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정금리 장기차입금, 금리차 크면 부당행위 될수도

대법원은 최근 “변제기가 장기인 경우에는 고율의 이자를 유지하는 것이 정당하다고 인정될 수 있는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최초로 금원을 차용한 당시뿐만 아니라 그 이후 이자를 지급할 당시를 기준으로 부당행위에 해당하는지 여부를 판단할 수 있다”라고 판시하였다.

세법에서는 특수관계자간에 시가와 다른 가격으로 거래하여 조세의 부담을 부당하게 감소시킨 경우에 적용되는 규정을 두고 있다. 이를 부당행위계산 부인이라고 하고, 그 핵심은 시가가 무엇인지에 대한 것이다. 그런데 계약 체결 시 매매대금이 정해진 후 자산의 양도가 상당한 기간이 지나서 이루어지는 경우에는 어느 시점의 시가를 기준으로 부당행위계산에 해당하는지를 판단해야 할까? 법은 납세자의 행위 당시를 기준으로 판단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판례도 대금을 확정 짓는 거래 당시를 기준으로 부당행위계산 부인 대상인지를 판단해야 한다는 입장을 가지고 있다. 예컨대 대법원은 자산의 저가 양도가 문제된 사안에서 매매계약체결시기와 양도시기가 다른 경우 부당행위계산에 해당하는지 여부는 그 대금을 확정 짓는 매매계약체결 당시를 기준으로 판단하는 것이라고 판시하였다. 그리고 대법원은 대여 당시에는 부당행위계산 부인 대상이 아니었던 만기 5년 6개월의 금전대여가 그 후 시가의 기준이 되는 이자율이 변동되었다는 사정만으로 부당행위계산 부인의 대상으로 변한다고 하는 것은 불합리하다고 판시한 바 있다.

대상판결에서는 원고가 특수관계인으로부터 장기간 차입한 차입금의 이자율과 관련하여 위 차입거래가 부당행위계산 부인 대상에 해당하는지가 문제되었다. 원고는 사회간접자본시설 민간투자사업의 사업시행자로서 1999년 주주로부터 자금을 차입하면서 다른 민간투자사업 시행자의 당시 차입이자율과 비슷한 수준의 고정금리에 변제기를 18년으로 약정하였다.

한편, 1999년 이후 이자율이 계속 하락하여 차입 당시 약정한 이자율과 시장 이자율의 차이가 커졌다. 이에 과세관청은 2009~2012 사업연도에 대하여 원고가 특수관계인에게 시장 이자율보다 높은 이자율로 이자를 지급하였다고 보아 부당행위계산 부인 규정을 적용하여 과세처분을 하였다.

대상판결은 변제기가 장기인 경우에는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이자를 지급할 당시를 기준으로 부당행위에 해당하는지를 판단할 수 있다”면서 2009~2012 사업연도에는 위 차입거래가 부당행위계산 부인 대상에 해당한다고 보았다. 한편, 대법원은 대상판결 선고 전 민간투자사업의 사업시행자가 특수관계인으로부터 장기·고금리로 후순위 차입금을 차입한 거래에 대해서는 부당행위계산 부인 대상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보았다(대법원2018.7.20.선고 2015두39842 판결 참조).

위 판결에서는 후순위 차입금이 문제되었다는 점에서 대상판결과 사안이 다르지만, 변제기가 장기이고 고율의 고정금리를 부담하였다는 점에서는 동일하다. 즉, 대상판결은 변제기가 장기라면 여러 가지 사정을 고려하여 부당행위계산 부인 대상에 해당하는지 여부를 달리 판단할 수 있다는 취지로 이해된다.  

그러나 계약이 일단 적법하게 체결된 이상 그대로 유지되는 것이 원칙이고, 일방당사자가 계약을 해지하기 위해서는 해지권을 가지고 있거나 사정변경 등 특별한 사정이 있는 예외적인 경우에 한하여야 할 것이다. 대상판결은 이 점을 분명하게 하지 않는 점이 아쉽다. 그리고 이 때 특별한 사정에 대한 입증책임은 과세관청이 부담하는 것이 맞을 것이다.

이러한 점에서 대상판결의 결론을 일반화하기는 어렵다. 그렇지만 납세자로서는 특수관계인과 변제기가 장기인 금전대차거래를 하는 경우 최초 대여 당시에는 아무런 문제가 없더라도 향후 시장 이자율이 변경되는 경우에는 부당행위계산부인 규정이 적용될 가능성이 있다는 점을 유의할 필요가 있게 되었다. 대법원2018.10.25.선고 2016두39573 판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