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계업계 '빅4체제'에 지각변동 불가피
딜로이트, 몇몇 로컬회계법인과 물밑접촉
안진회계법인에 대우조선해양 분식회계 방조혐의로 '영업정지 1년'이라는 중징계를 받음에 따라 제휴선인 딜로이트가 어떤 행보를 보일지 주목된다.
안진은 영업정지 1년의 징계를 받았지만 신규계약금지 대상기업을 상장기업과 금융사에 한정함에 따라 폐업이라는 최악의 시나리오는 면할 수 있게 됐다. 하지만 매출비중이 큰 상당수의 상장사 고객을 빼앗기는 타격을 받게돼 파트너인 딜로이트가 결별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을 것이라는게 업계관계자들의 관측이다.
이에 따라 삼일 삼정 한영 등과 함께 '빅4 체제'를 유지해오던 회계업계에 판도변화가 이뤄질 가능성이 점쳐지고 있다.
그동안 국내 회계법인과 제휴를 맺었던 다국적 회계법인들은 금융당국의 제재조치로 영업에 타격을 입을 경유 제휴사를 교체하면서 위기를 돌파하는 모습을 보여왔기 때문에 딜로이트의 행보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실제로 딜로이트는 2001년 당시 부실 회계감사로 타격을 입은 안건회계법인과의 제휴관계를 청산한 이력을 갖고 있다.
로저 다슨 딜로이트 부회장은 지난해 말 안진회계법인과의 제휴를 지속하겠다는 의지를 보인바 있다. 하지만 현 상황에선 그 약속을 지킬수 있을지 미지수란게 회계업계의 시각이다.
안진은 이번 징계로 인해 비교적 감사보수가 높은 편인 100여개 상장사 고객과는 감사계약을 체결할 수 없게 됐다. 신규 감사계약 금지범위에는 기존 감사계약의 연장도 포함된다. 게다가 지정감사 배정담당 대상에서도 제외됐다.
더구나 이번 일로 안진회계법인은 기업이미지에 큰상처를 입어 기업고객을 얼마나 유지할 수 있을지 의문이 제기되고 있는 실정이다. 이를 감안하면 딜로이트가 안진의 손을 놓는 게 결코 어색한 몸짓이 아닐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앞서 딜로이트는 안진에 대한 징계수위 확정 전부터 몇몇 로컬회계법인과 멤버펌 체결을 위한 물밑접촉을 이뤄온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딜로이트로부터 멤버펌 제휴제안을 받았다는 어느 회계법인의 대표는 "딜로이트와 접촉이 있었던 것은 사실"이라고 말했다. 다만 "국내 로컬회계법인 대부분 여러 개의 팀이 모여 법인을 이룬 형태인 '독립채산제'의 모습이어서 '원펌'을 지향하는 딜로이트 입장에선 '안진을 떠나야 할지' 망설일 수 있다"고 덧붙였다.
이러한 가운데 딜로이트가 안진 출신 회계사들을 주축으로 새롭게 설립한 회계법인과 제휴를 맺는 방식으로 한국시장에서 지위를 확보해나간다는 소문도 나돌고 있다.
이 경우 딜로이트는 안진과의 멤버펌 계약을 해지한 뒤 안진 출신이 만든 신설 회계법인과 계약을 다시 맺게 된다는 것. 그러나 이 역시 간판만 바꾸는 편법이어서 금융당국이나 여론의 시선이 곱지않을 것이란 점을 의식하지 않을 수 없다.
회계업계 관계자는 "딜로이트가 안진을 떠나 다른 법인과 만나든 혹은 안진과의 관계를 계속 이어가든지의 여부에 관계없이 '회계업계의 재편'은 불가피"하다며 "딜로이트 안진 사태가 진정될 때까지 업계혼란은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한편 대우그룹 분식회계 사건때 산동회계법인이 영업정지를 당하자 산동과의 제휴를 해지하고 삼정회계법인과 제휴를 맺은 바 있다. 그리고 이 과정에서 기존 산동회계법인의 인력 대부분이 삼정으로 건너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