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이재명 적극 공약…안희정·안철수·유승민 아직 '준비 중'
한국경제의 '뇌관', '시한폭탄'으로 불리는 가계부채. 매년 사상 최대를 기록하는 가계부채는 올해 1344조원을 넘어섰다. 더 이상 방치할 수 없는 가계부채 해법을 놓고 대선주자들도 본격적인 정책 약속에 나서고 있다.
특히 미국 도날드 트럼프 대통령 취임 이후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연준·Fed)의 금리 인상이 현실화되고 있어 차기 정부의 발 빠르고 현실적인 대책이 주문되고 있다.
박근혜 정부는 2014년 경제혁신 3개년 계획에서 가처분소득 대비 가계부채 비율을 5%포인트 낮추겠다고 했지만 OECD(경제협력개발기구) 통계에 따르면 오히려 가처분소득 대비 가계부채 비율은 박근혜 정부 출범 당시인 2013년 160.3%에서 지난해 상반기 말 173.6%로 치솟았다.
□ 박근혜정부, '초이노믹스' 가계부채 급증 '주범' = 특히 친박 핵심인 최경환 전 경제부총리가 드라이브를 건 '초이노믹스'는 가계부채를 늘리는 데 한몫 했다.
경기부양책인 '초이노믹스'는 지난 2014년 LTV(담보대출비율)·DTI(총부채상환비율) 완화를 추진했지만 오히려 가계대출을 급증시켰다.
정부가 나서서 국민들에게 '빚을 내서 집사라'는 시그널을 보내 경기부양책을 지속적으로 펼친 결과다. 박 전 대통령이 집권 이후 파면(3년 10개월)하기까지 늘어난 가계부채는 380조원에 달한다. 이는 이명박 정부 5년 간 증가한 가계부채 298조원을 훨씬 웃도는 금액이다.
IMF(국제통화기금)는 지난해 발표한 '한국 국가보고서'에서 "한국의 LTV(70%) 및 DTI(60%) 한도가 다른 국가보다 높은 수준"이라며 "점진적으로 낮춰야 한다"고 권고했다.
지난 정권이 저질러 놓은 산더미 같은 가계부채 해법을 놓고 대선주자들도 고심하고 있다. 비교적 구체적 정책방안을 내놓은 후보는 더불어민주당 문재인, 이재명 후보 정도다.
□ 문재인, 소득 늘려 상환능력↑…'총량관리제·이자상한제' = 문재인 후보는 지난 16일 가계부채 공약을 발표하며 "이명박근혜 정부의 부채주도성장정책에서 탈피해 일자리와 가계소독을 늘려 상환능력을 높여야 한다"면서 "생계형 대출수요를 줄여 국가경제를 살리는 소득주도성장정책으로 전환하겠다"고 밝혔다.
그는 ▲부채 주도 성장정책을 소득주도 성장정책으로 전환 ▲도덕적 해이를 막으며 취약계층 부담경감 방안 마련 ▲금융기관에서 금융소비자 보호 중점으로 정책 운영 등 3가지를 가계부채 3대 근본대책으로 꼽고 7가지 구체적 해법으로 내놓았다.
7대 해법은 ▲가계부채 총량관리제 ▲이자율 상한 20% 단일화 ▲회수불능채권 채무감면 ▲'죽은 채권' 시효연장 및 대부업체 매각 방지 ▲금융소비자보호법 및 보호기구 설치 ▲주택안심전환대출 확대(단기 변동금리 일시상환→장기 고정금리 분할상환) ▲비소구 주택담보대출 확대 등이다.
◆…더불어민주당 경선주자인 문재인 후보
□ 총량관리제, '금융통제 정책' 오해 가능성 = 특히 가계부채 총량관리제는 가계 부채증가율을 소득증가율보다 낮게 유지하고, 가처분소득 대비 가계부채 비율이 150%를 넘지 않도록 관리한다는 게 골자다.
즉 소득주도성장을 통해 가계 소득을 늘리고 부채 총량을 관리해 나가겠다는 것이다.
