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교역의 리스크 관리법

1. 남북교역 리스크의 특징
'리스크'란 불확실성에 노출(exposure to uncertainty)된 정도를 의미하며 부정적 상황은 물론이고 긍정적인 상황도 포함한다. 리스크란 '뱃심좋게 도전하다(to dare)'라는 이탈리아어 'ricicare'에서 유래된 말이다. 리스크가 있으면 기회도 있다. 한자로 위기(危機)란 말이 위험과 기회를 동반한 단어인 것과 마찬가지이다.

이러한 리스크라는 단어에 바탕을 두고 '남북교역 리스크'를 정의 내려보자. 우선 '교역'의 정의도 찾아보자. '교역 : 나라와 나라 사이에서 물건을 사고 팔고 하여 서로 바꿈'이다. 그렇다면 남북교역 리스크는 '남한과 북한사이에서 유무형의 물자와 자금의 흐름이 일어날 때 발생할 수 있는 위험과 기회'라고 할 수 있다.

남한이라는 나라와 북한 이라는 나라 사이에서 일어나는 무역과 수반된 위험이다. 두 지역 간의 체제를 분명히 인정하고 시작하는 단어이다. 우리가 흔히 남북교역에서 착각하는 국내 간의 거래를 전제로 하는 것이 아니다. 이러한 혼란이 일어난 것은 헌법상의 '미 수복 지역인 북한'과 실질상의 다른 체제가 존재하는 북한을 하나라로 보기 때문이다.

헌법상으로는 북한은 한국이라는 국가에 속한 지역일지 몰라도 무역을 할 때는 다른 나라임을 인정하는 셈이다. 그런데 북한이라는 나라는 다른 나라와는 많이 다르다. 흔히 불리는 '비정상 국가'이다. 일반적으로 정상국가라고 하는 것은 국제적 규범을 준수하고 상대방과 한 약속을 잘 이행하는 나라를 의미한다. 국제적 규범의 가장 기본적인 것은 유엔헌장의 준수로써, 유엔헌장의 기본정신은 세계 평화유지와 인권존중, 환경보호 등에 있다고 할 수 있다. 또한, 정상국가가 되기 위한 두 번째 기준인 약속이행과 관련해 볼 때에, 한마디로 북한은 신용불량 국가이다. 북한정권은 그동안 세계 30여 개 국가로부터 140억 달러의 빚을 져왔다. 이들 나라 가운데 일본, 스웨덴, 이란, 독일 등은 북한에 빚을 갚으라고 요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북한은 마이동풍 식으로 채무상환 요청을 묵살하고 있다. 또 남북한은 지난 1972년 초부터 지금까지 수많은 합의서를 채택했다. 그런데 그 많은 합의서가 북한정권의 일방적 거부로 인해 휴지 조각이 돼 버렸다. 이 같은 일련의 국제규범 위반이나 약속 파기를 밥 먹듯 하는 북한정권을 정말 정상상태에 있다고 볼 수는 없다. 자유아시아방송, [송영대] 비정상 국가로 치닫는 북한, 2013.5.1
 

남북교역은 비정상 국가와의 무역이다. 이러한 나라와 하는 무역에서 남한의 무역 거래 상대방이 정상적이기는 쉽지 않다. 기본적으로 무역이라 함은 개인 또는 기업에서 행하는 것이 보통이다. 그러나 북한과의 무역의 대체로 정부기관, 군대에 속한 기관 또는 정부기관의 허가증을 빌린 지위 불안정한 개인 자본가인 '돈주'이다.

따라서 정상적인 무역에서 일어나는 수입자와 수출자 간의 관계와는 매우 다른 양상의 무역거래, 무역지불 결제와 클레임 발생등이 일어나게 된다. 거래 상대가 비정상이라는 것은 불확실성이 매우 크게 증폭된다는 의미이다. 일반적인 무역거래는 상호 발전을 위한 이익이라는 전제하에서 이루어진다. 남북교역에서는 상대의 존재가 불확실하다.

개인일수도, 기업일수도, 군대일수도, 또는 국가일수도 있는 애매모호한 상태의 거래 파트너를 만나는 게 일상이 된다. 어쩌면 나의 잠재적 교역파트너는 나처럼 금전적 이익을 위하여 나와 거래하는 것이 아닐 수도 있고, 어쩌면 나와 제품납기라는 시간적 개념이 다를 수도 있다.

