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하대 동문 모임인 인하대총동문협의회가 8일 기자회견을 통해 조원태 정석인하학원 이사(대한항공 사장)의 부정편입 의혹을 제기하며 조 사장을 비롯한 한진 총수일가의 경영진 사퇴를 요구했다.
조현민 전 대한항공 전무의 '물벼락 갑질'로 촉발된 한진그룹 총수 일가의 '갑질 논란'이 한진이 운영하는 인하대학교로 번지고 있다.
인하대 동문과 인천지역 시민단체는 최근 조원태 정석인하학원 이사(대한항공 사장)의 인하대 부정편입학 의혹을 제기하며 한진 총수 일가의 학교 경영진 사퇴를 요구하고 나섰다.
인하대총동문협의회는 인천평화복지연대와 함께 8일 학교 후문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조 이사의 인하대 부정편입학 사실이 드러나는 등 부도덕한 한진그룹이 학교법인 정석인하학원을 제대로 운영해 나갈 수 있을지 의구심이 든다"며 한진 총수 일가를 규탄했다.
인하대총동문협의회 이혁재 집행위원장은 "한진의 갑질경영은 비단 기업에만 국한된 것이 아니라 지성의 전당이라는 대학 안에서도 똑같이 자행돼 왔다"며 "부정편입으로 지탄받고 있는 조 이사는 정석인하학원 이사직에서 사임할 것을 촉구한다"고 밝혔다.
인하대 동문 측은 그동안 학교가 한진의 방만한 운영으로 인해 극심한 재정난에 시달리고, 총장을 '낙하산 인사'로 임명하는 등 재단 비리가 이어져 왔다고 주장했다.
총동문협의회에 따르면 인하대의 연간 예산 2500억원 가운데 학생들의 등록금이 차지하는 비중은 약 70%에 달한다. 나머지 자금은 한진이 제공하는 재단 전입금, 적립금, 정부지원금 등으로 충당되는데 그 중 재단전입금은 약 3%(80억여 원)에 불과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나마 3%의 재단전입금도 교직원들의 사학연금이 90% 이상을 차지하고 있어 사실상 한진이 인하대에 투자하는 돈은 거의 없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오히려 한진은 대학발전기금을 계열사 파산을 막기 위한 용도로 사용해 총장이 해임되는 사태가 발생하기도 했다.
한진은 2012년부터 3년간 학생들과 교수, 동문들의 모금으로 조성된 기금 130억여 원을 끌어 들여 한진해운의 파산을 막는데 사용했다. 당시 한진해운 공모사채를 매입 결정한 최순자 총장은 지난 1월 투자손실에 대한 책임을 물어 해임됐다.
이 위원장은 "한진은 학생들의 등록금으로만 건물을 새로 짓고 시설 투자를 하는 등 재단 운영에 실질적인 역할을 한 바가 없다"며 "재단의 투자가 없었기 때문에 매년 등록금이 올라 학생들의 부담만 가중됐다"고 비판했다. 실제로 송도 캠퍼스 토지매입 비용 1000억원 역시 인하대의 적립금으로 마련된 것으로 알려졌다.
이처럼 한진이 3%에 불과한 운영 자금으로 대학을 운영하고 있지만 이사회를 통한 실질적 지배력은 막강하다는 게 인하대 동문과 시민단체의 지적이다.
인하대는 학교법인 정석인하학원의 소유로 조양호 회장이 이사장을 맡고 있다. 이사회 또한 15명의 이사 중 인하대·인하공전·한국항공대 총장 등을 제외한 대부분의 이사가 한진과 관련있는 인물들로 구성돼 있다.
이사회 구성원 중 강영식 한국공항 사장, 석태수 한진칼 대표이사, 원종승 정석기업, 최병권 전 대한항공 상무 등 7명이 한진과 연결돼 있다.
이 위원장은 "정석인하학원의 최고의사결정기구인 이사회에서 한진그룹과 관련된 기업에서 근무해 온 사람들이 이사직을 맡고 있어 한진이 막강한 지배력을 행사할 수 있었다"며 "한진의 3대 세습 경영 고리를 끊기 위해서라도 조 이사가 이사직에서 사퇴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조원태 정석인하학원 이사(대한항공 사장)이 인하대를 부정편입한 의혹이 제기되며, 인하대 동문과 시민단체의 이사직 사퇴 요구가 이어지고 있다. <사진:더팩트>
이밖에도 동문 측은 '조 이사의 부정편입', '한진정보통신에 대학 일감몰아주기', '일우재단의 해외교환학생 장학금 미지급' 등 각종 의혹에 대해 학교 측에 정보공개를 요구했지만 인하대 측에서 거부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이 위원장은 9일 인하대 출신 A국회의원을 만나 교육부에 특별감사를 요청해 줄 것을 요구했지만 A의원은 난색을 표했다.
이 위원장은 "학교 동문이기 때문에 다른 국회의원을 찾아가지 않고 먼저 만나 학교 문제를 상의하길 바랐다"며 "A의원이 교육부 특별감사 요청을 거부해 당황스럽다"고 불만을 토로했다. 이 위원장은 지속적으로 학교 측에 정보공개를 요구할 방침이다.
이 위원장은 "기자회견을 통해 조 이사의 부정편입 의혹을 제기했음에도 한진은 학교 홍보팀을 통해 '합법적으로 입학했다'는 입장서를 배포하며 물타기를 진행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에 대해 인하대 측은 "조 이사는 정상적인 절차에 따라 1998학년도 편입 시험을 치러 합격하고, 내부 심의위원회 심의를 거쳐 학년 자격을 부여받았다"며 조 이사의 부정입학 의혹을 부인했다.
한편 이 위원장은 10일 오전 11시20분부터 인천국제공항 제2터미널에서 외국인 관광객을 대상으로 '대한항공의 갑질경영과 한진그룹의 비민주적 대학운영'에 대한 피켓시위를 진행할 예정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