빗물 모여드는 곳은 사람과 돈 모이는 목 좋은 도깨비장터

인간의 인체는 대략 70% 정도가 수분인 물로 구성되어 있다. 그래서 빗물과 물이 모여들고 물이 고이는 자리에 사람도 몰려드는 경향을 가진다. 자연지리 속에서 기(氣)가 응집된 상징물들 중의 대표적인 게 바로 물(水)이다. 물(水)이 모여드는 곳이 바로 취기(聚氣)의 요충이다.
 
그러므로 물이 흐르다가 머무르며 물이 고이는 자리에 기(氣)가 응집되어 머물고 취기(聚氣)하는 곳 그래서 그런 곳에 사람들이 모여드는 경향을 가진다고 정형화할 수 있을 것이다. 이게 바로 풍수역학(風水易學)의 출발점이다.

이러한 풍수역학(風水易學)의 원칙을 알아야 소위 말하는 목이라는 길목이 좋은 자리를 고를 수 있음이다. 제아무리 구획정리를 잘하고 택지조성사업을 잘해도 본래 지닌 커다란 지형의 흐름을 완전하게 모두 바꿀 수는 없기 때문이다.
 
통상 장사하기에 좋은 자리를 물(水)이 좋은 곳이나 물(水)이 좋은 동네라고 부른다. 예컨대 지하철을 기준으로 관찰했을 경우에 강남역의 부근, 삼성역의 부근, 신촌역의 부근, 홍대역의 부근도 물이 모여드는 곳이다. 그리고 남대문시장, 동대문시장, 광장시장, 청량리청과시장 등도 대동소이하다.

한마다로 물(水)은 돈을 상징하며 재물(財物)을 나타내는 상징물이다. 어쩌면 물(物)이란 말이 물(水)과 발음상 같은데서 연유한 것으로 추정한다고 한들 큰 무리가 있어 보이지 않는다.

농경을 중심으로 하는 농촌사회에서도 농사를 지을 때에 수로(水路)에 해당하는 물꼬가 대단한 이권으로 작용했다. 자연스럽게 산업사회인 도시의 시장에서 상업적인 장사를 함에서도 그런 영향이 크게 미쳤을 것으로 여겨진다.

전통적으로 경사진 지형에서 고갯마루가 시작되는 곳을 장사하기에 좋은 길목이라고 여겼다. 이는 심리적으로 고개에 오르기 전에 물건을 사려는 인간의 욕구를 드러내는 데서 그 1차적인 원인을 찾아 볼 수가 있을 법하다.

목이란? 대목 길목 목숨줄 등의 표현에서 나타나듯이 어떤 생명력과 연관된 말이 분명하다. 사람의 목이 끊어지면 살지 못함과 마찬가지로 목이 나쁘면 장사나 사업의 생명도 길지 못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가파르건 그렇지 않던 경사진 길이 시작되는 길목은 아주 중요한 목이라고 할 수가 있다.

한편 목이란 나의 할당량이라는 내목에서도 나타난 것처럼 어떤 이익이 일정하게 분배된 양(量)을 가리키기도 한다는 점이다. 다시 말해서 노동을 하여 자신에게 주어지는 이익의 양이 얼마나 되는가하는 것도 목이 좋으냐? 나쁘냐? 에서 결정된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예컨대 남대문시장은 남산 북사면(北斜面)의 용맥(龍脈)이 끝나는 지점에 해당하는 남대문(南大門)=숭례문(崇禮門)자리의 시내 쪽에 자리하고 있다. 즉 남대문시장은 퇴계로(退溪路)의 로면(路面)이 중앙우체국에서 남대문으로 이어지는 길보다 약 7m 정도가 더 높다. 7m면 2.5층 정도의 건물의 높이에 해당한다. 그러므로 남대문시장은 바로 경사가 시작되는 언덕바지 언덕거리의 목에 자리를 잡고 있는 셈이다.

한편 서울 한양의 좌청룡(左靑龍)에 해당하는 낙산은 도성(都城)의 동쪽에 있는 동산(東山)으로 산세가 낙타(駱駝)를 비슷하게 닮아서 낙타산(駱駝山)이라고 불렸는데 줄여서 낙산(駱山)이라 하게 되었다.

역시 동대문시장은 청계천을 끼고 있어서 그런 표고의 큰 차이는 없지만 서울의 동쪽에 있는 좌청룡맥(左靑龍脈)이라고 할 수 있는 종로와 성북구에 걸쳐 자리한 낙산(駱山)이 감싸주는 위치에 자리하고 있다. 그러므로 동대문시장도 비스듬하게 경사가 시작되는 낙산(落山)의 언덕바지 언덕거리의 목에 자리를 잡고 있는 셈이다.

동묘(東廟)를 기준으로 보면 앞쪽의 넓은 들판이 곡물을 위주로 다루는 송파나루와 광나루의 상권과 바로 연결된 시장터다. 이곳 역시 낙산(落山)의 오른쪽 줄기와 맞대고 있는 언덕바지 언덕거리의 목에 자리를 잡고 있는 셈이다.

그뿐이랴 성북구의 길음(吉音)시장, 관악구 봉천(奉天)시장 등 1950년대 이후에 형성된 재래시장들도 보면 대체적으로 언덕바지로 이어지는 경사지의 길목에 입지해 있다는 점이다. 이러한 점이 바로 사람을 끌어들여 물건을 매매하는 자리인 도깨비장터 시장의 공통적인 입지요소라는 점이다.

노병한 한국미래예측연구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