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적사업에 못쓸 학교 자산엔 유예없이 과세

대법원은 최근 '비영리법인이 5년의 유예기간 중 고유목적사업준비금을 다른 용도에 사용하여 더 이상 고유목적사업에 지출할 수 없다는 점이 분명하게 드러난 경우라면, 5년의 유예기간에 불구하고 사용금액 상당액을 그 사유가 발생한 사업연도의 익금에 곧바로 산입할 수 있다'고 판결하였다.

고유목적사업준비금은 비영리법인의 세무처리에서 영리법인과 세무상 취급을 달리하게 만드는 중요한 요소이다.

비영리법인은 영리법인과 달리 원칙적으로 법인세 납부의무가 없다. 다만, 비영리법인도 고유목적사업을 위해 수익사업을 영위하는데 여기에는 법인세가 과세된다. 영리법인과의 과세형평을 위해 제조업·임대업 등 수익사업에서 생기는 소득, 이자·배당소득 등 일정한 소득에 대해서는 예외적으로 법인세가 과세된다.

그렇지만 비영리법인이 영위하는 수익사업에서 발생하는 소득은 궁극적으로는 공익을 목적으로 하는 고유목적사업을 위해 사용될 것이 예정되어 있다. 이에 비영리법인의 공익활동을 지원하기 위한 과세특례가 고유목적사업준비금제도이다.

비영리법인이 소득 중 세법에서 정한 금액을 한도로 고유목적사업준비금으로 적립하면 세법이 이를 비용으로 인정한다. 대신 비영리법인은 적립한 준비금을 5년내 고유목적사업에 사용하지 않으면 과거에 인정된 비용이 부인된다. 결과적으로 여기에 대한 법인세를 내야 한다.

대상 판결은 학교법인인 원고가 설립 당시 토지를 출연받아 기본재산으로 보유하다가 16억원에 매각하면서 고유목적사업준비금을 적립하였다. 원고는 토지 매각대금을 정기예금으로 예치하였다가 2년뒤 정기예금을 해지하여 아파트를 취득하였고 이 아파트를 임대사업에 사용하였다.

하급심은 원고가 고유목적사업준비금을 계상한 사업연도부터 유예기간 5년이 지나지 않았으므로 과세처분이 위법하다고 판단하였다.

그러나 대법원은 하급심 판결을 뒤집었다. 고유목적사업준비금을 다른 용도에 사용하여 더 이상 고유목적사업에 지출할 수 없다는 점이 분명하게 드러난 경우라면, 5년의 유예기간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그 사유가 발생한 사업연도에 바로 법인세를 과세할 수 있다고 판단하였다.

그러나 일반적으로 고유목적사업준비금은 장부상 숫자에 불과하고, 고유목적사업준비금으로 적립한 금액 상당의 현금에는 꼬리표가 존재하지 않는다. 5년이라는 유예기간을 둔 고유목적사업준비금 규정의 취지에 비추어 대상 판결의 판시 내용을 모든 사안에 일반화하는 것은 타당하지 않다.

비영리법인의 자금 운영에 경직성을 가져올 우려가 있기 때문이다. 대상 판결에서는 '고유목적사업에 지출할 수 없다는 점이 분명하게 드러남으로써'라는 제한적 표현을 사용하였다. 따라서 제한된 상황에서만 대상 판결의 판시 내용이 적용되는 것으로 보아야 한다.

향후 비영리법인의 세무담당자는 위와 같은 대법원 판결의 취지를 고려하여, 고유목적사업준비금의 사후관리에 더욱 주의를 기울여야 할 것이다. 대법원 2017. 3. 9.선고 2016두59249 판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