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 대선주자들은 14일 열린 3차 합동토론회에서 박근혜 전 대통령 '파면'으로 빚어진 '국민통합' 방안을 놓고 '불꽃공방'을 펼쳤다.
이들은 국민통합과 적폐청산에 궤를 같이하면서도, 대연정과 연립정부 구성 등을 둘러싼 통합 범위 논쟁에는 첨예한 대립각을 세웠다.
지지율 1위를 달리는 문재인 전 대표는 이날 '준비된 대통령'을 자임하며 정권교체를 거듭 강조하고 나섰다.
문 전 대표는 "정의롭고 공정한 나라, 상식이 통하는 세상, 더불어 사는 따뜻한 공동체, 이게 새로운 대한민국"이라며 "정권교체로만 가능하다. 문재인은 준비돼 있다"고 강조했다.
안희정 충남지사는 광화문 광장에 쓰여 있는 윤동주의 '새로운 길'이라는 시를 언급하며 자신만의 철학과 소신을 강조했다.
안 지사는 "대한민국은 한 번도 가보지 않은 새로운 길을 가야한다. 더 이상 국론분열과 대립으로는 정권교체도 새로운 시대 교체도 이룰 수 없다"면서 "탄핵을 위해 달려온 100일 만큼 새로운 시대 교체, 새로운 대한민국의 길에 안희정이 앞장서겠다"고 피력했다.
이재명 성남시장은 특유의 선명성을 앞세우며 '진짜 교체'를 외쳤다.
이 시장은 "진정한 세상 교체, 모두가 공정한 기회를 누리는 그야말로 평등한 공정한 나라가 국민이 원하는 국가"라며 "이재명은 평생 공정한 나라를 위해서 애써왔다"며 지지를 호소했다.
최성 고양시장은 대통령 탄핵 이유를 정경유착으로 꼽으면서 '청렴성'을 강조했다.
최 시장은 "새 대통령은 불법 정치자금 받지 않는 청렴한 대통령이어야 된다"면서 "가장 청렴하면서도 풍부한 국정 경험이 있는 최성이 위기의 대한민국을 구조해 낼 수 있다"고 역설했다.
□ 文·李 '경제대통령', 安 '대연정', 崔 '안보' = 모두발언 이후 각 후보들이 ▲경제 ▲소통과 통합 ▲안보 ▲공정과 청렴 등 4개의 키워드를 택하는 순서가 마련됐다.
경제를 꼽은 문 전 대표는 "대다수 중산층, 서민들이 살기 힘들고 경제도 더 이상 성장하지 않게 됐다. 민생을 살려서 내수를 살려야만 경제가 살아남을 수 있다"면서 경제와 민생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더 준비된 후보'임을 강조했다.
그러면서 "경제를 더 공정하고 평화롭게 만들어야 하고 그러려면 역시 일자리다. 일자리 문제를 해결하는 대통령이 되겠다"고 덧붙였다.
안 지사는 소통과 통합을 택했다. 안 지사는 "새 대한민국을 향해 진보와 보수의 대립, 뺄셈의 정치를 극복하자"며 "낡은 진영 논리를 뛰어넘어 국민이 단결해야 한다"고 역설했다.
그는 "충남 도정에서 여소야대를 극복해 이미 통합정치를 성공했다"면서 "소통과 통합에서 가장 잘 준비된 후보"라고 말했다.
경제를 선택한 이 시장은 "우리나라의 격차가 나라 발전을 가로막고 모든 국민들에게 기회를 뺏고 있다"며 "이 불평등을 해소하고 경제가 새로 살아나야 한다. 공정한 세상만이 공정한 경제를 만들 수 있다"고 밝혔다.
□ 이재명, '토론회불참' '기득권 세몰이' 등 文 맹비난 = 주도권 토론에서는 토론 초반 탐색전을 마친 상태라 상호 신경전이 가열되는 분위기가 감지됐다.
특히 이 시장의 공세가 날카로웠다. 이 시장은 "광주에서 예정된 토론회가 문 후보가 불참하고, 안희정 후보도 안하는 것으로 결정해 결국 무산됐다"면서 "특히 문 후보는 지난번에 지방의원협의회가 주최하는 광주 토론회도 불참했다"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앞으로 후보간 합의해서 2시간동안 무제한 자유토론을 해볼 생각이 없나"라고 제안했다.
