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최순실' 국정농단 사태를 방조했다는 책임에서 자유롭지 못한 자유한국당이 풍전등화(風前燈火)의 기로에 섰다.
자유한국당은 당장 '포스트 탄핵정국'에 대비한 대응책 마련에 주력할 예정이지만, 집권여당으로써 헌정 사상 첫 '탄핵 대통령'을 낳았다는 불명예는 쉽게 벗어나지 못할 것으로 보인다.
특히 야권과 달리 대선 판도를 뒤집을만한 유력 대선주자조차 없어 '대선필패'마저 예견되는 등 총체적 위기에 봉착하게 됐다.
□ 먹구름 드리우는 자유한국당, '해체론'도 나와 = 인명진 위원장은 이날 의원총회에서 "참담한 심정"이라며 대통령 '파면'이라는 초유의 사태에 당혹해했다.
정우택 원내대표도 "어깨에 힘이 빠진다"며 "(하지만) 8인 전원 합의에 의해 결정이 나온 이상 겸허히 수용하고 또 존중해야 된다"고 애써 의원들을 다독였다.
정 원내대표는 "우리가 집권여당으로써 대통령을 잘 보필하지 못한 책임감을 통감하고 있지 않나. 집권여당으로써 큰 책임감을 느끼고 있기 때문에 이순간 이후부터 언행에 자중하고 겸허하게 행동해야한다는 것을 의원님들께 강조 말씀드린다"고 당부했다.
막상 '대통령 파면'이 결정되자, 당황스러워 하고 있지만 자유한국당은 그동안 탄핵소추안의 절차상 문제를 거론하며 '탄핵기각'에 관한 탄원서를 헌재에 제출하는 등 헌재심리에 영향을 주려고 애를 썼다. 박 대통령의 호위무사를 자처하는 '친박' 의원들과 대선주자들은 폭력 시위로 논란이 되고 있는 탄핵반대집회에 참여해 박 대통령의 국정농단 혐의를 부정하고 특검과 헌재를 모독하는 데 가담했다.
'친박'이라고 자처하면서 국정농단 사태를 '눈뜨고도 코 베인' 듯 알지 못했고, 민심을 양분시켜 자극하기 바빴다. 국론을 반으로 쪼개는 데 일조하면서 국민들의 공분만 키워나갔다는 분석이다.
당 쇄신을 외치며 비상대책위 체제를 만들었지만 인 비대위원장은 '친박' 핵심인 이정현 전 대표와 최경환, 김진태 의원 등에 대한 징계 등을 유야무야한 상태로 만들었다.
□ 보수층 결집할 정치세력 경쟁 불가피…바른정당 '추가탈당' 기대 = 이에 보수 유권자들을 끌어 담을 정치세력 경쟁은 더 치열해질 전망이다.
박 전 대통령의 탄핵에 찬성표를 던졌던 비박계들이 끝내 당을 나와 만든 바른정당은 당장 자유한국당의 책임론을 내세우며 해체론을 강하게 압박하고 있다. 바른정당은 대통령 파면으로 자유한국당 의원들의 추가탈당을 기대하고 있다.
정병국 대표는 헌재 심판 선고가 다가오자 "자유한국당은 국정농단에 대한 모든 책임을 지고 즉시 당을 해체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성태 사무총장도 "박근혜-최순실과 함께 했던 자유한국당은 역사와 국민 앞에 사죄하고 스스로 소멸해야 한다"면서 "스스로 역사의 죄인임을 국민 앞에 고백해야 한다"고 거듭 '해체론'을 강조했다.
분열된 보수층 결집을 위해서는 자유한국당의 해체가 진정한 보수를 위한 길이라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야권의 한 관계자는 조세일보(www.joseilbo.com)와 통화에서 "자유한국당이 친박당인 것은 국민 모두가 아는 사실이다. 자유한국당은 박 대통령과 공동으로 책임져야한다"며 "박 대통령 탄핵이 인용된 것은 자유한국당을 탄핵한 것이다. 탄핵 정당으로써 책임을 지는 행동은 해체가 답이다. 자연 해산하는 게 진정으로 보수를 살리는 길"이라고 꼬집었다.
이현우 서강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기자와의 통화에서 "당 해체가 정치적 책임을 다하는 거라고 보지 않는다"며 "해체하고 다 어디로 가나? 다시 만들면 그게 뭐가 다른가. 지지층을 수렴할 정당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박 대통령 탄핵 인용과 함께 정치적 사망선고를 받은 것과 다름없는 자유한국당은 당분간 쇄신작업의 일환으로 '박근혜 색깔 지우기'에 나설 것으로 점쳐진다. 박 대통령의 탈당 요구는 물론 친박 청산도 함께 이뤄질 것으로 관측된다.
특히 내년 지방선거 등을 생각하면 지지층 결집을 위해 무엇이든 해야 하는 상황이다.
이에 정 원내대표는 이날 의총에서 "60일 이내에 대선을 치러야 하는 큰 국가적 과제가 남았다"며 야당을 겨냥, "좌파세력 대세론, 대통령이 다 된 것 마냥 안보로 불안하게 하는데 국미들이 자유한국당을 다시 한 번 믿어 주실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 뚜렷한 주자 없어, 지지율2위 황교안에 관심 쏠릴까? = 문제는 뚜렷한 대선주자가 없다는 점이다. 그나마 보수층에서 꾸준하게 지지율을 유지하고 있는 황교안 대통령 권한대행이 대안으로 떠오르고 있지만 박근혜 정권의 최대 수혜자인 황 권한대행이 직접 대선 판에 뛰어들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당장 동정론을 운운하며 보수층의 결집을 이끌 수 있겠지만, '국정농단의 부역자'라는 낙인 탓에 박 전 대통령 탄핵을 찬성했던 다수 국민들의 강한 반대에 부딪힐 수 있다는 분석이다.
특히 심판이 갑자기 선수로 등장해 경기를 뛴다는 논란에 휩싸일 수 있고, 경제·외교 및 안보 등에서 국난이 지속되는 과정에서 국정을 내려놓고 선거에 출마해야 한다는 점도 황 대행에게는 도의적 부담이 될 가능성이 있다. 또 그가 출마할 경우 유일호 경제부총리가 대통령 권한대행의 대행을 맡게 되는 웃지 못 할 상황도 펼쳐진다.
홍준표 경남지사의 출마설도 고개를 들고 있지만, 정치권에선 '무의미'하다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성완종 리스트 사건과 관련해 대법원 판결이 남아있고, 지나친 강경발언 등이 외연확장에 한계로 작용할 것이라는 분석이 나오면서 더 이상 지지율 반등을 기대하기 어렵다는 전망이 많다.
이 교수는 보수진영 대선주자와 관련해 "다수 보수진영 후보들이 지지율이 미미해서 보수 연합 후보가 나오지 않을까 생각한다"며 "보수진영이 위기이지만 대선을 치러야 하고 장기적으로 세력관리를 하기 위해 최대한 결집할 것이다. 그래야 내년 지방선거도 치를 수 있다. 황 대행이 지지세가 있으니 자연스럽게 관심을 받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