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진출 후 첫 190억원 대규모 적자…500억원에 KG그룹 품으로
글로벌 치킨브랜드 KFC가 지난해 국내 상륙이후 처음으로 사상 최대의 영업적자와 당기순손실을 보이며 3년 전 몸값의 반값 수준인 500억원에 KG그룹에 팔렸다.
22일 IB업계와 패스트푸드업계에 따르면 KFC의 이번 매각가는 지난 2014년 홍콩계 사모펀드인 CVC캐피탈파트너스가 두산그룹으로부터 인수했던 가격인 1천억원의 절반 수준에 불과한 금액이다.
그렇다면 지난 3~4년간 KFC의 영업실적이 어떤 궤적을 그려왔기에 3년전 몸값에 한참 못 미치는 절반 수준에 팔려나가는 굴욕을 당한 것일까?
감사보고서에 따르면 KFC는 지난 2013년 이후 매년 속 빈 강정식의 영업을 해온 것으로 분석된다.
이 회사는 지난 2013년 1568.3억원 매출에 당기순이익 115.9억원이라는 비교적 양호한 실적을 기록했으나 소유권이 두산그룹에서 CVC캐피탈파트너스로 넘어간 2014년 이후 매년 외형은 늘어도 손익은 점점 더 악화되는 실속 없는 성적표를 그려왔다.
KFC의 매출은 2014년 1619.1억원, 2015년 1747.2억, 2016년 1770.2억원을 시현하며 소폭이나마 성장세를 이어왔다. 반면 수익성은 외형과 달리 매년 악화되는 추세를 이어왔다.
2013년 영업이익 115.9억에 순이익 106.2억에서 2014년 영업익 68.8억, 순이익 49.1억, 2015년엔 25.1억과 12.4억으로 급감했다. 급기야 지난해에는 영업손실 122억원과 189.9억원의 순손실을 입으며 국내 진출 이후 처음으로 대규모 적자를 기록했다.
업계 안팍에서는 이같은 흐름을 안타까운 시선으로 바라봐왔다.
버거킹 같은 일부 글로벌 브랜드들이 원가상승 압박을 핑계로 가격 올리기에 급급하면서 승승장구중인 것과는 달리, KFC의 경우 지난해 7월 주력 메뉴 값을 11.6~17.9% 인하하는 등 '가성비'를 앞세운 소비자 친화정책을 펼쳤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KFC가 지난해 대규모 적자를 시현하게 된 결정적 요인은 무엇일까?
이 회사 감사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급여와 알바생 시급, 복리후생비 퇴직급여 등 인건비 항목이 2015년 대비 82.6억, 부동산 임차료 14.6억원, 광고선전비와 지급수수료에서 약 25억원 등 무려 122.2억원이나 순증했다. 이로 인해 판매관리비율을 2015년 98.6%에서 지난해 106.9%로 8.3%포인트나 끌어올려 적자요인으로 작용한 것으로 분석된다.
업계에서는 1년 만에 판관비율이 8.3%포인트나 급등한 사유에 대해 회사 측에서 매각을 염두에 둔 희망퇴직 등 모종의 정책적 판단이 작용한 것으로 추측하고 있다.
즉, 기존 대주주였던 CVC캐피탈파트너스가 KFC를 살리는 것을 포기하고 조속한 매각을 통해 투자금의 일부라도 조기 회수하기 위한 사전적 조치였을 것이란 시각이다.
KFC 새 주인으로 선정된 KG올앳, 향후 운영 전략은?
결국 CVC캐피탈파트너스는 지난 2월 하순 KFC 지분 100% 매각을 위한 우선협상대상자로 KG그룹 계열사인 KG올앳을 선정하고 주식매매계약(SPA)을 체결했다.
IB업계에 따르면 이번 매매가격은 대략 500억원 선인 것으로 전해졌다. 이는 KFC의 몸값이 3년 만에 절반으로 떨어졌다는 것을 의미한다. 글로벌 브랜드인 KFC가 한국 시장에서 수모를 당한 셈이다.
그렇다면 이번에 KFC의 새 주인이 된 KG올앳은 어떤 전략으로 기업을 인수했을까?
KG올앳은 인터넷 상거래 대금결제처리와 관련된 제반 서비스 제공과 신용·선불·직불카드회원 모집 대행 및 관리 등을 주 영업으로 하고 있으며 지난 2000년 설립됐다.
지난해 기준 총자산 430억, 총부채 271억, 자본총계 159억원에 554억원의 매출과 약 10.6억원의 순이익을 시현했으며, 비료회사인 KG케미칼(구 경기화학), KG이니시스, KG모빌리언스, 시화에너지, 옐로우캡, 이니시스 등의 기업군을 거느린 연 매출 2조원대의 KG그룹 계열사다.
하지만 외식업 진출은 그룹을 통틀어 처음이자 생소한 사업 분야인데다가 최근 어려움에 처해 있는 국내 외식시장의 환경 속에서 수익성이 악화추세를 보인 KFC를 정상화시킬 수 있을지에 대한 우려도 업계 일각에서 제기되는 상황이다.
이에 KFC 관계자는 “KG그룹은 가족사 보유 기술들을 KFC 마케팅에 적극 활용할 계획”이라며 “KG모빌리언스의 선불카드 및 모바일 상품권 매출 증대 방안 및 지급 결제와 슈퍼앱개발, 키오스크 등을 활용한 서비스도 검토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또 “KG그룹 슬로건인 '존경받는 기업, 자랑스런 회사'가 되기 위해 고객에게 정직하고 신선한 음식을 제공하고 이를 통해 고객과 세상을 행복하게 하고자 노력하는 기업이 될 것”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손익이 악화되는 상황에서도 주력 메뉴 값을 인하하고 가성비를 앞세운 착한가격 정책을 펼치다 대규모 적자를 나타낸 KFC가 새 주인을 맞아 화려한 부활에 성공할지 업계의 이목이 쏠리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