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교역 품목 선정의 3대 요소

남한과 북한의 교역은 세계 역사상 유례가 없는 특이한 경우이다. 같은 민족이면서 철저하게 분리되어 있고 서로를 잘 알고 적대적이기도 하면서 호의적이기도 하다. 시장에서도 비슷한 현상이 생길 것이다.

바로 수요의 이질적이면서도 동질화 현상이 분명히 나타난다. 특히 문화, 법적 속성이 깊이 가미된 제품은 남북한 간의 지역별로 차이가 존재한다. 따라서 북한에 진출하거나 북한 제품을 남한으로 반입하고자 하는 기업은 상대 지역에 알맞는 '남북마케팅-제품 전략'을 적응시킬 필요가 있다.

여러 가지 고려해야 하는 요소가 있지만 소비자의 수요에 초점을 맞춘다면 ① 경제력의 차이 ⓶ 제품수명 주기의 차이 ⓷ 문화의 차이를 검토해야 한다.

경제력의 차이
북한의 1인당 GDP는 2016년 기준 665달러, 1인당 소비는 700달러 수준으로 추정된다. 한국 대비 1인당 소비금액은 5.2%, 전체 소비시장규모는 17.4조원으로 2.6% 수준에 불과하다. 특이한 점은 GDP보다 소비 규모가 더 큰데, 원조에 의한 소비가 일정 비중을 차지하고 있기 때문이 아닐까 짐작해본다. 전 세계적으로 가파른 경제성장이 주목받았던 한국과 중국의 성장 경로를 대입하여 북한의 GDP 전망을 하면, 한국 수준의 1인당 GDP(29,891달러)에 도달하는 시기는 2065년 정도다.
 
북한의 인구가 2500만명 정도이지만 실제로 소비시장 규모는 남한의 2.6%에 불과하다면 소비되는 제품 자체도 달라질 수 밖에 없다. 남한에서의 기본적으로 소비되는 제품을 기준으로 한다면 절대적 가격은 북한이 낮아야 하고, 소비 수량은 더욱 적어야 한다.

예를 들면 탈북 여성을 대상으로 한 설문에서 북한 여성들 역시 아름다움에 대한 관심은 많지만 경제적 여유나 시간적 여유가 없어서 따로 아름다움을 위해 노력하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 북한은 대부분의 젊은 청년들이 군대에 있기 때문에 산업 노동자의 45%, 농업 노동자의 60%이상이 여성이다. 사실상 16세~25세 사이 민간 노동력의 90% 이상이 여성인 셈이다.

화장품 시장 관련 설문조사에서 화장품 사용 여건이 가장 안 되는 이유 중 하나도 여기에 있는 듯하다. 다만, 이제 기초화장 정도는 하고 있는 경우가 많았고 화장에 대한 관심은 큰 것으로 나타났다.

화장품은 여성들이 삶의 여유가 있을 때 많이 찾는 품목이다. 따라서 북한 화장품 시장은 아직 초보단계에 있다고 볼 수 있다. 자동차도 대다수의 북한 주민들이 살 수 있는 여력도 되지 않지만, 북한 당국의 감시 하에서 아무나 구매할 수 있는 품목도 아니다.

물론 북한도 빈부격차, 고위 관료와 하급 노동자 간의 소득과 소비의 차이는 분명히 존재한다. 그러나 평균적인 의미에서 본다면 남한의 대북한 교역희망 기업은 북한 1인당 소득 수준인 2016년 기준 665달러에 맞추되, 남북교역이 개시되면 북한의 경제성장률은 매년 10%이상을 한동안 유지할 것으로 예상하고 기획하여야 한다.

제품전략에서 본다면 브랜드위주 고급제품보다는 가격과 품질을 신중히 고려하여 구매를 결정하는 개도국형 마켓이라고 보아야 한다.

제품 수명주기의 차이
 특정 제품이 시장에 처음 출시되어 도입, 성장, 성숙, 쇠퇴의 과정을 거쳐 시장에서 철수되는 과정을 제품수명주기라고 한다.

제품수명주기는 사람의 생명이 유년시대, 청년시대, 장년시대 그리고 노년시대가 있듯이 제품에도 생로병사의 주기가 있다는 가정이다. 단지 사람과 다른 것은 사람은 대부분 생로병사의 과정을 약 100여년에 걸쳐서 겪지만, 상품은 99.9%는 태어나 성장해보지도 못하고 사라진다는 차이점이다. 그렇지만 일단 성장하기 시작한 상품은 도입기, 성장기, 성숙기 그리고 쇠퇴기를 맞이한다.

그런데 상품이 사람과 다른 점은 여러 곳에서 여러 번 살아볼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동양제과의 오리온 초코파이는 1974년 개발된 이래로 한국에서는 물론 여러 나라에서 사랑받고 있는 제품이다. 이 제품을 보자. 1979년 롯데 초코파이를 출시한 롯데제과와 상표권 분쟁에서 패하고, 잇따라 해태제과와 크라운제과에서도 동일한 제품을 출시하였다. 뿐만 아니라 국내 소비자들의 소득 수준이 높아감에 따라 건강과 다이어트에 대한 관심이 높아져 매출액이 줄어들고 성장세가 둔화하기 시작하였다.

