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없는 한국도 가능하다

중국의 사드보복이 길어지고 있다. 중국에 공장이 있는 삼성SDI와 LG화학의 자동차용 배터리 공장에서 생산되는 배터리의 중국내 전기 자동차에 공급이 안 되고 있다. 이는 두 회사에서 생산되는 배터리가 탑재된 전기자동차가 중국 정부의 보조금 지급대상에서 제외되었기 때문이다.

해외에서 생산된 외국 회사 제품이어도 이렇게 차별하는 것은 보호무역 원칙에서 위배된다. 하물며 중국내에서 자국민을 고용한 공장에서 단지 한국 회사라는 이유로 차별을 받는 것은 무역자유화에 위배되는 것은 물론이고, 한-중FTA의 자국민 대우원칙에도 위배된다.

뿐만 아니라 삼성SDI 시안법인은 지난 2014년 6월, 중국의 안경환신그룹 및 시안고과그룹과 합작하여 설립됐다. 안경환신그룹은 엔진 피스톤 및 실린더 부문 중국 1위의 자동차 부품 제조 기업이고 시안고과그룹은 부동산 및 투자 전문 산시(陝西)성 국유기업이다.

자국과의 합작법인인 회사임에도 한국회사의 지분이 있다고 차별을 하고 있다. 그렇다면 계속해서 중국에 투자를 하고 진출을 해야 할까?

중국과 한국 두 나라 사이에서 관계를 끊고 잇는 것은 쉽게 이야기할 성질은 아니다. 한국없는 중국이 불가능하듯이 중국없는 한국이 불가능할 지도 재검토해봐야 한다.

한반도에 우리 민족국가가 생긴 이래로 중국과는 애증을 나누는 사이이기는 했지만, 근세 100년간 중국과 경제적 교류없이 지내온 적도 있다. 특히 한국전쟁이후 중국 없이도 한국경제는 발전해왔다.

그렇다면 지금처럼 불평등한 관계를 해소하고 중국의 비중을 최대한 줄여보는 것은 어떨까? 2016년 중국의 대한국 무역비중은 7.0%로 전체 무역 대상국 중 4번째이다. 한국의 대중국 무역 비중은 24%로 무역 대상국 중 부동의 1위로 2위인 미국의 12.3%에 비교하여도 압도적이다.

중국을 한국의 경제에서 삭제한다는 것은 매우 힘든 일이다. 앞으로도 잘 사귀어야 할 대상이기는 하지만, 그렇다고 무턱대고 친구로 사귈 만한 상대는 아니다.

이번 사드보복과 같은 어처구니없는 일을 당한 것은 한국의 잘못이라기 보다는 중국이 자국의 위상을 지나치게 높게 평가해서 그런 것이라고 보아야 한다. 북한의 남한에 대한 핵위협을 줄여주지도 못하면서, 남한만 들볶는 정책은 한참 뒤틀어진 심보이다.

그리고 한국의 대 중국무역 비중이 24%까지 올라간 것은 우리가 중국을 너무 낙관적으로 보았기 때문이다. 가까우니까 잘 안다고 생각했고, 중국은 나라가 크니까 언제든지 자급자족할 수 있으리라고 생각했고, 우리보다 발전이 늦었으니까 빨리 들어가 시장을 선점해야 한다는 생각이 너무 앞섰다.

그리고 중국 시장에 서둘러 들어가 수많은 사람들이 땅을 치고 후회하며 야반도주해야 했던 경험도 있다. 게다가 중국이 앞으로도 현재의 발전 속도를 지켜나갈 수 있는 지를 곰곰이 돌이켜 보아야 한다.

4차 산업 혁명의 시대는 인공지능을 발전시켜 자동화와 정보화를 앞당기는 흐름을 일컫는다. 그렇게 되면 가장 빨리 타격을 받는 것이 저임금 노동력을 필요로 하는 산업이고 국가이다.

우리가 70-80년대 그랬던 것처럼 중국도 제품의 국산화를 부르짖고 있다. 중국산 우선의 정책이 지속될 것이다. 하지만 중국의 '국산화 정책'은 다른 나라처럼 합리적이며 납득할 만한 속도와 수준을 지켜가지는 않을 것이고, 더 폐쇄적이 될 수 있다. '인구 13억이니 무엇인 들 못하랴'하는 마음도 있을 것이다. 그럼 우리도 거꾸로 생각해보자.

인구 5천만 밖에 되지 않아 경제정책의 방향을 돌리는 게 어렵지 않다. 게다가 그 5천만은 전 세계에서 가장 영리하고 빠릿하고 부지런한 민족이다. 13억명이 탄 느릿하게 움직이는 배와 고작 5천만명이 탄 빠릿한 배의 움직임은 다르다.

지금의 중국 의존도를 줄이고 전 세계와 골고루 무역을 하며 돈을 벌어들이는 방향으로 적극적으로 전환해야 할 시점이다. 언제나 우리가 소리쳐 외치는 '해외 신규 시장 개척'을 더 높여야 한다.

한국없는 중국이 가능하다면 중국없는 한국도 가능하다.  홍재화 필맥스 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