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대통령
인용가능성 높아…법조계-정치권-국민 다수 '탄핵 찬성'
박근혜 대통령의 파면 여부가 내일(10일) 결정된다.
헌법재판소가 10일 오전 11시 박 대통령 탄핵심판을 선고한다고 전날(8일) 밝히면서 박 대통령의 '운명'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박 대통령의 운명을 좌우할 헌재의 선택지는 '인용'(파면)과 '기각' 그리고 '각하'다.
헌법 전문가들이나 법조인, 정치권 대다수 특히 국민의 절대다수는 박 대통령의 탄핵 인용 결정을 예상하고 기대하고 있지만 만에 하나 기각될 우려도 존재한다.
□ 대리인단, 5가지 소추사유 전면부정, 법정모독까지 = 대통령 대리인단은 탄핵소추 사유인 헌법 위배 내용을 전면부인하고 있다. ▲국민주권주의 및 법치주의 위반과 대통령 권한남용 ▲언론 및 직업선택의 자유 위반 ▲생명권 보장 위반(세월호 7시간) ▲뇌물 수수 등 형사법 위반 등 각종 법률 위반 등을 부정하고 있다.
대리인단은 국민주권주의 및 법치주의 위반과 관련해 박 대통령이 최순실 등을 통해 사익을 위해 미르·K스포츠 재단 등을 설립 행위를 하지 않았다는 입장이다. 재단 설립과정의 기금 마련이 개인적 이득을 취한 게 아니며 최순실의 사익 추구를 인식하지도 못한다고 주장했다.
논란이 되는 '세월호 7시간' 행적을 담은 생명권 위반에 대해선 헌법 제10조의 생명권 보장의무는 국가에 있는 것이지, 대통령이라는 국가기관에 있는 것이 아니라고 반박하고 있다.
특히 전국경제인연합회를 통해 기업들에게 미르-K스포츠재단 등을 출연케 한 것에 대해서도 기업들의 자발적인 행위이기 때문에 재산권 침해나 시장경제질서 훼손이 아니라고 말한다.
"참 나쁜 사람"이라며 문화체육관광부 국장급 인사를 지목, 끝내 자리에서 물러나게 한 공무원 임명권 남용 등에 대해서도 최종 인사권을 박 대통령이 행사한 이상 특정인의 의견을 들었다고 해도 공무원 임면권을 남용한 것이라고 볼 수 없다는 입장이다.
문고리 3인방 등 정윤회 비선실세 문제를 최초로 보도했던 세계일보에 취재 압박과 당시 사장을 교체시키는 데 영향력을 행사했다는 진술과 증언 역시 헌법이 보장한 언론의 자유를 위배한다. 이에 대리인단은 정정보도나 보도 자제를 요청하는 것은 당연한 권리라고 주장했다.
대리인단은 강일원 주심에게 "국회 소추인단 대리인이냐"는 법정모독죄가 될 수 있는 막말을 퍼붓기도 했다.
□ 압도적 탄핵 찬성 여론, 4개월 지속…대의민주주의 위배 = 하지만 검찰수사와 특검수사 과정에서 나온 증거와 증언들은 박 대통령의 헌법위반 사례들로 차고 넘친다.
때문에 법조계 다수와 정치권은 박 대통령의 탄핵 인용 가능성을 높게 예상하고 있다.
특히 박 대통령 탄핵 인용을 찬성하는 국민여론은 압도적인 수치로 4개월 이상 유지되고 있다. 박 대통령 탄핵 찬반 여론을 살펴보면 '8 대 2' 수준으로 지속적인 추이를 나타내고 있다.
한국갤럽이 자체 조사한 탄핵 찬반 여론조사를 보면 지난 해 12월 9일 국회 탄핵소추안 가결 찬반을 묻는 물음에 찬성이 81%로 압도적이었고, 반대는 14%에 불과했다. 두 달 후, 같은 조사에서도 큰 차이 없이 '찬성'여론이 79%, '반대'는 15%를 나타냈다. 지난 주 3월 첫째 주 여론조사 역시 '찬성' 77% '반대' 18%로 큰 차이 없이 80%에 육박하는 여론을 유지하고 있다.
국정농단에 분노한 민심이 국회를 움직여 탄핵안 가결까지 가게 했다.
국회는 재석의원 299명 중 찬성 234명, 반대 56명, 기권 1명, 무효 7명으로 통과시켰다. 또 '박근혜 퇴진'을 외치는 촛불집회도 19차까지 진행되며 연인원 1500만명을 넘어섰다. 국정농단 이후 박 대통령의 지지율은 5%까지 내려간 바 있다.
