與, 염원이던 공수처법 새해전 통과...국정 운영 탄력 받을 듯
野, 선거법 이어 공수처법 연달아 내줘...책임공방 본격화될 듯
◆…30일 국회 본회의에서 정의당 윤소하 의원이 발의한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법(공수처법)'이 통과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청와대와 더불어민주당이 추진해온 검찰개혁 법안(공수처 신설)이 선거법 개정안(준연동형 비례대표제 도입)에 이어 2019년이 저물기 직전 국회에서 통과됐다.
이로써 민주당은 1년 가까이 끌어온 개혁법안 정국을 마무리하고 총선 준비에 몰두할 수 있게 된 반면 자유한국당은 향후 당 차원 대응은 물론 법안 통과를 막지 못한 책임 공방이 진행될 것으로 보이며 혼란을 빚을 것으로 전망된다.
30일 국회는 본회의를 통해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설치 및 운영에 관한 법률안' 수정안을 통과시켰다.
자유한국당이 집단 퇴장하는 등 거센 반발이 있었지만 '4+1 협의체'(더불어민주당·바른미래당·정의당·평화당+대안신당)를 넘지 못했다.
공수처 법안은 민주당이 선거제 개편과 한데 묶어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 지정)에 올리기로 하면서 급물살을 탔다. 그 결과 올해 4월 선거법 개정안과 공수처 설치법, 검·경 수사권 조정 관련 법안이 패스트트랙을 탔다.
이번 법안 통과로 공수처는 공포 후 6개월이 지난 내년 7월 신설되며, 이로써 1954년 형사소송법 제정 이후 65년간 유지됐던 검찰의 기소독점주의가 깨지게 된다.
공수처법은 문재인 대통령의 1호 공약이자 노무현 전 대통령의 대선 공약으로 여권의 오랜 숙원이다.
1996년 국회와 시민사회가 검찰의 비대한 권력을 견제할 장치가 없다는 문제의식에서 시작된 공수처가 23년만에 신설되는 것이다.
공수처법은 고위공직자의 직무 관련 부정부패를 독립적 위치에서 전담, 수사하는 기관을 새로 설치한다는 내용을 골자로 한다.
공수처 수사 대상인 '고위공직자'는 대통령, 국회의장 및 국회의원, 대법원장 및 대법관, 헌법재판소장 및 헌법재판관, 국무총리와 총리비서실 소속 정무직 공무원,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정무직 공무원, 중앙행정기관 정무직공무원, 대통령비서실·국가안보실·대통령경호처·국가정보원 소속 3급 이상 공무원, 검찰총장, 시·도지사 및 교육감, 판·검사, 경무관 이상 경찰공무원, 장성급 장교 등이다.
또 금융감독원 원장·부원장·감사, 감사원·국세청·공정거래위원회·금융위원회 3급 이상 공무원, 국회사무처·국회도서관·국회예산정책처·국회입법조사처와 대법원장비서실·사법정책연구원·법원공무원교육원·헌법재판소 사무처 등의 정무직공무원도 포함된다.
특히 고위공직자의 배우자와 직계존비속 범죄까지 대상으로 하기 때문에 범위가 광범위한 편이다. 대통령의 경우 배우자와 4촌 이내 친족의 범죄까지 공수처 수사 대상이 된다. 이에 따라 공수처 수사 대상은 약 7200여명 정도로 추산된다.
다만 기소권을 행사할 수 있는 대상은 판·검사와 경무관급 이상 경찰로 한정돼 있다. 이 때문에 국회가 공수처를 만들어 놓고 정작 자신들은 기소 대상에서 제외시킨 것을 두고 비판도 제기된다.
공수처법의 세부 내용을 놓고도 한국당을 중심으로 '대통령 친위대'가 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공수처장은 후보자로서 추천위원 총 7명 중 6명이 동의한 2명의 후보를 뽑아 이 가운데 대통령이 1명을 지명해 인사청문회를 거쳐 임명한다.