하지만 '가계부채 총량관리제'가 앞으로 통화정책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한국은행법(28조 18호)에 규정된 대출 총량제(금융통화위원회는 극심한 통화팽창기(通貨膨脹期) 등 국민경제상 절실한 경우 일정한 기간 금융기관 내의 대출과 투자의 최고한도를 제한할 수 있다.)로 인해 '금융통제 정책'으로 오해받을 수 있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경제 상임위를 오랫동안 담당했던 한 정치권 관계자는 조세일보(www.joseilbo.com)와의 통화에서 "총량관리를 한다는 말이 애매하다. 총량관리를 위한 정책수단이 뭔지 구체적으로 발표된 게 없다"며 "또 한은의 대출총량제와 연동되는 문제도 고려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지금 가계부채는 초이노믹스로 LTV(주택담보인정비율), DTI(총부채상환비율)를 무분별하게 완화해 발생한 측면이 강해서 이 규제부터 되돌려 놓는 것이 가계부채 해법에 더 현실적"이라고 말했다.
또 이 관계자는 "가계부채는 약탈적 대출이 문제인데, 핵심은 상환능력을 초과하는 대출을 막는 방향으로 가야 정합성 높은 대책이 된다"면서 상대적으로 대출심사가 느슨한 제2금융권들을 지적했다.
이 같은 지적에 '더문캠' 홍종학 정책본부장은 "한은의 대출총량제와 상관이 없는 것"이라고 선을 그었다.
□ 더문캠 "취약계층 총량관리 안정적으로 하는 게 목적" = 홍 본부장은 "금융위에서 가계부채 관리를 위해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Debt Service Ratio)을 도입하는 것은 올바른 방향"이라면서 "다만, 심사가 세게 들어가면 취약한 계층은 위험해지니까 안정적 관리가 필요하다. 그동안 (총량)관리가 안 되어서 주택담보대출이 급증한 것이니 이를 막겠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홍 본부장은 LTV, DTI 규제 강화책에 대해서도 "은행권이 대출규제를 강화하면 제2금융권이 커지고 다시 대부업체가 늘어나니까 안정적 관리를 위해 총량을 관리하면서 풍선효과를 막겠다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또한 문 후보는 국민행복기금의 회수불능채권 11조6000억원(103만명)과 떠돌이 장기 연체채권 11조원(100만명)의 채무도 감면하겠다고 말했다. 국민행복기금은 박근혜정부가 이전 정부인 이명박정부의 햇살론과 미소금융, 새희망홀씨 등을 합친 소액대출제도다.
문 후보는 다만 도덕적 해이를 막기 위해 채무감면은 채무자의 연령·소득·재산 등을 면밀히 심사한다는 방침이다. 특히 채무감면 후 미신고 재산이나 소득이 발견되면 즉시 채무감면을 무효화하고 회수를 추진한다고 밝혔다.
□ 국민행복기금 회수불능채권…문 '감면'vs 이재명 '탕감' = 하지만 이재명 후보는 국민행복기금 회수불능채권에 대해 대대적인 탕감정책을 내세워 문 후보와 차별화를 꾀했다.
이 후보는 '신용대사면' 카드를 통해 총 24조원의 탕감정책을 내세웠다. 금융채무 취약계층인 490만 명에 대해 1인당 500만원씩 총 24조원을 탕감하겠다는 내용이다.
특히 국민행복기금이 보유한 채권 288만 건 중 재정 부담이 없는 신용회복기금 이관분 등 17조4000억 원 상당의 178만 건을 우선 상각하고, 2600억 원에 달하는 1000만원 이하의 장기(5년 이상) 금융채무 불이행자 7만 명에 대해서는 해당 채권을 매입하거나 금융기관의 자체 상각을 유도해 채무를 탕감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또 매년 신용회복위원회에 개인워크아웃 및 프리워크아웃을 신청하는 10만명, 법원에 개인회생 및 파산을 신청한 15만명 중 1000만원 이하의 채무에 대해서도 채권을 매입하는 방식으로 채무조정을 진행한다는 구상도 갖고 있다.
