다.

"(5년 정도 그 고객을 맡았으니) 그 회사 공장을 찾아가는 빠른 길을 잘 아시겠네요?"

그 파트너가 대답을 못하고 머뭇거렸다.

그러자 그 대표가 다시 물었다.

"당신은 그 공장에 가 보셨나요?"

그 파트너는 머뭇거리다가 자기는 한 번도 공장에 가 본 적이 없다고 실토했다. 대표의 표정이 갑자기 굳어졌다. 그 후에 벌어진 상황은 독자들의 상상에 맡긴다. 결과만 말한다면 그 후 그 파트너는 바로 한직으로 좌천되었다.

일은 책상머리에서 하는 것이 아니고, 이리 저리 뛰어다니면서 고객을 만나고 또 그 고객의 사무실이나 공장도 둘러 본 후, 항상 그 현장을 머릿속에 넣어 두고 고객의 상황에 가장 적합한 해결책을 제공하라는 교훈이다.

"Success seems connected with action. Successful people keep moving.(성공은 행동과 결부되어 있다. 성공한 사람들은 계속 행동한다)" – Conrad Hilton

고객개발을 위한 개별기업 세미나가 되었든, 보다 나은 고객서비스 창출이 되었든, 전문직은 의견서 작성 등 내부행동(內部行動)에 주력하면서도 고객대면(顧客對面)이라는 외부활동을 소홀히 해서는 안 되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