그런데 이 시점에서 다른 지역보다 부산 지역의 매출액이 유난히 큰 것을 동양제과에서 알았다. 이는 주로 중국, 러시아 등 인근 국가들의 보따리 무역상인들이 대량구매하여 가져갔기 때문이다. 이에 동양제과는 중국 러시아는 물론 몽고 등에도 시장개척을 적극적으로 하여 한국에서는 이미 성숙기를 거쳐 쇠퇴기에 들었던 제품의 수명주기를 연장했다.

마찬가지로 개성공단에서 일하는 북측 노동자들에게 초코파이는 상당한 인기품목이었다. 이처럼 한국에서는 한물간 제품이지만 북한에서는 아직 출시되지도 않은 제품은 많다. 지금 세계의 테스트마켓으로서 인정받고 있는 한국시장은 전 세계에서 가장 빠른 흐름을 가지고 변하는 시장이다.

물론 패션과 같은 일부 산업분야를 제외한다면 전기·전자제품, 아웃도어용품, 소비재시장 등에서는 가장 최신의 제품이 소개되고 테스트된다. 같은 한반도 시장이기는 하지만 제품의 성숙도는 차이가 많이 날 것이다. 따라서 한국에서 신제품이 출시되었다고 해서 북한에서도 바로 받아들여지는 제품은 많지 않을 것이다. 반대로 한국에서 이미 쇠퇴기에 들어선 제품을 다시 찾아봐서 북한에 마케팅하는 것도 좋은 기회가 될 수있다.

문화의 차이
북한에서 의복은 개성을 표현하기보다는 집단주의를 강조하고 체제 수호에 이용된다. 북한 주민들은 단체복을 많이 입는다. 북한의 초등학교부터 대학에 이르기까지 모든 학생은 교복 착용이 의무화되어 있다. 학교마다 교복이 다른 남한과 달리 북한에서는 교복 디자인을 국가에서 통일시키고 있으므로 전국 학생의 교복이 모두 같다. 여름 교복의 경우, 남학생은 여름 셔츠와 반바지, 여학생은 셔츠와 치마로 구성되어 있고, 겨울 교복은 남학생 여학생 모두 양복 형태다.

또한 북한에는 직무에 따르는 단체복이 많다. 직무별 단체복으로 가장 많이 입고 다니는 옷은 군복이다. 북한은 군인이 100만 명이 넘다 보니 원래 군복 입은 사람이 많은 데다 군에 복무하지 않는 사람도 군복을 입어야 할 때가 많다.

이제 옷차림으로 보면 남북한 간의 차이는 확연히 다르다. 사람도 다르다.  남북 주민들은 서로 말씨가 다르고, 옷차림이 다르고, 심지어는 얼굴까지도 달라 보인다. 분단 70년을 경과하면서 달라진 것이다. 생활조건이 변하면 사는 방식이 달라지고 그것이 지속되면 고착된다.

남북은 자유민주주의와 사회주의, 시장경제와 국가경제, 자본주의 이데올로기와 사회주의 이데올로기 등 상반되는 체제하에서 살아왔다. 남한은 미국, 북한은 중국과 소련의 영향을 많이 받았다. 그러다 보니 남북은 의식주와 관혼상제 같은 일상생활에서도 차이가 생겼다.

남북한은 온 가족이 모여 즐기는 명절문화도 달라졌다. 북한에서는 국가적 명절이라는 게 있다. 김일성 생일 (태양절, 4월 15일)은 북한에서 민족 최대의 명절'이라 하여 충성의 편지전달 이어달리기, 단체 예술 공연, 체육행사, 그리고 토론회 및 전시회 등 각종 행사를 진행한다. 이외에도 김정일 생일 (2월 16일), 국제 부녀절(3월 8일), 인민군 창건일 (4월 25일) 등이 있다.

민속명절인 설날(음력 1월 1일)은 남한의 설과 비슷하다. 떡국을 먹으며 연날리기, 장기, 팽이치기 등의 여러 놀이문화와 웃어른께 세배를 하는 모습 등으로 친지들이 함께 모여 전통놀이를 즐긴다. 크게 다른 점이 있다면 일찍 일어나서 중상(김일성, 김정일 동상에 찾아가서 충성을 맹세)을 한다는 점이다.

추석(음력 8월 15일)도 남한의 추석과 마찬가지로 제사를 지내고 조상의 묘에 다녀온다. 명절 음식이나 전통 민속놀이를 하는 것은 남한의 문화와 비슷하다. 하지만, 내려오는 전통과 풍습이 아직까지 남한에 비해 많이 남아 있다. 뿐만 아니라 북한에도 정보 통신과 인적 교류를 통하여 남한의 문화가 많이 퍼져있다.

남한에서는 북한처럼 문화 통제를 하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관심의 저조로 북한 문화가 많이 알려져 있지 않다. 다만, 관습적으로 하나의 민족이고 많은 것이 같겠지 하는 막연한 의식만 있다.

남북 교역을 하려는 기업은 양 지역간의 크고 넓은 이질적 차이문화, 그러면서도 수천년을 같이한 민족이며 같은 언어를 쓰는 동질성이 짙은 문화라는 모순된 상황을 접하게 된다. 기업이 이런 복잡미묘한 교역을 할 때 남북한 시장 사이의 동질성을 찾아내고 이를 확대시키는 것 보다는 남북문화가 상당한 이질성이 있음을 먼저 인정하여야 한다. 그리고 두 시장을 하나로 통합시키려고 하기 보다는 서로의 문화적 차이를 서로 인정하며 존중하는 문화상대주의적 시선을 가지고 북한 시장 진입을 준비하는 일이 더욱 중요하다.  홍재화 필맥스 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