2. 남북교역 리스크의 종류
남북교역 리스크는 일반적 상거래의 리스크와 더불어 매우 다른 종류의 리스크도 있다.

가. 투자리스크
북한의 제조업 여건이 워낙 불비하다 보니 남한 기업들은 일단 북한에 설비를 투자하고, 위탁가공을 통하여 남한으로 물품을 반출하여 남한 또는 제3국 등에 판매하는 전략을 많이 세우고 있다. 개성공단의 사업 대부분이 그렇게 이루어졌고, 2010년 이전의 남북교역도 대체로 그런 식으로 이루어졌다. 그리고 그 중에서 살아남은 기업은 소수에 불과하다. 이렇게 투자했을 대 대하는 가장 큰 위험은 '불비한 인프라'를 꼽을 수있다. 양파가 풍년이라도 용기와 수송로가 없어서 썩을 정도로 인프라가 좋지 않다.

나. 반출자 리스크
여기서 반출자라 함은 남한으로 물건을 수출하는 북한 기업을 의미한다. 과연 북한에서의 비즈니스 목표는 관료적인 입장에서 보았을 때 '사업 목표 달성'이 우선일 수있다. 이 때의 목표는 금전적 목표가 아닌 '몇 건을 달성했다'라는 '건수 목표'이라면 제품의 품질이나 금액은 중요하지 않을 수 있다. 북한식 중앙 집중식 생산체계에서는 얼마든지 가능하다.

이런 북한 파트너에게 남한식 품질 경영, 수익위주의 경영은 전혀 딴 나라의 이야기이다. 납기를 중요하게 여길 리도 없다. 반출자가 정말 제대로 계약을 이행할 만한 의지와 능력이 있는 지를 챙겨보아야 한다. 특히 거래 파트너의 법적 지위가 '정부 기관의 허가증을 빌린 개인'인 경우 갑작스런 거래 중단이 일어날 위험이 많다.

다. 반입자 리스크
여기서 반입자라 함은 북한에서 남한으로 물건을 수입하여 남한 또는 제3국에 판매하는 남한 기업을 의미한다. 우리는 북한을 너무 만만하게 보거나 어렵게 보고 있는지도 모른다. 앞서 말한 것처럼 북한과의 교역은 서울-부산에 있는 기업간의 거래처럼 동일 국가간의 거래라고 보기 매우 어렵다. 무역에 대한 절차는 물론이고, 남북교역의 절차와 실무를 알아야 한다.

과거 적용되었던 교역실무 절차 매뉴얼을 보면 거의 국제간의 무역절차와 수출입 통관 절차를 그대로 인용한 경우가 많다. 국제 무역에서 수입자의 역할이란 좋은 물건을 제 때에 공급할 수 있는 파트너를 찾아서 적기에 대금을 지불하는 정도면 된다. 하지만 남북교역에서 반입자의 역할은 이와 더불어 남북교역의 기회와 위험을 제대로 파악해야 한다. 북한을 단순히 저임금 고품질 생산을 위한 기지로만 여겼다가는 초창기 중국 개방시기에 투자진출했던 많은 기업들처럼 큰 코다치기 십상이다.

라. 국가리스크와 기업 외부리스크
'북한'을 말할 때는 늘 먼저 나오는 말이 있다. 남북관계, 대미관계, 대중관계 그리고 동북아 정치상황 등등이다. 경제보다 언제나 정치적 상황이 먼저다. 그리고 늘 급변하다. 이런 외부적 상황은 기업이 통제하지를 못하고, 늘 방관자 입장에 서 있다가 허둥지둥 대처 방안을 만들어야 한다.

북한의 군사적 행동도 문제이지만, 남한의 정권바뀔 때마다 극에서 극으로 변하는 대북 통일정책도 상당한 위험요소이다. 이외에도 남북한의 다른 회계처리 방식, 노동관리 방식, 자금관리와 문화도 커다란 남북교역의 기업 외부적 리스크라 할 수있다.

