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감원, 딜로이트 안진회계법인에 '영업정지 1년'
'상장사 100여곳'에 대한 '신규 감사계약' 금지
금융당국이 딜로이트 안진회계법인에 기업 분식회계 가담혐의로 '영업정지 1년'이라는 중징계를 내렸지만 예상보다 제재수위를 대폭 낮춰 '폐업'위기를 넘기고 한숨 돌리게 됐다. 딜로이트 안진은 100여개 기업과 재계약을 할 수 없게돼 그만큼 매출 손실을 입게되는 수준으로 피해를 최소화하게 됐다.
24일 금융위원회 산하 증권선물위원회는 딜로이트 안진에 대우조선해양 분식회계 조직적 묵인 등의 혐의를 적용시켜 다음달 5일부터 100여개 상장기업을 대상으로 1년간 영업정지 조치를 내렸다.
이에 따라 안진은 기존의 고객 가운데 100여개 상장사와는 회계감사 계약을 맺을 수 없게 됐다. 반면 비상장사 고객 1000개 기업과의 거래관계는 이어갈 수 있게 된다. 이로써 딜로이트 안진 입장에선 '폐업' 걱정은 덜 수 있게 된 것이다. 적어도 내달 감사 재계약을 앞뒀던 비상장사 1000곳은 살릴 수 있어서다.
이번 징계조치로 안진이 직접적으로 받게될 매출 손실은 예상보다 크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징계로 인한 이미지 손상으로 입는 피해가 얼마나 될지 예측할 수 없어 안진의 앞날을 불투명하게 만들고 있다.
회계업계는 안진이 영업정지 처분을 받아도 감사부문 매출손실은 10% 정도의 감소하는데 그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안진의 지난해 감사부문 매출은 1049억원으로 이번 제재조치로 줄어들 매출은 100억원 안팎에 이를 것으로 전망된다.
금감원 전자공시에 따르면 지난해 3월 기준 안진과 감사계약을 맺은 기업은 1068개이다. 이중 상장사는 232개이며 3년에 한 차례 회계감사 수임계약을 맺기 때문에 이번에 영업정지 대상에 걸리는 상장사는 100여개에 그친다.
게다가 금융감독의 영업정지 조치가 내려질 것을 예상하고 미리 계약을 끝낸 상장사도 상당수 있는 것으로 알려져 안진의 매출 손실은 예상보다 작을 수 있다는 분석이 제기되고 있다.
하지만 영업정지 조치가 내려질 경우 지정감사 배정 대상에서 제외돼 그로 인한 추가적인 영업손실은 불가피할 전망이다. 게다가 영업정지 조치로 인한 신뢰성 저하로 딜로이트 안진의 비감사부문의 영업에도 악영향을 끼칠 수 있다는 분석도 있다.
이 때문에 징계 수위가 낮아졌다곤 하나 안진으로선 전력상 큰 타격을 피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이미 딜로이트 안진에서 타 법인, 타 직종으로의 인력이탈과 업무이전이 가속화되고 있는 것으로도 전해지고 있다.
딜로이트 안진 관계자는 "이번 업무정지 범위가 좁혀진 것은 불행 중 다행"이라면서도 "일부 구성원의 그릇된 판단으로 전체가 고통받아야만 하는 현 상황이 안타까울 뿐"이라고 말했다.
한국공인회계사회는 이에 앞서 지난 7일 징계위원회를 열어 대우조선 분식회계에 연루된 딜로이트 안진 소속 회계사 4명에 대해 등록취소 조치했다.
한편 대우그룹 분식회계 사태가 불거진 2000년 당시의 사례를 보면, 대우의 외부감사인이었던 산동회계법인이 업계 3위를 달리던 중 영업정지 1년 조치를 받고는 폐업했다.
1999년엔 청운회계법인이 대우통신 부실감사 혐의로 1개월 영업정지 처분을 받고 문을 닫았다. 8년 전인 2009년에는 화인경영회계법인이 케이디세코 분식회계를 방조한 혐의로 6개월 영업정지를 받은 뒤 공중분해 됐다.
딜로이트 안진은 금융당국의 영업정지 처분을 받고도 회생의 길을 걷는 첫번째 회계법인이 될지 주목받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