7명의 추천인은 법무부 장관, 법원행정처장, 대한변호사협회장, 여당 추천 2명, 야당 추천 2명 등이다. 민주당은 야당 추천 몫이 2명이어서 6명의 동의를 얻으려면 야당의 동의표 1표가 필수적이므로 야당의 비토권(거부권)을 줬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4+1협의체에서 보듯 한국당을 제외한 친여 성향의 소수정당이 찬성 1표를 던지면 6표를 얻을 가능성이 높아 사실상 친여 성향의 공수처장이 대통령에게 추천될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이밖에 공수처 조직내 검사 구성에 대해서도 보는 시각이 대조적이다.
한국당은 특정 성향, 특히 민변 출신의 변호사가 대거 임명될 수 있어 '민변검찰화'하겠다는 의도를 우려하고 있다. 반면 민주당은 10년 이상의 변호사 자격은 유지되고 있으며 이는 그 어떤 기구나 특검보다 높은 자격 요건을 설정했으므로 기우에 불과하다는 입장이다.
공수처 법안 통과로 민주당은 새해가 되기 전 홀가분한 입장이 됐다. 염원이던 공수처 신설이 가능하게 돼 총선 준비는 물론 하반기 문 대통령 국정 운영에도 탄력이 붙을 전망이다.
이인영 민주당 원내대표도 이날 오전 국회에서 열린 원내대책회의에서 "어제 해를 넘기지 않고 공수처 설치를 매듭지을 수 있어 다행"이라며 "검찰개혁의 산봉우리가 아직 더 남아있지만 한 고개를 무사히 넘었다"고 밝혔다.
또한 연동형 비례대표제 도입 국면에서 소수야당과 오랜 진통이 있었지만 협의체를 이끌면서 지역구 의석을 줄이지 않는 방향으로 합의를 이끌어낸 점과 반대급부로 공수처법안에 대한 소수야당의 협조를 이끌어 낸 점 또한 당 내부 결속에 긍정적으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반면 한국당 지도부는 내년도 예산안, 선거법 개정안에 이어 공수처 법안마저 내주면서 당 차원의 대응이 있겠지만 책임 공방이 불가피할 것으로 전망된다. 일각에서는 의원 수가 부족한 상황에서 예견된 일이었기에 책임을 묻기보다는 총선에 집중해야 한다는 당내 의견도 나온다.
한국당 원내지도부는 우선 전날 공수처 법안이 통과되자마자 2시간 동안 회의를 진행했고, 의원들의 결기를 모아 의원직 총사퇴를 결의했다. 일부 의원들은 이미 사퇴서를 제출했으며 조만간 의원 108명 전원의 사퇴서를 받기로 했다.
심재철 한국당 원내대표는 "예산안과 선거법 개정안 불법 날치기에 이어 세 번째로 날치기 처리된 공수처 설치법으로 모두 분노를 참지 못했다"며 "사퇴서를 직접 작성해 제출하기로 했고 일부는 제출했다. 사퇴서를 어떻게 처리할지 원내대표단과 당 지도부가 결정하겠다"고 말했다.
하지만 국회법상 회기 중 의원직 사퇴는 본회의 재적의원 과반 찬성으로 가결되며, 회기가 아닐 때는 국회의장 결재가 필요하기 때문에 현실화될 지는 좀 더 지켜봐야 할 것을 보인다.
총사퇴 결의와 별개로 책임공방의 향방은 어느 방향으로 전개될 지 섣불리 예측하기 어려운 실정이다. 황교안 대표가 그간 단식과 장외투쟁 등 대여투쟁을 지속적으로 해왔다는 점에서 온전히 책임을 묻기는 어려운 상황이다.
또한 대선주자 선호도 여론조사에서 황 대표에 대항할 보수 진영 인물이 마땅치 않다는 점 또한 황 대표 책임론을 비켜갈 명문으로 작용할 수 있다.
심 원내대표 또한 취임한 지 얼마 되지 않아 마찬가지다. 심 원내대표는 이미 패스트트랙 정국이 상당 부분 진행된 상황에서 취임했기때문에 향후 대여 대응에 집중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홍준표 전 대표가 공수처 신설 저지 실패 책임을 물어 지도부 총사퇴를 요구하는 등 당 안팎에서 책임론이 제기되기 시작해 총선까지 영향을 미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한편 한국당은 공수처 신설이 위헌 소지가 있다고 판단, 헌법소원을 제기할 예정이어서 공수처 법안이 통과됐지만 여야 극한 대치는 지속될 전망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