이에 문 전 대표는 "토론은 피할 생각이 없지만, 스케줄을 일방적으로 강요할 수는 없다. 토론 일정은 당과 협의해 만드는 게 좋을 것 같다"고 해명했다.
또 이 시장은 문 전 대표 캠프측의 영입인사 논란 등을 지적하면서 공세를 이어갔다.
그는 자신의 권위를 위해 경비원을 동사하게 한 의혹이 있는 진익철 전 서초구청장, 세월호 '다이빙벨' 영화 상영과 관련해 부산영화제 압박을 가한 정경진 전 부산시 부시장 등을 거론하며 "청산하고 내보내라"고 지적했다.
문 전 대표는 "절반은 맞고 절반은 아니다"며 "사람을 부패기득권자나 친재벌 딱지 붙이는 것은 종북좌파 딱지와 다를 바가 없다고 본다. 중도나 합리적 우파, 보수까지는 확장하고 포용해야 한다"고 반박했다.
이 시장이 "민주당이 대통령 후보를 뽑는데, 후보가 독자적 세력을 다 만들면 당의 역할이 없다"며 '세(勢) 불리기'를 지적하자, 문 전 대표는 "정당 책임정치를 강조했다. 다음에 들어설 정부는 문재인 정부가 아니라 더불어민주당 정부다. 정책도 당이 생산하고 인사 관련해서도 당과 추천받고 협의받겠다고 했다"며 거듭 설전이 오갔다.
□ 사드 배치, 中경제보복 해법에 공감대 형성 = 열띤 토론으로 가열된 스튜디오 온도는 안보와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문제에 대해 각 후보들이 비슷한 입장을 나타내면서 한층 차분해졌다.
한반도 사드배치에 따른 중국의 경제보복에 관한 대책이 나오자 문 전 대표는 "이 정부가 잘못됐다"며 "내외적으로 공론화 안 했고, 대내적으로도 중국에 강력한 보복을 초래했다"라고 지적했다.
문 전 대표는 "정부는 당초 중국의 보복이 없을 것이라 안일하게 낙관했는데, 이제 강도 높은 보복을 당하는 만큼 정부는 팔을 걷어붙이고 나서야 한다"라며 "항의할 것은 항의하고, 설득하는 외교적 노력도 해야 한다"라고 밝혔다.
안 지사는 "사드 보복으로 장사가 안돼서 어려워하는 시민들, 자영업자, 중소기업이 많다는 것을 잘 알고 있다"며 "정치인의 한 사람으로 죄송하다. 평화가 답이라는 사실을 절감한다"고 말했다.
또 "정부의 모든 역량을 동원해 자영업자, 중소기업, 그리고 교민들의 어려움을 해결하기 위해 뛰겠다"라며 "안보와 경제가 위기에 처해있다. 균형 잡힌 외교가 필요하다. 한미동맹은 중국을 적대하지 않을 것이라는 메시지를 전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 시장은 "사드가 국가 안보에 도움이 된다면 왜 반대하겠나"라며 "도움은커녕 중국으로부터 경제보복을 당하고, 미국과의 관계는 굴욕적 종속관계로 바뀌고, 일본과도 비정상적 관계를 맺게 한다"라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잘못됐을 때는 정상으로 되돌아가야 한다"며 "힘들 때 필요한 일을 하기 위해 국가 지도자를 뽑는다. 목숨 걸고라도 잘못된 정책은 되돌려야 한다"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 시장은 "사드 문제는 원칙으로 되돌아가서 미국으로 하여금 철회하도록 해야 한다"라며 "일부 설치했어도 반드시 철회해야 한다"라고 덧붙였다.
최 시장은 "사드 문제는 한반도 안보 경제와 직결된 문제"라며 "황교안 대통령 권한대행은 사드 문제에 대해 피해대책을 국회에 보고하고, 정세균 국회의장과 민주당 추미애 대표는 국회가 나서서 정부가 하지 못한 것을 해결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