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19일 '뇌물공여' 혐의를 받고 있는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등 삼성임원 관련 42차 공판이 진행됐다. <사진: 더 팩트>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재판에서 '안종범 수첩'의 압수 경위와 증거능력을 놓고 박영수 특별검사팀과 삼성 측이 첨예한 공방을 벌였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7부(재판장 김진동 부장판사) 심리로 19일 열린 이 부회장 등 삼성임원 공판에 김건훈 전 청와대 행정관이 증인으로 출석해 안종범 전 청와대 경제수석의 업무수첩을 특검에 제출한 경위에 대해 증언했다.
삼성 측 변호인은 먼저 특검이 김 전 행정관에게 당시 집행됐던 '압수수색검증영장'을 제시하며 수첩을 압수하는 과정이 위법한 절차였다고 주장했다.
삼성 측은 "특검이 수첩에 대한 압수수색영장을 (안 전 수석이 아닌) 김 전 행정관에게 발부한 것은 문제가 있다"고 밝혔다.
삼성 측 변호인은 특검이 김 전 행정관에게 압수수색 영장을 발부할 당시 '증거인멸교사' 죄목으로 되어 있는데 수첩의 원 소유자인 안 전 수석이 아닌 김 전 행정관에게 영장이 발부된 상황이 문제라고 지적했다.
삼성 측은 김 전 행정관에게 "압수수색영장에는 김필승 K스포츠재단 이사에 대해 증거인멸을 교사한 것으로 범죄사실이 기재돼 있다"면서 "이 영장을 받고 수첩이 압수됐느냐"고 물었다.
이에 김 전 행정관은 "경황이 없어 다 기억은 못하지만 그런 것으로 안다"고 답했다.
또한 "김필승에게 수첩을 파기하거나 보관하라고 지시한 적 있느냐"는 삼성 측 질문에 "없다"고 말했다. 김 전 행정관은 "증거인멸교사에 대해 아직까지 검찰 측의 수사 통지를 받지 못했다"고 말했다.
삼성 측은 "증인의 검찰조사 진술에 애초 나머지 수첩을 부인하다가 지난 1월 26일 검사의 제안과 설득으로 용기 내 특검에 제출했다고 나와 있다"며 "당시 제안을 어떤 의미로 받아들였냐"고 재차 추궁했다.
김 전 행정관은 "제안이 특별한 의미는 아니고 설득의 취지가 아니었을까 생각한다"고 진술했다.
삼성 측은 "안 전 수석이 '지시사항 이행보고' 작성에 참고하라고 수첩을 줬나"고 묻자 김 전 행정관은 "처음 한 두번은 그렇고 다음부턴 알아서 처리해라고 말했다"고 증언했다.
김 전 행정관은 "적절한 시점에 파쇄하거나 다른 지시가 있을지 몰라서 보관했다"고 부연했다.
반면 삼성 측의 위법성 주장에 대해 특검 측은 모두 적법한 절차에 의해 진행된 것이라고 적극 반박했다.
특검은 "다른 관련사건에서도 제출 경위에 대해 법원에서 법적 하자가 없다고 확인됐다"며 "오늘 증인의 증언으로도 확인할 수 있고 안 전 수석과 증인 모두 제출 경위에 이의 제기를 하지 않았다"고 강조했다.
김 전 행정관은 안 전 수석의 보좌관으로 지난 2월 39권의 수첩을 특검에 임의 제출하고, 최근 추가로 7권의 수첩을 제출한 인물이다. 그는 지난 2월 최순실씨와 안 전 수석 공판에서 "부담감을 벗고 싶어서 (안 전 수석의 업무수첩을) 특검에 제출했다"고 수첩을 제출한 경위를 증언한 바 있다.
한편, 이날 박근혜 전 대통령의 증인 출석은 박 전 대통령이 법원의 강제구인 집행을 건강상의 이유를 들어 거부하면서 지난 5일 불출석한데 이어 또다시 무산됐다.
이에 특검은 박 전 대통령 증인 신분을 유지하되 다음 공판 기일까지 증인신문 방식 및 시기를 밝히겠다는 입장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