3. 리스크 관리 전략
기업을 경영하는 것은 상당한 지식과 경험 그리고 확률을 동반한 도박과 같은 게임이다. 사업 성공의 핵심은 자신에게 맞는 게임을 수행하는 것과 게임을 자신에게 유리한 방향으로 변화시키는 것이다. 휴 커트니는 그가 지은 '불확실성 경영'에서 기업이 직면하는 불확실성을 미래 예측의 정확성 정도에 따라 '명확한 미래' '선택 대안이 있는 미래' '발생가능한 범위내의 미래' '완전히 모호한 미래'의 4가지 수준으로 구분한다. 그리고 불확실성의 각 수준에서 어떠한 전략이 유용하며 적합한 지를 적용 사례와 함께 제시하고 있다.

수준 1 : 예측 가능한 명확한 미래에서의 전략
예측할 수 있는 기업환경에서는 대부분의 회사가 적응자이다. 분석은 사업의 미래 전망을 예측할 수 있도록 고안되며, 전략은 어디에서 어떻게 경쟁할 지에 관한 위치 선정을 포함한다. 기반을 이루는 분석이 견실할 때, 그러한 전략은 일련의 후회없는 행동으로 구성된다.
(남북한, 북미관계는 좋아질 것이고, 이에 따라 세계 기업의 대북 인프라 투자는 무조건 단기간내에 이루어진다?)

수준 2 : 선택 대안이 있는 미래에서의 전략
수준 1에서의 (사건) 형성자가 불확실성을 야기한다면, 수준 2에서 4까지 그들은 불확실성을 줄이고 혼돈상태에서 질서를 창조하려한다. 수준 2에서 형성전략은 선회되는 산업 시나리오의 발생가능성을 증가시킬 수 있도록 계획된다. 예컨대 전력회사 또는 에너지 집약적 생산공정에 의존하는 회사들은 다른 대체연료에 대한 상대적인 비용을 결정함에 있어 수준 2의 불확실성에 자주 직면한다.
(남북관계가 이루지면 좋고, 나빠지면 현 상황을 유지한다. 굳이 대북관련 비즈니스를 해야할 필요성을 느끼지 못한다. 대 베트남투자등과 같은 대체안은 늘 있게 마련이다?)

수준 3 : 발생 가능한 범위내 미래에서의 전략
어떤 상황이 일어날 지는 알겠는 데, 어떤 일들이 벌어질지 도무지 예측할 수없을 때이다. 단지 가능한 결과의 범위만 식별할 수있기 때문에 시장을 일반적인 방향으로 이끌어 가려고 노력한다. 즉 확실한 미래에 순응을 해서 따라갈지, 아니면 확실한 미래를 배경으로 새로운 사업을 개척할 지에 대한 전략으로 갈라진다.
(남북교역이 이루어져야 하는 당위성은 분명하고, 언젠가는 분명 경제협력을 하는 것은 분명하다. 그런데 그 언제가 언제일지 모르고 어느 정도 개방이 이루어지는 여부를 알아야 남북교역 비즈니스에 나설 것이다?)

수준 4 : 완전히 모호한 미래에서의 전략
역설적으로 수준 4의 상황은 큰 불확실성을 갖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수준 2 또는 3의 상황보다 시장을 형성하고자 하는 회사에게 높은 수익을 제공하며 낮은 위험을 내포하고 있다. 수준 4의 상황은 커다란 기술적, 경제적, 법적인 충격 후에 발행하는 과도기적 상황이라는 점을 상기해야 한다.

어떠한 사업자도 이런 환경 속에서 타당한 최고의 전략을 알지 못하기 때문에, 형성자의 역할은 다른 사업자의 전략을 조정하며 시장을 보다 안정적이고 우호적인 결과 쪽으로 이끌어 갈 산업구조와 표준에 대한 비전을 제공하는 것이다.
(북미관계, 남북관계가 어떻게 될지 도무지 알 수가 없다. 하지만 되든 안 되든 남한 경제는 커다랗게 변하게 되어있다. 한국에 남을 것인가, 북한으로 갈 것인가, 아니면 제3국으로 비즈니스 범위를 넓혀 갈 것인가?)

지금의 남북교역의 불확실성 어느 수준에 있을까? 이 질문에 대한 대답은 간단하지 않다. 아마 현 상황을 어떻게 보는 가에 대한 각 개개인의 지식, 철학 그리고 미래관에 달려있다. 남북교역 리스크는 기로에 서있다. 감당하며 준비할 것인가, 무시할 것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