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이 던진 '핫이슈'…복지의 미래? 유럽도 논쟁 中
심상정 '부분 기본소득'…문재인 "취지는 공감"
19대 대통령 선거 최대의 정책 이슈가 되고 있는 '기본소득'.
기본소득은 영국의 일간지 가디언이 '시대정신'으로 보도할 정도로 유럽 등지에서 공감대가 넓어지고 있다.
특히 우리나라에서는 지난해 3월 이세돌 9단이 '알파고'와의 대결에서 패배하면서 인공지능(AI) 기술에 대한 인식이 자리 잡고 향후 4차 산업혁명을 대비해야 한다는 필요성이 공감대를 형성하면서 거론되기 시작했다.
로봇이 인간의 노동력을 대체하는 '노동없는 자본주의' 시대가 조금씩 가까워지면서 일자리 부족 등을 해결할 방안이라는 주장이다.
□ 핀란드 최초 실시…유럽, 左-右 불로소득 관점 '논쟁' = 올해 1월부터 핀란드가 세계 최초로 중앙정부 차원에서 기본소득제를 실시하기 시작했다.
전국의 25~58살 실업자 중 2000명을 무작위로 선정해 향후 2년 동안 매월 560유로를 주는 내용이다. 오는 4월 프랑스 대선에서 좌파 사회당 후보인 브누아 아몽도 기본소득을 내세우고 있다.
하지만 유럽 내에서는 좌파와 우파의 기본소득 주장의 맥락이 달라 논쟁을 거듭하고 있는 사안이다. 2000년대 들어서부터 논쟁을 이어오고 있는 기본소득은 유럽에서 좌파버전은 기본소득의 재원을 불로(투기)소득 환수에 기초하고 있다.
이를 통해 경제적 양극화를 극복하자는 것이 핵심이다.
기본소득 개념이 최초 등장한 것은 토머스 모어의 소설 '유토피아'다.
한 사회의 가치의 총합은 구성원들이 함께 누려야 한다는 개념에서 비롯됐다. 때문에 기본소득을 주장하는 유럽 좌파는 불로소득을 조직 구성원들이 함께 나눠야 한다는 입장이다.
이에 반해, 우파는 자본의 불로(투기)소득 축적 방식은 그대로 놔두고 현재 정부 재정의 일부를 전 국민에게 나누어주어 국가 재정규모를 줄이자는 주장이다. 좌파는 지속 가능한 기본소득과 보편적 복지의 재원을 마련한다는 입장이라면 우파는 기존 자본소득 구조는 그대로 둔다는 점에서 자본 친화적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기본소득 공약에 가장 적극적인 후보는 더불어민주당 대선주자인 이재명 후보다.
이 후보 역시 유럽 좌파의 입장에서 한국의 땅 투기로 인한 불로소득에 대한 증세(국토보유세)를 통해 기본소득 재원을 마련한다는 계획이다.
이 후보는 모든 국민에게 아무 조건 없이 연 30만원의 토지배당을 지급하고, 아동·청년·노인 등 만 30살 미만과 만 65살 이상 연령대에게 생애주기별로 연 100만원, 그리고 농어민과 장애인에게 1인당 연 100만원의 특수배당을 지급하는 내용의 기본소득을 공약했다.
□ 불평등 사회에 '기본소득' 던진 이재명 = 1단계로 400조원의 예산 중 낭비성 예산을 줄이고 2단계로 '국토보유세'(1% 땅 부자세)를 신설해 재원마련에 나선다는 계획이다.
국가 예산 400조원 중 7%에 해당하는 28조원과 '국토보유세'는 토지를 보유한 모든 사람에게 연간 15조원의 세금을 걷은 후 이를 국민에게 배당한다는 복안이다. 또 기본소득을 지역상품권(지역화폐)으로 지급해 지역경제를 살리겠다는 계획이다.
사회복지 강화 차원의 보편복지를 지향하는 다른 후보들 역시 기본소득 취지에는 공감을 나타내고 있지만 막대한 재원 마련에 고개를 젓는다.
이에 '특수 계층의 수당강화+복지시스템 강화'를 강조하고 있다.
같은 당 문재인 후보는 이 후보의 기본소득 취지에 공감하면서도 "1년 43조원의 예산인데, 지원 대상을 좁히면 대찬성할 것"이라고 선을 그었다.
그는 ▲노인 70%에게 월 20만원 지급→ 80%에게 월 30만원 ▲미취업 청년 대상으로 월 30만원 지급 ▲출산 시 월 10만원, 둘째·셋째는 월 20만·30만원 추가 지원 등 '부분 기본소득' 차원의 청년-노인 수당안을 제시하고 있다.
□ 다른 후보들, 기본소득 취지 공감하지만 문제는 '재원' = 정의당 심상정 후보는 지난해 9월 "기본소득제 전면적 실시에는 막대한 예산이 들어 충분한 사회적 공감대가 형성되어야 한다"며 "이미 사회적 공감대가 형성되어 있는 아동과 청년, 그리고 노인을 대상으로 한 기본소득을 부분적으로 우선 실시하자"고 밝힌 바 있다.
