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매 때 발생한 증여는 과세관청이 입증해야

대법원은 최근 “특수관계가 없는 자들이 현저히 낮은 가격으로 한 거래에 정당한 사유가 없다는 점은 과세관청이 증명해야 한다”고 판결했다.

대법원은 이와 함께 정당한 사유의 판단기준도 함께 제시하였다. 거래 당사자들이 그 가격이 정상적이라고 믿을만한 합리적인 사유가 있었거나, 합리적인 경제인의 관점에서 비정상적이라고 볼 수 없는 사유가 있었다면 정당한 사유가 인정된다는 것이다.

세법은 친족, 사용인, 일정비율 이상의 주주와 같은 밀접한 관계가 있는 경우 특수관계가 있다고 본다. 이러한 특수관계가 없다면 서로 이해관계가 일치하지 않는 것이 일반적이어서 그 거래가격을 세법상 문제 삼지 않는 것이 원칙이다.

그러나 세법에서 정한 특수관계가 없더라도 거래가격을 조작하는 비정상적인 방법으로 사실상 증여를 하는 경우가 있을 수 있다. 예를 들어 시가가 10억 원인 부동산을 5억 원만 받고 양도한다면 5억 원만큼은 사실상 증여를 하는 것과 마찬가지가 될 수 있다.

만약 특수관계가 없다는 이유만으로 이러한 거래를 문제 삼지 않는다면 변칙적인 증여행위가 늘어날 수 있다. 이는 결국 정직하게 증여세를 납부하는 사람들이 불이익을 받는 불공평한 결과를 가져오게 된다.

이를 막고자 세법은 특수관계 없는 자 사이의 거래에 대하여 실제 주고받은 대가와 시가와의 차이가 현저한 경우 그 차액 중 일부를 증여로 추정하고 있다. 현저한 차이는 시가보다 30% 이상 낮거나 높은 경우를 말한다.

그리고 특수관계가 없다면 이해관계가 달라 시가와 차이가 크다는 이유만으로 증여로 보기는 어려우므로 거래의 관행상 정당한 사유가 없을 것이라는 사정도 같이 요구된다. 정당한 사유가 없었다는 점은 과세관청이 증명해야 한다.

그렇다면 거래의 관행상 정당한 사유는 어떤 기준으로 판단해야 할까?

대법원은 두 가지 기준을 제시하였다.

우선 거래 당사자들의 관점이다. 거래 당사자들이 그 가격이 정상적이라고 믿었고, 그렇게 믿을 만한 합리적인 사유가 있었다면 정당한 사유가 있다고 본다.

다음으로는 일반인의 관점이다. 거래 당사자들이 그 가격이 정상적이라고 믿을만한 합리적인 사유가 없었더라도, 합리적인 경제인의 관점에서 비정상적이라고 볼 수 없는 사유가 있었다면 정당한 사유가 인정된다. 여기서 합리적인 경제인이란 각자의 개인적인 이익을 추구하려는 사람을 말한다고 볼 수 있다.

이번에 문제가 된 사안은 중학교 동창 사이에 세법에 따라 평가한 시가가 30만원인 주식을 1만5000원에 양도한 사안이었다. 시가와 거래가격의 차이가 컸지만, 대법원은 정당한 사유가 있다고 볼 여지가 많다는 이유로 사건을 고등법원으로 돌려보냈다.

그 근거는 다음과 같다. 해당 거래에서 양도인은 부동산이 압류되는 등 경제적으로 어려운 상황이었다. 주식을 발행한 회사는 일부 거래가 중단될 예정이었고, 실제로 중단된 이후 적자를 기록하기도 했다. 양도인은 주식을 취득한지 2년만에 3배의 가격으로 양도하는 것이어서 나름의 상당한 이익을 얻었다. 양도된 지분비율은 50%였지만, 남은 50%도 한 사람이 보유하고 있어 경영권을 온전히 확보한 것도 아니엇다.

이번 판결은 특수관계가 없는 자들 사이의 거래를 쉽게 증여로 보아서는 안 된다는 점을 다시 한 번 강조한 것으로 볼 수 있다. 일반적인 거래에서는 당사자들이 자유로운 협상을 통해 가격을 결정한다.

비록 시가와 큰 차이가 나는 금액으로 거래하더라도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각자의 합리적인 사정이 존재하기 마련이다. 이러한 사정을 살펴보지 않은 채 섣불리 증여라고 단정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이러한 점에서 대상판결의 결론은 매우 타당하다. 대법원2018.3.15.선고2017두61089 판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