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낙연 국무총리 후보자가 24일 오전 서울 국회에서 열린 인사청문회에서 모두 발언을 하고 있다.
문재인 정부 1호 인사인 이낙연 국무총리 후보자의 24일 첫날 '국무총리 임명동의에 관한 인사청문회'에서는 여당과 야당이 9년 만에 공수가 바뀌면서 사뭇 다른 모습이 연출됐다.
자유한국당과 국민의당 등 야당은 대체로 이 후보자의 아들 병역비리, 기자 시절 칼럼 문제, 증여세 논란 등에 대해 의혹을 제기하며 신상검증에 주력했다.
반면,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은 이 후보자가 책임총리로서의 자질을 갖췄는지, 또 국정운영에 대한 철학과 소신 등 비교적 역량 검증에 초점을 둔 모습이었다.
공식 질의에 앞서 야당 의원들은 이 총리 후보자에 대한 자료 미제출을 지적하며, 불편한 심기를 드러냈고 이에 여당 의원들은 사실 확인이 필요하다며 격돌하기도 했다.
포문은 야당이 열었다. 자유한국당 경대수 의원은 "개인정보 보호를 이유로 배우자와 아들 자료 제출을 철저히 거부했는데, 사상 초유의 일"이라며 "가장 기본적인 자료들이 제출되지 않은 상태에서 청문회가 진행될 수 있을지도 의문"이라고 비판했다.
이에 민주당 윤후덕 의원은 "자녀나 며느리, 제삼자의 정보를 제출해야 하는데 그분들도 이제 사생활 보호라는 측면이 있다"며 "이런 부분을 우리 청문회 과정에서 같이 고민했으면 한다"고 협조를 구했다.
제윤경 의원은 "(박근혜정부 시절) 황교안 전 총리도 후보 당시 제출을 거부한 것이 많았다"면서 "의료비 상세 내역 등 본인 자료조차도 내지 않았고, 이완구·정홍원 전 총리도 그랬다"고 말했다.
전혜숙 의원은 "역대 총리님들도 저희가 인사청문회 할 때 자료제출을 안 해서 저희 야당이 분통을 터뜨린 게 많다"며 힘을 보탰다.
□자유한국당-국민의당, 각종 의혹 제기 = 이날 청문회는 이 총리 후보자를 둘러싼 아들 병역, 증여세 논란 등을 두고 야당 의원들의 송곳 질의가 이어졌다.
먼저 이 후보자가 동아일보 기자로 일하던 시절에 쓴 칼럼에 대한 질의를 받았다.
국민의당 김광수 의원은 당시 이 후보자가 칼럼에 전두환 전 대통령에 대해 '위대한 영도자'라는 표현을 인용해 가리킨 점을 지적하며 문제 제기했다.
이에 대해 이 후보자는 "법원에서 이미 판결을 내린 것처럼 내란죄의 수괴"라는 입장을 밝혔다.
이 후보자는 1980년 5월 광주 민주화 운동 당시 시민군을 향한 계엄군 발포할 것을 명령한 사람이 누구인지를 묻는 질문에는 "그 분(전두환 전 대통령)이라고 많이 추정되고 있다"고 답했다.
이어 이 후보자는 문제가 된 칼럼에 대해 "떳떳하지 않다. 부끄럽다"면서도 "당시의 언론인들의 여러 행적에 대해서 언론을 비판하고 분석하는 일이 있었지만 제가 비판의 대상이 된 적은 없었다. 아주 몹쓸 짓을 한 기자였다면 김대중 전 대통령이 저를 발탁하지 않았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 후보자에 대한 아들 병역 문제도 청문회 도마 위에 올랐다.
자유한국당 정태옥 의원은 이 후보자 아들이 2001년 현역입대 판정 후 어깨 탈구로 면제받은 과정을 거론하면서 "지금 아프지만 다 낫고 가겠다고 입영연기를 신청해야 하는데 병역처분 변경서를 낸 것을 보면 입대 의사가 없었다"고 지적했다.
정 의원은 또 "후보자가 당시 국회의원 이낙연, 즉 집권여당 대변인 이름으로 탄원서를 냈다"면서 "후보자의 탄원서 제출이 진정성 없는 '할리우드 액션' 아니냐는 병무청 관계자, 의사 제보가 있다"고 꼬집었다.
이에 대해 이 후보자는 "병역 면제 판정 뒤 뇌하수체에 종양이 발견돼 목숨을 건 뇌수술을 했고, 사후관리가 필요했기에 재신검을 포기했다"고 해명했다.
이어 이 후보자는 "2002년 병역 면제 판정을 받고 그 뒤로 재신검이 있어서 치료를 위해 노력해왔다"고 설명했다.