이에 심 후보는 지난 24일 "매년 20세가 되는 청년에게 1인당 1000만원 가량을 배당하는 '청년 사회상속제'를 도입 하겠다"고 공약하며 기본소득 차원의 청년 배당을 공약했다. 청년 1인 1000만원 배당에 대해 "2017년 정부의 상속·증여세 세입 예산은 5조4000억원에 달하고. 이 재원으로 20세가 되는 청년에게 1인당 1000여만원씩, 일종의 기본소득을 제공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또한 기본소득은 '증세'를 필연으로 안고가야 한다는 점에서 반대 입장을 나타내는 후보들도 있다.
국민의당 대선주자인 안철수 후보는 기초생활보장제 기초노령연금 실업급여제도 강화 등 국민 기본보장제를 공약해 복지제도 강화에 방점을 찍었다.
기존 복지제도의 사각지대를 없애는 방향이다.
◆…더불어민주당 대선주자인 이재명 후보의 기본소득 지역상품권(지역화폐) 흐름도
□ 복지 사각지대 해소가 먼저…안희정 "시급히 써야할 데 있다" = 바른정당 대선후보로 선출된 유승민 후보 역시 기본소득에 대해 장기적 검토 필요성을 인정하면서도 복지 사각지대 해소에 무게중심을 뒀다.
그는 국민기초생활보장 혜택을 차상위 계층까지 확대하고 소득 하위 50%에게 기초노령연금을 차등 인상하는 방안을 담았다.
이 후보와 같은 당인 민주당 안희정 후보는 기본소득을 거세가 반대한다.
그는 "복지가 '공짜 밥'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해 이 후보와 대립각을 세운 바 있다. 안 후보는 "기본소득 정책을 시행하는 데 드는 43조원을 더 시급하게 써야 할 사회 영역이 있다"며 '절대약자 우선 복지'를 내세우고 있다. 아동-노인-장애인-여성 등 타이타닉호에서 구명보트에 타는 순서대로 재정을 지출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기본소득 재원은 증세가 불가피해서 사회적 합의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잇따른다. 이에 이 후보는 자신이 주장하는 '국토보유세(1% 땅 부자세)'에 대해 땅 투기로 재산을 불린 1%에 대한 세금이고 이를 95%의 국민에게 돌아가니 조세저항이 크지 않을 것이라고 단언한다.
그는 최근 조세일보(www.joseilbo.com)와의 인터뷰에서 "국토보유세로 걷은 15조원은 토지배당으로 고스란히 국민들께 돌려드리는데, 95%의 국민들께서는 낸 것 보다 더 받게 된다"며 "땅 부자들과 재벌, 기득권 세력이 저항하겠지만 대부분의 국민들이 혜택을 받는 제도이고 불로소득에 과세하는 정당한 일"이라고 반박한 바 있다.
□ '증세' 불가피-복지제도 정합성도 고민 = 특히 기본소득이 기초생활보장제도 등의 공공부조, 실업급여 등의 사회보험 등 기존 복지 제도와의 정합성을 고려해야 한다는 지적도 만만찮다.
무조건적 수당 지급은 오히려 기존 복지제도를 약화시킬 수 있다는 지적이다.
이승윤 이화여자대학교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참여연대 기고문을 통해 기본소득제 방향이 복지국가로의 지향점임을 강조하면서도 "기본소득제는 기존의 복지정책들을 모두 대체하는 정책이 아니다"며 "다른 제도와의 정합성을 신중히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 교수는 "기본소득제가 현재의 복지정책을 모두 대체하는 것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기본소득제 실현에 있어 세 가지의 측면에서 다른 제도들과의 정합성을 살펴봐야 한다"며 ▲기존의 사회보험 및 공공부조 등 사회보장제와의 관계 ▲사회서비스와의 관계 ▲기본소득제의 도입을 위한 재정조달 방식 등을 고려사항으로 내세웠다.
□ "돈으로 지급? 오히려 공공서비스 제도 약화" = 이재명 후보는 앞서 조세일보 인터뷰에서 "아동, 청년, 노인, 장애인 등 복지제도 수혜자이지만 급여가 낮아 실효성이 낮다. 기본소득을 지급하면 이런 점을 보완할 수 있다. 기본소득과 기존 복지제도가 충돌하지 않는다"고 밝힌 바 있다.
극심한 불평등 늪에 빠져있고, 4차 산업혁명으로 노동-일-생산-분배의 패러다임이 변하는 시점에 기본소득이 중요한 키워드인 것만은 분명하다.
국회 보건복지위 한 관계자는 기자와의 통화에서 "현재 사회복지 서비스를 강화하는 차원이 아니라 '현금'을 줘서 그것을 민간에서 복지 서비스를 사용하게 하는 방식은 오히려 복지제도를 약화시킬 수 있다"고 꼬집었다.
그는 "복지제도 강화는 사회서비스 확대와 일자리 창출에도 의미가 큰 데, 수당(현금)만 모든 국민에게 주면 민간 서비스 시장이 커지게 된다"며 "그럼 공공 사회서비스로서 국민이 받는 혜택은 줄어들게 된다"고 지적했다.
국회 기획재정위 관계자도 "이 후보는 국토보유세를 '토지공개념'으로 빌려와 불로소득 환수를 이야기 하는데 아무리 1%라고 해도 그 1%가 한국경제에 미치는 영향을 생각하면 장기간 논의가 필요하다. 경제 여파를 고민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국회 환경노동위 관계자는 "기본소득제도에 대한 논의가 대선이 끝나도 장기간 논의가 될 필요성은 있다"며 "유럽도 오랫동안 논쟁을 벌이고 있는데 복지 제도가 낮은 우리나라는 더 깊이 고민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