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뇌물공여' 혐의를 받고 있는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등 삼성임원의 44차 공판이 25일 진행됐다.<사진:더 팩트>
박영수 특별검사팀이 박근혜 전 대통령과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단독면담 과정이 '노태우 전 대통령 뇌물수수' 사건과 공통점이 있다며 이 부회장의 뇌물공여에 대한 근거로 제시했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7부(재판장 김진동 부장판사) 심리로 25일 오전 열린 이 부회장 등 삼성임원 재판에서는 특검이 제출한 의견서를 두고 특검과 삼성 양측의 공방이 전개됐다.
이날 공판에서 특검은 "박 전 대통령과 이 부회장의 단독면담이 은밀히 비공식적으로 이뤄졌고 현안 논의가 있었던 점 등을 비춰볼 때 노 전 대통령의 독대와 닮았다"고 주장했다.
특검 측은 "노 전 대통령도 청와대나 인근 안가에서 대기업 총수들과 비공식 단독면담을 통해 거액의 금품을 수수하면서 기소된 적이 있다"며 "이를 두고 당시 재판부는 뇌물수수로 판단하고 금품 수수 방식이 비공식 단독면담 자리에서 이뤄진 점을 중요한 근거로 봤다"고 말했다.
또한 특검은 "김기춘 전 비서실장도 독대 사실을 보고받은 적이 없을 만큼 독대가 아주 은밀하게 이뤄졌다"고 강조했다.
특검은 "이와 같은 정황을 볼 때 독대 자리에서 이 부회장의 경영권 승계, 정유라 씨에 대한 승마 지원, 동계스포츠영재센터 등의 지원에 대한 현안을 논의하고 청탁이 오갔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반면 삼성 측 변호인단은 특검의 주장에 대해 "논리 비약"이라면서 강력하게 반발했다.
삼성 측은 "독대에서 부정한 청탁을 논의했을 것이라는 것은 법적으로 굉장한 논리 비약"이라며 "노 전 대통령 사건에 뇌물수수가 있어서 지금도 그럴 것이라는 논리는 근거 없는 추측에 가깝다"고 반박했다.
삼성 측 변호인단은 "박 전 대통령은 현대자동차, CJ, SK 등 삼성 이외에도 많은 그룹의 총수들과도 독대를 했다"면서 "특검 측 주장대로라면 독대한 모든 기업들이 부정한 청탁을 하고 뇌물에 대한 합의가 있었던 것으로 봐야한다"고 말했다.
삼성 측은 노 전 대통령 사건과 이 부회장의 사건은 별개로 봐야 하고, 이에 대가에 대한 합의가 있었다는 특검 주장에 동의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한편, 이번 사건과 연결돼 거론된 노 전 대통령은 1995년 11월 당시 재벌 총수 등 35명의 기업 대표로부터 뇌물을 받은 혐의(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뇌물수수)로 구속된 바 있다.
당시 노 전 대통령은 '청와대 접견실·집무실, 청와대 인근 안가'에서 정주영 현대그룹 명예회장을 비롯해 삼성 이건희 회장 등 재벌 총수와의 독대를 통해 2838억9600만원의 뇌물을 받은 혐의로 구속 기소됐다.
특히, 노 전 대통령은 삼성 이건희 회장으로부터는 청와대 인근 안가에서 20억원의 뇌물을 수수했는데, 1997년 대법원은 노태우 전 대통령의 비자금사건 상고심에서 재벌 총수들이 건넨 돈의 성격을 '정치자금'이 아닌 '뇌물'이라고 규정했다.
대법원은 "정치자금·선거자금·성금 등의 명목으로 이루어진 금품 수수라 하더라도 정치인인 공무원(대통령)의 직무행위에 대한 대가로서 실체를 갖는 한 뇌물"이라고 판시했다.
한편, 이 부회장의 오후 공판에는 우병우 전 청와대 민정수석의 지시로 작성된 것으로 알려진 '청와대 캐비닛 문건'의 작성자인 행정관들이 증인으로 출석해 신문을 이어갈 예정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