특히 "(아들이 수술 당시) 전신 마취를 7번 받았다"며 "부실한 자식을 둔 부모의 심정을 헤아려 달라. 자식의 몸이 그런 것이 아버지로서 마음이 아프다"고 착찹한 심정을 드러냈다.
나아가 자유한국당은 이 후보자에 대한 '증여세' 의혹 검증에 나섰다.
강효상 의원은 이 후보 아들 부부의 전셋집을 언급하며 "이 후보자의 아드님 전세금 3억4000만원 중에, 아드님이 1억, 나머지 2억4000만원은 며느리, 결혼식 축의금이 4000만원이라는 데 변함이 없냐"고 물었고, 이 후보자는 "결혼식 축의금이 4000만원이 맞다"고 답했다.
이어 강 의원이 "전세자금 중 4000만원은 축의금으로 충당했다는데 대개 축의금은 결혼식 비용으로 사용한다"며 축의금 액수를 되물었다.
이에 이 후보자는 "결혼식 비용은 사돈네에서 내셨다. 부끄럽지만 당시 내가 지사 선거 중이라 몹시 쪼들리던 중이었다"며 "(4000만원은) 축의금이라 들었다. 거기에는 자식에게 온 축의금도 포함돼 있다"고 해명했다.
강 의원은 거듭 "축의금은 혼주 귀속으로 아들 전세비용에 보탰다면 증여세 대상이다"고 지적하며 "며느리는 무슨 돈으로 전세금을 냈냐"고 물었다.
그러자 이 후보는 "그건 잘 모르겠다. 원래 가지고 있는 것이 있었던 것 같지만 사돈 집안일이라 여쭙지 못했다"고 말했고, 강 의원은 "사돈을 설득해 증여세 자료를 제출해달라"고 요구하며 일단락됐다.
◆…이낙연 국무총리 후보자가 24일 오전 서울 국회에서 열린 인사청문회에서 의원들의 질의에 답변을 하고 있다.
□민주당-바른정당, 역량 검증에 집중 = 민주당과 바른정당은 의혹 검증보다는 이 후보자가 총리로서의 역량을 갖췄는지에 대해 무게를 둔 질의를 이어갔다.
민주당 이철희 의원은 이 후보자에 대해 "국회와 지방행정을 잘 아는 후보이며 준비된 총리라 생각하지만 아쉬운 점도 있다"면서 "국회 인사청문회를 통해 후보자의 소신을 많이 밝혀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대통령도 첫 100일 플랜을 발표하지 않았느냐. (총리의) 첫 100일 플랜을 말해달라"고 요청했다.
이에 이 후보자는 "총리로서는 일자리 위원회를 가동한다든가. 국정 기획의원회를 가동하는 문제가 있지만, 제 행보로는 갈등이 심한 현장을 찾아 말씀을 들어보고 싶다"고 말했다.
이 후보자는 또 '대통령과 광역단체장이 머리를 맞대는 자리가 필요하다'는 이 의원의 질문에 "국무회의라는 명칭도 무리고, 정부조직법에 중앙지방협의회를 넣는 것도 균형에 맞지 않다"며 자신의 소신을 밝혔다.
이어 "최종안이 나와 있지는 않지만 신중할 필요가 있다. 다른 정부조직과 어느 열에 놓을 것인가도 문제"라고 답했다. 또 "지금은 특별법이 자연스럽지만 내년 개헌특위에서 합의가 된다면 바람직하다. 단지 지금은 개헌사항이라 (언급하기가) 조심스럽다"고 말했다.
바른정당 김용태 의원은 이 후보자를 향해 "여소야대 정국에서 정국을 풀어나갈 능력과 자질이 있는지 국민과 함께 검증하는데 주력하겠다"면서 문재인 대통령의 공약인 81만 공공 일자리 창출, 비정규직 정규직화 등에 대해 문제 제기했다.
그러면서 김 의원은 "해당 사안에 대해서 이것이 경제 현실에 맞는 것인지, 또 실제로 그런 일을 통해 성과를 낼 수 있는지 살펴봐야 한다"고 했고, 이에 이 후보자는 "훌륭한 점을 지적해주셨다고 생각한다"고 답했다.
이어 김 의원은 "공공기관은 정규직할 때 나랏돈을 쓴다. 그럼 민간 부분에 대해서도 정부가 어떤 역할을 해야 되지 않겠느냐"고 물었고, 이에 이 후보자는 "(정부가) 그렇게 해주기를 기대한다"고 답했다.
그는 "여러 항간의 우려에 대해 총리는 정확하게 인지하고 정책을 합리적으로 지정해 주실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