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한국당 홍준표 전 경남지사가 지난 8일 서울 대한문 앞 광장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사진=자유한국당 홈페이지)
내년 지방선거 앞두고, 탈당파 거둔 洪 vs 징계풀린 친박 갈등 불가피
박근혜 전 대통령의 탄핵으로 치러진 5.9조기대선에서 자유한국당 홍준표 전 경남지사가 24.03%의 득표율로 국민의당 안철수 전 대표를 역전하면서 2위를 차지했다.
국정농단 사태의 책임 큰 집권여당이었던 자유한국당이 선거 막판 보수세를 결집하며 이뤄낸 나름 유의미한 성적이라고 할 수 있다. 지난 경선 과정 때만해도 한 자릿수 지지율에 머물렀던 것과 비교하면 24%라는 득표율은 무시할 수 없는 지지다.
하지만 선거과정에서 홍 전 지사가 지지층 결집을 위해 바른정당 탈당파를 복당시키고 국정농단에 대한 책임이 큰 친박계의 징계를 해제하는 조치를 취한 것이 대선이 끝나자, 당내 갈등 문제로 부상하고 있다. 이에 향후, 당권을 쥐고 홍 전 지사와 친박 간 치열한 경쟁을 할 것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 '색깔론'으로 보수 결집 '올인'했던 홍준표 = 홍 전 지사는 보수층 결집을 위해 민감한 안보 문제를 줄기차게 거론하며, 보수층을 자극했고 상대진영의 후보들을 종북좌파로 규정하면서 색깔론 공세를 퍼부었다. "박근혜 전 대통령을 사면하겠다"는 등 더욱 수위 높은 발언을 이어가며 보수 민심을 끌어당겼다.
홍 전 지사의 지지율도 기대 이상으로 반등했고, 일부 여론조사 결과에서는 국민의당 안철수 전 대표를 이기는 발표도 나오면서 자유한국당은 한층 고무됐다.
나아가 홍 전 지사는 바른정당 유승민 후보의 지지율이 오르지 않자, 불안감에 탈당한 12명의 탈당파를 복당시키면서 지지층 결합에 나섰다. 박 전 대통령의 탄핵을 주도했던 이들이 복당을 하게 되자, 친박 의원들은 항의를 했고, 홍 전 지사는 친박 핵심 의원들의 징계를 해제시키면서 반발을 막았다.
하지만 대선이 끝나자, 당 안팎에서는 불만의 목소리가 제기되고 있다.
정우택 원내대표는 11일 한 라디오에 나와 "당헌당규의 규정에 따라 소위 해당행위를 하고 나간 탈당 인사에 대해선, 그 경중에 따라서 입당여부를 놓고 최고위원회의에서 재논의해야 한다"고 밝혔다.
대선후보로 '당무 우선권' 조항을 내세우며 특별지시 한 사항을 되돌리겠다는 것이다.
□ 바른정당 탈당파 복당-친박 징계 해제, 향후 '갈등' 요인 = 정 원내대표는 "아마 홍 전 경남지사는 (대선에서) 그렇게 하면 지지를 더 얻을 수 있다고 판단을 한 것 같다"면서 "그런데 저는 오히려 그렇게 하는 것이 더 지지율을 얻지 못하는 것이라고 판단했다"며 홍 전 경남지사가 탈당파 일괄복당을 단행한 것에 대해 불쾌감을 보였다.
또 정 원내대표는 친박계 의원들의 징계해제 문제에 대해서도 같은 잣대를 적용해야한다고 밝히면서, 향후 자유한국당 내 거센 후폭풍이 예상된다.
특히 홍 전 지사의 대선 득표율은 박 전 대통령 파면 이후 갈 곳을 잃은 보수진영의 유권자들의 표심이지만 그 충성도가 허약하다는 문제도 있다.
마음 줄 곳을 잃은 보수지지층은 지난 1월 반기문 전 유엔사무총장에서 2월 황교안 국무총리로, 다시 3월 안희정 충남지사로 4월 국민의당 안철수 전 대표로 지지의사가 옮겨갔다.
정치권에선 국민들의 정치지형과 관련해 보수층을 기본 35%로 보는데, 이는 예전 박 전 대통령의 콘크리트 지지율로도 읽혔다. 때문에 홍 전 지사의 득표율 24%는 견고한 지지라고 보기 어렵다.
때문에 그동안 국정농단 부역자 세력으로 비판받으면서 숨죽였던 친박 의원들이 홍 전 지사의 대선 패배 책임론을 앞세워 다시 부활을 꾀할 것이라는 이야기다
◆…지난 8일 자유한국당 홍준표 전 경남지사가 서울 중구 대한문에서 대규모 필승대첩을 열고 지지를 호소하고 있다. (사진=자유한국당 홈페이지)
□ 洪 징계해제로 살아난 '친박', '洪대선책임' 묻고 부활 움직임 = 특히 내년 지방선거도 당권 경쟁을 불가피하게 만든다는 지적이 많다.
앞서 바른정당 탈당파 의원들이 복당을 결정한 가장 큰 이유도 내년 지방선거의 패배에 대한 불안감이었다.
현 지방조직들은 바른정당 지역구여도 예전 새누리당 조직들이다. 바른정당 지지율이 바닥인 상황에서 내년 지방선거에서 패배할 불안감이 증폭되면서 탈당을 감행한 것이기 때문에 자유한국당 내에서 친박들의 경계가 클수록 갈등은 커질 수밖에 없다.
앞서 탈당파 장제원 의원이 기자들과 만나 "대선에 참패할 경우 결정적으로 지방조직이 와해되고 차기 지방선거에서 의미 있는 공천을 할 수 없게 되면 바른정당 존립 자체가 문제 된다"고 지적한 바 있다.
박 전 대통령 파면으로 그동안 당에서 적극적으로 나서지 못했던 친박계 의원들은 이제 당원권이 살아나면서 내년 지방선거를 앞두고 입지를 굳히기 위해서라도, 비주류였던 홍 전 지사와의 세 싸움을 벌일 것으로 예상된다.
앞서 친박계 좌장인 서청원 의원을 비롯한 친박계 핵심 의원들은 홍 전 경남지사가 복당을 추진한 바른정당 탈당파 의원들에 대해 "선별해 복당시켜야 한다"고 경계하고 있다.
서 의원은 홍 전 지사를 겨냥, "위기일수록 원칙과 명분을 지키고 오로지 국민과의 신뢰를 중히 여겨야 한다"며 "(선별)과정이 생략됐다. 명분도 설득력이 없다. 국민도 당원들도 납득하기 힘들다"고 몰아붙였다.
이에 홍 전 경남지사는 친박계 의원들보다는 상대적으로 복당을 추진한 탈당파들과 함께 나아가 바른정당 통합을 통해 세력을 확장하는 방안을 모색할 것으로 점쳐진다.
한국사회여론연구소 김동영 실장은 조세일보(www.joseilbo.com)와의 통화에서 "홍 전 경남지사는 보수의 가치나 비전을 가지고 보수층을 결집한 것이 아니고 단순히 박 전 대통령 사면이나 친박 출당을 복당한 부분들이 핵심이기 때문에 국민들이 바라보는 시선이 좋지 않을 것"이라면서 "이 같은 접근 방법은 내부적으로 큰 문제가 될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전계완 정치평론가도 "홍 전 경남지사가 실질적으로 당을 이끌고 갈 것인지 아니면 책임론으로 이선 후퇴할지가 대선 이후 가장 큰 문제가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