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세심판에서 취소된 과세근거로 세금 재부과 못해

과세관청의 과세 근거가 잘못되었다는 이유로 조세심판원에서 세금 부과가 취소된 이후, 과세관청이 새로운 과세 근거로 세금을 다시 부과한 경우 과세관청은 과거의 과세 근거를 또 다시 주장할 수 없다. 이는 대법원이 동일한 쟁점에 대해 과세관청의 과거 과세 근거가 타당하다고 판단하였더라도 마찬가지이다. 

대법원은 “과세의 기초가 되는 사정에 아무런 변경이 없는데도 이 사건 조항을 처분사유로 하는 것은 불복과정에서 취소된 종전 처분을 번복하여 이를 되풀이하는 것일 뿐만 아니라 이 사건 조항에 근거한 종전 처분을 취소한 조세심판결정의 기속력에 저촉되고, 주식의 포괄적 교환에 상증세법에 어느 조문을 적용하여야 하는지에 관하여 견해가 갈리다가 대법원 판결에 의하여 명확하게 선언되었다고 하더라도 이 사건 소에서 처분의 근거규정으로 이 사건 조항을 추가할 수 없다”고 판결하였다.

이 사건 판결의 취지를 명확하게 이해하려면 다소 복잡하지만 배경이 되는 사건의 개요를 먼저 살펴볼 필요가 있다.

이 사건에서 납세자들은 과세관청의 세금 부과에 불복하여 조세심판원에 심판청구를 하였다. 조세심판원은 과세관청의 과세 근거가 잘못됐다는 이유로(이 사건에는 A 법률규정이 아닌 B 법률규정을 적용하였어야 했는데, 과세관청이 A 법률규정을 적용하였으므로 잘못되었다는 취지) 세금 부과를 취소하였다.

이에 과세관청은 납세자의 동일한 거래에 대해 다른 과세 근거(B 법률규정)를 들어 또다시 세금을 부과하였고, 납세자들은 이에 두 번째 조세심판원 심판청구를 하였다. 조세심판원은 이번에는 과세관청의 손을 들어 주었고, 납세자는 어쩔 수 없이 과세관청을 상대로 행정소송을 하게 되었다.

그런데 행정소송 진행 도중 대법원은 동일한 쟁점이 문제된 다른 납세자의 사건에서 과세관청이 최초로 주장하였던 과세 근거(A 법률규정 적용)가 맞다고 최종 판결을 내리고 말았다. 이에 과세관청은 이 사건 행정소송 도중 최초로 주장하였던 과세 근거(A 법률규정)를 과세 근거로 추가하였다.

과세관청 입장에서는 그대로 두었다가는 대법원 판례에 따라 두 번째 처분도 취소될 것이 뻔하므로 과세 근거를 추가할 수 밖에 없었을 것이다. 문제는 과세관청은 과거 납세자에 대해 이미 A 법률규정을 근거로 세금을 부과하였으나 조세심판원에서 취소된 적이 있다는 점이다. 이러한 경우에도 과세관청은 A 법률규정을 과세 근거로 추가할 수 있을까?

대법원은 위의 판시와 같이 과세관청의 과세 근거 추가는 조세심판원의 결정으로 취소된 종전 세금 부과를 또 다시 반복하는 것이어서 조세심판원의 결정 취지에 위배되기에 허용할 수 없다고 판단하였다.

과세관청이 과세의 근거로 A 법률규정을 추가할 수 없게 됨에 따라 납세자는 최종적으로 세금을 부담하지 않게 되었다. 그러나 순전히 법률적인 측면에서만 따지자면 납세자에게는 A 규정을 적용하여 세금을 부과하는 것이 맞다.

과세관청 입장에서는 세금을 부과하는 것이 법률적으로 맞는데 그럴 수 없다는 점이 무척이나 억울하였을 것이다. 그러나 이는 최초 조세심판원 단계에서 과세관청이 자신들의 당초 과세 근거가 타당하다고 조세심판원을 설득시키지 못한 것에 따른 반사적인 결과일 뿐 그 결과를 납세자의 귀책사유로 돌릴 수는 없다.

이 사건 판결은 과세 근거의 추가라는 우회적인 방법을 이용하더라도 심판결정의 효력에 반하는 처분을 할 수 없다는 점을 다시 한번 확인하였다는 점에 그 의의가 있다.  대법원2016.10.27.선고 2016두42999 판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