대의민주주의 하에서 국민의 지지 없이는 정권 정당성 자체가 성립되지 않는다는 지적이다.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한 관계자는 조세일보(www.joseilbo.com)와의 통화에서 "대의민주주의에서 국민이 대통령을 인정하지 않는 것만으로도 탄핵 사유가 된다"며 "국민지지 없이 어떻게 앞으로 국정을 운영할 수 있나. 국민의 뜻을 따라야 한다"고 지적했다.
□ 국민주권주의·생명권보호위배·뇌물죄 위반 = 무엇보다 국정농단 혐의로 구속기소 된 안종범 전 청와대 정책조정수석과 정호성 전 부속비서관, 차은택 전 창조경제추진단장, 최순실씨의 조카인 장시호씨, 김종 전 문화부 차관 등이 혐의를 인정하고 있다는 점이다.
특히 안 전 수석의 업무수첩과 장시호가 제출한 최순실의 제2의 테블릿 피시와 비상한 기억력 등은 특검 수사에서 핵심적인 증거를 쏟아냈다.
공정위와 문체부 간부들이 당시 상황을 기록한 자료들을 제출하기도 했다.
박영수 특검은 "퇴직한 공무원들까지도 자료 가지고 기다리고 있었다"고 말했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구속도 공정거래위 업무일지와 안 전 수석 수첩 내용이 결정적이었다. 박 대통령이 안 전 수석에게 미르-K스포츠 재단 기금에 대해 묻고 독촉하는 내용과 하나금융에 엘시티PF를 청탁하는 내용, 최씨의 딸인 정유라 삼성 말 지원 내용 등이 빼곡히 담겨 있다.
또 박 대통령과 이 부회장의 3차례 단독 면담 내용 역시 담겨 특검은 삼성의 경영권 승계 논의가 이뤄졌다고 판단(재산권 보장 위배-뇌물죄)하고 있다. 안 전 수석의 수첩은 지금까지도 박 대통령의 인사권 남용과 장씨의 딸인 정유라씨의 뒤를 봐준 증거들이 나오고 있다.
□ 안종범·정호성·장시호·차은택 '혐의인정' = 장시호씨의 비상한 기억력 역시 박 대통령과 최씨의 국정농단의 심각성을 알렸다. 장씨가 제출한 최씨의 제2의 태블릿PC에는 대통령 수석비서관회의 말씀자료 수정본 등이 저장되어 있었다.
또 대통령의 대포폰(차명 휴대전화) 끝 번호를 기억해냈다.
박 대통령이 아무런 공적 직책이 없는 최씨에게 연설문과 국무회의, 수석비서관회의 말씀 자료까지 수정을 받고 인사권 영향도 받았다. 범죄행위인 대포폰을 사용해 '일거수일투족' 모든 사안을 최씨와 상의했다.
박 대통령과 안 전 수석, 최씨는 대포폰을 최소 50대나 사용하며 국정농단을 자행했다.
'헌법을 수호하고 국민의 자유와 복리의 증진을 위하여 대통령으로서의 직책을 성실히 수행할 것'을 기대한 주권자의 의사에 반했다. 이는 국민주권주의(헌법 제1조) 및 대의민주주의(헌법 제67조 제1항)의 본질을 훼손한 헌법 위반이다.
세월호 7시간 행적에 대해서도 대통령은 국가적 재난과 위기상황에서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지켜야 할 의무(헌법 제10조)가 있다. 그러나 세월호 사고 당시 박 대통령은 대면보고조차 받지 않았고 방송 내용조차 인지하지 못했다.
7시간 동안 무엇을 했는지는 여전히 오리무중이다.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보호하기 위해 적극적 조치를 하지 않은 것은 그 자체로 직무유기라는 지적이다.
□ 정치권-법조계, "인용 100%…8대0 확신" = 정치권 한 관계자는 "국민이 우선 탄핵을 한 것이고 이제 그 민심을 법적으로 해결하는 것뿐"이라며 "헌재가 민의에 반하는 결정을 내릴 수 없을 것이다. 헌재는 역사를 보고 헌법을 수호할 의무와 책임이 있다"고 말했다.
고려대 이준일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SBS라디오에 나와 '8:0' 탄핵인용을 확신하며 "기각의견을 낼 거라고 불리는 재판관들도 국가적 혼란을 부추기는 개인적 의견을 표방하지 않을 것이라고 본다"고 강조했다.
더불어민주당 박범계 의원도 CBS 라디오에 나와 박 대통령 탄핵 심판 결과에 대해 "탄핵 인용이 거의 100% 확실하다"고 말했다.
그는 헌재가 17차 변론까지 한 점과 당초 2월24일이던 변론종결일을 대통령 측의 강한 반발을 고려해 2월27일로 늦춘 점, 예상됐던 3월10일 선고기일은 지켜진 점을 내세웠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