이 후보는 "총 490만명에 달하는 이러한 생계형 부채만이라도 국가가 '신용대사면'이라는 이름으로 전부 탕감하고 경제적 새 출발을 돕는 것이 대한민국 경제에 동맥경화를 푸는 방법"이라고 말했다.
◆…더불어민주당 경선주자인 이재명 후보
□ "탕감 보다 취약계층 서민경제자립 먼저" 공정대출법도 대안= 하지만 가계부채 탕감에만 초점을 둘게 아니라 취약계층인 서민들의 경제자립부터 마련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적지 않다.
건국대 경제학과 최배근 교수는 "무조건적인 부채경감보다는 서민들이 정상적인 경제활동을 지원하는 대안이 필요하다"면서 "취약계층들의 채권이 대부업체에 넘어가기 전에 정부가 인수해서 소각시켜야 한다"고 설명했다.
최 교수는 "국가가 생계형 가계부채에 대해서는 저금리로 돈을 빌려주고 자활을 적극적으로 지원해야 한다"면서 여기에 일자리 창출 정책들이 맞물리게 되면 채무로 인해 파산하는 사람들을 막을 수 있다"고 말했다.
또 상환능력을 초과하는 대출을 금지하고 이를 위해 금융기관은 변제능력을 심사하도록 하는 '공정대출법'(과잉대출 및 불공정대출행위 규제에 관한 법률)이 더 현실적이라는 지적이다. 앞서 문 후보는 지난 대선 당시 가계부채 공약으로 '피에타 3법'으로 공정대출법을 공약한 바 있다.
국회 기획재정위 관계자는 "상환능력을 초과하는 대출을 막는 게 선행되어야 한다"며 "제2금융권의 경우, 대출심사가 제대로 되지 않는다. 대부업체는 더 하다. 약탈적 대출의 꼬리를 먼저 잘라야 한다"고 지적했다.
한편, 같은당 경선주자인 안희정 후보는 가계부채에 대한 공식적인 입장은 발표하지 않은 상태다.
□ 안희정 정책無…안철수-유승민 '준비 중', 이인제 신용불량자 구제책 = 국민의당 경선대선주자인 안철수 후보는 "미국의 금리인상이 시작됐고 앞으로 한두 번 이상의 금리인상이 예상된다"면서 "가계부채 부분에 대한 정책들은 따로 발표하도록 준비하고 있다"고 밝혔다.
바른정당 경선대선주자 유승민 후보는 "20년 전 국제통화기금 위기 같은 수렁에 빠지지 않으려면 부실기업·부실금융·가계부채에 대한 과감한 수술이 필요하다"면서 "부동산 시장 상황과 가계부채를 고려하면서 DTI와 LTV 등의 규제를 강화할 필요가 있다"는 입장이다.
자유한국당 대선주자로는 이인제 후보가 유일하게 관련 대책을 밝혔다. 다만, 이 후보는 가계부채의 직접적 해법보다 신용불량자에 대한 구제 방안에 초점을 맞췄다.
이 후보는 10년 이상 연체된 1천만 원 이하의 부채 원금을 전액 탕감하고 관련 금융기관 기록을 삭제하겠다고 공약했다. 한국자산관리공사와 서민금융진흥원이 보유한 부실채권과 기금을 통합 출연해 '배드 뱅크'를 설립하고 배드 뱅크가 대부업체 등 민간이 보유한 부실채권을 일괄 환매하는 방안을 내놓았다.
또 조기 회생을 위해 의무 변제 및 신용회복 기간을 현행 7년에서 2년으로 단축하고 '서민 신용상담 서비스' 기구를 신설해 일자리 제공과 신용불량자 예방 상담을 한다는 내용도 포함했다.
이 전 최고위원은 "자유시장 경제에서 1천만원을 갚지 못해 신용불량자로 낙인 찍혀 살아온 10년 이상의 삶은 경제적 징역형을 받은 것과 동일하다"며 "사회적으로 충분한 벌을 받은 것이므로 사면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