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5일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에 대한 재판이 진행됐다. <사진: 더 팩트>
이상화 전 KEB하나은행 독일 프랑크푸르트 법인장은 '비선실세' 최순실씨에 대해 두려운 존재라고 밝혔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7부(재판장 김진동 부장판사) 심리로 5일 열린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재판에 증인으로 출석한 이 전 법인장은 "2015년 하나은행이 유럽통합본부를 추진하는 과정에서 최씨가 청와대를 동원해 통합본부 설립을 무산시켰다"며 "막강한 영향력을 실감했다"고 털어놨다.
특검에 따르면 2015년 9월 하나은행은 룩셈부르크에 통합본부를 세우고, 이 전 법인장이 근무하던 독일 프랑크푸르트 법인을 폐쇄하기로 내부방침을 세웠다.
이와 관련해 최씨는 통합본부가 설립될 경우 각종 특혜를 누릴 수 없을 것을 우려해 안종범 전 경제수석 등 청와대를 이용해 이 전 법인장에게 압박을 가한 것이라고 특검측은 보고 있다.
특검은 이 전 법인장에게 "당시 최씨가 이 전 법인장을 통해 독일의 차명회사인 코어스포츠 계좌를 만들 것을 요구하고 삼성에서 명마 구입비를 송금할 계좌를 하나은행에 만들라고 했냐"고 물었다.
이에 이 전 법인장은 "최씨가 딸 정유라의 대회 출전 이전에 말 '살시도'를 구입할 대금이 필요해 계좌 개설을 요구한 사실이 있다"며 "대회 출전이 임박한 시점이라 상당히 급박해 보였다"고 진술했다.
이 전 법인장은 최씨에게 "통합본부 추진 과정에 계속 개입하면 제가 불이익을 받을 수 있다"고 말하자 최씨는 "'그럼 통합본부를 독일에 두고 본부장을 하면 되지 않느냐'고 대수롭지 않은 듯 응답했다"고 이 전 법인장은 당시 상황을 설명했다.
또한 이 전 법인장은 당시 "최씨가 '자기 실력을 믿지 못하는 것 같다'면서 웃었다"고 전했다.
이후 박근혜 전 대통령이 안 전 수석에게 이 전 법인장의 전화번호를 전달하고, 안 전 수석이 이 전 법인장에게 직접 전화를 걸어 최씨의 이권을 챙겨줬다고 특검 측은 파악하고 있다.
당시 상황에 대해 이 전 법인장은 "안 전 수석은 통화하면서 '유럽통합본부 조직 구조'를 알려달라고 요구했다"며 "안 전 수석과 통화 후 최씨의 영향력이 엄청나 두렵기까지 했다"고 말했다.
결국 이 전 법인장은 실제로 안 전 수석 개입 이후 KEB하나은행 글로벌영업2본부장으로 승진했다.
특검 측은 이 전 법인장이 영업2본부장으로 발령난 경위에 대해 "최씨가 어떤 이익을 위해서 증인을 본부장으로 보낸 것으로 생각하냐"고 물었다.
이 전 법인장은 "발령날 당시까지는 몰랐으며, 외환 쪽 문제에 대해 필요해서 내부적으로 임명된 것으로 생각했었다"면서 "최씨가 해외지사 설립 등 프로젝트에 참여시키고 해외인맥을 활용하기 위해 그런 것 같다"고 답변했다.
이어 이 전 법인장은 "철저히 최씨의 계산하에 계획을 짜서 저를 이용하려고 한 것 같다"고 덧붙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