형사판결은 후발적경정청구 사유 해당하지 않아

대법원은 "형사사건의 재판절차에서 납세의무의 존부나 범위에 관한 판단을 기초로 판결이 확정되었다 하더라도, 이는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최초의 신고 또는 경정에서 과세표준 및 세액의 계산근거가 된 거래 또는 행위 등이 그에 관한 소송에 대한 판결에 의하여 다른 내용의 것으로 확정된 경우'에 해당한다고 볼 수 없다"라고 판결하였다.

납세자가 과다하게 세금을 신고·납부하였다면 과다하게 납부한 세금의 환급을 청구할 수 있다. 이를 경정청구라고 한다.

이러한 경정청구에는 일정한 기한의 제한이 있다. 이 기한을 넘겨버리면 과다하게 세금을 납부하였더라도 경정청구할 수 없다.

그러나 납세자의 세금신고의 기초가 된 거래 또는 행위 등이 소송 등을 통해 다른 것으로 확정되면, 통상의 경정청구 기한에 불구하고 그 사유가 발생한 것을 안 날로부터 2개월에 이내에 경정청구를 할 수 있다. 이를 후발적경정청구라고 한다. 납세자의 권리구제를 확대하려는 취지에서 도입된 것이다.

세법은 후발적경정청구의 사유로 여러 가지를 규정하고 있는데, 그 중 하나가 "거래 등이 그에 관한 소송에 대한 판결에 의하여 다른 것으로 확정된 경우"이다.

거래 등에 관한 소송의 판결에 따라 그 거래 등이 다른 내용으로 확정되면 그에 맞게 세금신고 내용을 변경하여 과다하게 납부한 세금을 납세자에게 돌려주는 것이 권리구제의 취지에 맞다.

이 사건에서 납세자는 국내소비자가 주문한 물품을 해외에서 구입하여 이를 국내소비자에게 배송하는 방식으로 인터넷 쇼핑몰을 운영하였다.

이러한 물품의 수입은 수입자가 국내소비자라는 이유로 관세법상 소액물품에 대한 관세 감면이 적용되었다.

그 후 관세당국은 국내소비자가 아닌 쇼핑몰 사업자인 납세자가 수입자라고 보아 관세 등을 추징하였다. 또한 납세자는 관세법위반죄로도 기소되었다. 부정한 방법으로 관세를 감면받았다는 이유이다.

관세법위반죄는 (형사)소송을 통해 무죄로 확정되었다.

이에 납세자는 관세당국이 고지하여 납부한 관세 등의 환급을 청구하였다. 이 사건에서 관세법위반 사실에 대해 무죄가 확정된 형사판결이 후발적경정청구 사유에 해당하면 납세자의 환급청구는 적법한 것이다. 그러나 이에 해당하지 않으면 납세자의 환급청구는 기한을 경과하여 적법하지 않은 것이 된다.

대법원은 다음과 같은 이유로 형사판결은 후발적경정청구 사유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보았다.

① 형사소송은 국가 형벌권의 존부 및 적정한 처벌범위를 확정하는 것을 목적으로 하는 것으로서 거래 등에 관한 분쟁의 해결을 목적으로 하는 소송이라고 보기 어렵고, 형사판결만으로는 사법상 거래가 변경되지도 않는다.

② 과세절차는 적정하고 공정한 과세를 위한 것이나, 형사소송절차는 국가 형벌권을 확정하는 것을 목적으로 하므로, 설사 조세포탈죄의 성립 여부 등을 확정하기 위한 형사소송절차라고 하더라도 과세절차와는 그 목적과 절차가 상이하다.

③ 형사소송절차에는 엄격한 증거법칙 하에서 증거능력이 제한되고 무죄추정의 원칙이 적용된다. 즉, 합리적 의심이 없을 정도로 증명되었을 때에만 유죄라고 할 수 있다. 따라서 형사소송에서의 무죄 판결은 그러한 증명이 없다는 의미일 뿐이지 공소사실의 부존재가 증명되었다는 의미가 아니다.

대법원이 제시한 논거는 형사소송절차의 특성을 감안할 때 누구나 수긍할만한 내용이기는 하다. 지금까지 대법원은 민사판결은 후발적경정청구 사유에 해당하는 것으로 보았다. 그러나 형사판결에서는 달리 판단하였다.

판결에 의하여 신고나 결정의 근거, 거래나 행위 등이 달리 확정된 경우 그 판결이 민사인지 형사인지에 따라 달라질 이유는 없다. 판결에 대한 고도의 신뢰가 판결의 유형에 따라 달라지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따라서 원칙적으로 법원의 판결은 그 유형에 관계없이 후발적경정사유가 된다고 보아야 타당하다. 또한, 행정소송과 형사재판이 동시에 진행되는 경우, 형사재판에서 인정된 사실이 행정소송에서도 그대로 인정되는 경우가 다반사다.

그러므로 이 사건에서 형사판결은 원칙적으로 후발적경정청구의 대상이 될 수 없다고 설시한 것은 권리구제나 판결에 대한 신뢰의 측면에서 아쉬움이 있다. 대법원 2019. 12. 27. 선고 2019두47834 판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