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많은 달러는 어디로 갔을까?

한국의 수출 성장률은 정말 인류의 역사상 전무후무한 발전 속도를 보였다. 1977년 100억달러 수출 목표액 달성을 한 이래 엄청난 성장을 하여 2013년에는 5500억달러를 넘는 수출을 했다. 그 사이에 인구도 많이 늘어나 1997년 3500만정도의 인구가 2014년 약 5500만명이 되었다.

모두들 입는 옷이며 타고 다니는 차가 그 당시와 비교한다면 조선시대의 임금과 머슴의 차이보다도 더 할 것이다. 수출이 50배나 늘어났으니 더 잘 입고 더 잘 쓰고 더 좋은 집에서 더 잘 살게 되는 것은 당연하다.

그런데 문득 '우리가 정말로 50배를 더 잘살고 있을까?' 하는 의문이 들었다. 우리가 50배를 잘 산다면 1인당 GDP는 당연히 5만달러가 되어야 하고, 세계 최상위권 국가가 되어 지나가는 개도 입에 달러를 물고 다녀야 정상이다. 실제로 그런 개를 본 적이 없다.

이상하게도 우리는 50배를 더 잘 살지 못하고 고작 20배정도만 잘 살고 있다. 1인당 소득 1000달러에서 2만달러를 오락가락하고 있으니까. 그럼 나머지 30배는 어디로 갔지? 가장 쉽게 떠올릴 수 있는 변수는 사람 숫자의 증가이다. 하지만 인구 증가는 고작 1.6배밖에 되지 않았다. 좁은 땅떵어리에서 2000만명이나 늘었지만, 수출증가와 소득 증가 사이의 차이를 말해주기에는 그렇게 큰 변수는 아니라는 말이다.

그렇다면 무역의 통계에도 거품이 들어가 있다고 볼 수도 있다. 다른 나라는 몰라도 순전히 수출로 먹고 산다볼 수 있는 우리나라는 당연히 수출 증가액만큼, 꼭 그만큼은 아니더라도 대략은 비슷해져야 정상일 것이다.

그 30배의 차이를 갉아먹는 요소들은 다양할 것이다. 그 중에는 경쟁의 심화를 통한 이익률의 감소를 들 수도 있고, 이미 말한 인구증가를 들 수도 있다. 그 여러 가지 요소 중 가장 큰 것은 역시 기업내 무역과 산업내 무역으로 들 수 있다.

이는 하나의 물건을 만드는 데 과거에는 한 나라에서 거의 모든 공정이 이루어졌지만, 이제는 청바지를 하나 만들더라도 여러 나라에서 생산된 원부자재를 조립하여 봉제하는 과정이 각각 다른 나라의 다른 회사에서 이루어지는 일이 많아졌기 때문이다.

예전 같으면 이런 모든 작업은 우즈베키스탄에서 원면을 수입하는 것을 빼고는 모든 작업이 한국에서 이루어졌다. 그렇지만 이제 한국에서 처음부터 끝까지 작업이 이루어지는 경우는 거의 없다.

청바지가 U$100에 수출되었다고 하더라도 그로 인하여 발생되는 무역은 U$60-70불이 될 수도 있다. 원부자재가 수입되는 것은 물론이고, 실이 만들어져 중국에서 원단이 되어 염색되고 다시 베트남으로 보내지는 것 또한 수출입에 포함이 된다.

이래서 실제 무역액은 U$100불이 아닌, U$170이 된다. 간단히 말하자면 U$70은 무역 통계의 거품이라고 할 수 있다. 이러한 거품은 두 가지로 경로로 발생한다. 하나는 기업내 무역이고, 다른 하나는 산업내 무역이다.

기업내 무역은 만일 한국의 무역회사인 '필맥스'가 위의 전 과정을 주도하였다면 '기업내 무역'이 될 것이다. 그리고 필맥스의 무역액은 총 U$170이 된다. 그렇지 않고 필맥스는 국내에서 청바지를 제작해서 수출하기만 하였다면 이는 산업내 무역이 된다. 그리고 필맥스의 무역액은 수출 U$100이 된다. 나머지 U$70은 필맥스의 하청업체들의 실적으로 분류된다.

위의 그림을 보면 한국회사들의 기업내 무역의 비중을 보여준다. 총 수출액이 2753억불이었던 2006년에 기업내 수출이 980억불에 달했다. 기업내 무역의 비중은 기업들이 세계화되면서 더욱 늘어날 전망이다.

이 980억불은 대체로 한국의 본사와 해외 지사간의 거래로 볼 수 있다. 예를 들면 현대자동차가 미국의 현대자동차 법인에 자동차를 보내면 이 또한 수출로 잡히기 때문이다. 이러한 본지사간의 거래가 주를 이루는 기업내 무역을 제외하고, 하나의 제품을 만들기 위하여 서로 다른 기업들이 협력하는 산업내 무역의 비중 또한 만만치 않을 것이다. 이렇게 본다면 수출 5000억불이 정말로 완제품을 수출한 순 수출액이 아님을 알 수 있다.

홍재화 필맥스 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