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맹점주 한숨 속에 이니스프리 본사는 사상 최대실적 행진
이니스프리가 매년 외형과 손익 모두 사상 최대치를 갱신하며 승승장구 중이지만 정작 가맹점(대리점)은 평균 매출이 급감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업계 관계자들은 이 회사의 신규 가맹점 숫자가 해마다 큰 폭 늘고 있어 기존 가맹점들의 영업지역이 중첩·축소된데 따른 것으로 어느 정도 예견된 일로 받아들이는 분위기다.
이니스프리의 감사보고서와 아모레퍼시픽그룹, 공정거래위원회 등에 따르면 이니스프리의 지난해 매출은 7679억원으로 직전년도인 2015년의 5921억원에 비해 29.7% 증가했다. 이는 2013년에 비해 130.8%나 급증해 3년 평균 43.6%의 성장세를 보인 것이다.
영업이익 성장세는 더 가파르다. 지난해 영업이익은 전년대비 56.4%나 급증했고 2013년이후 3년간 연평균 98.2%씩 영업이익이 신장됐다. 국내외적으로 겪고 있는 장기 불황이라는 말이 무색해지는 놀라운 성장세다.
이 회사는 단순한 외형 성장뿐만 아니라 질적인 측면에서도 양호한 흐름을 보여, 불황과 소비침체에 시달리고 있는 여타 업계의 부러움을 사고 있다.
이니스프리의 영업이익률을 살펴보면 2013년 15.0%, 2014년 16.7%, 2015년 21.2%에 이어 지난해의 경우 25.6%를 시현, 시간이 흐를수록 양과 질 모든 측면에서 나무랄 데 없는 가장 이상적인 실적 흐름을 보여주고 있다.
그럼에도 가맹점의 경영지표는 악화되고 있어 주목받고 있다.
이 회사의 일선 영업조직인 가맹점(대리점), 직영점, 온라인몰, 방문판매 등의 채널 중 가맹점의 경우 지난 2014년 가맹점당 6.73억원을 보이던 평균매출이 2015년에는 3.79억원으로 크게 줄었다. 이는 본사의 매출이 늘어나고 있는 것과 대조적인 모습이다.
가맹점 매출 반토막, 기준 변경 탓?...“가맹점 확장 지양, 상생경영 펼칠 때”
대체 무슨 사유가 있었기에 불과 1년 사이에 가맹점 평균매출이 거의 반토막이 난 걸까? 업계에서는 2014년과 2015년 사이에 늘어난 총 가맹점 숫자에 주목하고 있다. 2년 사이에 신설된 가맹점들이 기존 점포와 영업지역이 겹치는 현상으로 매출부진 현상이 나타나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다.
공정위에 따르면 이니스프리의 2015년 총 가맹점 숫자는 582개에서 655개로 73개, 2014년에는 101개가 순증하는 등 2년새 무려 174개나 순증 했다. 반면에 직영점은 2014년 51개 2015년 4개 등 총 55개 순증에 그쳤다.
더 정확한 비교·분석을 위해 이니스프리와 아모레퍼시픽그룹 측에 2013년과 2016년 가맹점 평균매출액 및 가맹점 숫자를 알려줄 것을 요청했지만 양사 모두 영업기밀이라며 거부했다.
아모레퍼시픽그룹 관계자는 “공정위 가맹사업사이트에서 가맹점당 평균 매출이 감소돼 보이는 것은 2014년과 2015년에 각각 적용한 매출 집계 기준을 소비자 판매가액에서 물품 공급가액으로 변경했기 때문”이라며 “같은 기준을 적용했을 때 2015년 가맹점 평균 매출은 2014년에 비해 소폭 상승했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객관적인 근거 제출은 거부했다.
그렇다면 다른 뷰티 브랜드는 어떤 기준으로 매출액을 집계하고 있을까? 2015년 기준 가맹점 300개 이상을 운영중인 더페이스샵, 토니모리, 네이처리퍼블릭은 물론 같은 아모레그룹 계열사인 에뛰드하우스 등의 브랜드가 모두 소비자판매가 기준으로 산출하는 것으로 밝혀졌다.
그렇다면 이니스프리는 무슨 사연이 있길래 2014년엔 타사와 동일한 기준으로 산출하다가 2015년엔 그 기준을 돌연 변경해 이같은 오해를 자초한 걸까?
이니스프리 관계자는 “회사 필요상 바꾼 기준이 이런 오해를 초래할 줄은 몰랐다”며 “공정거래위원회에 종전 기준대로 환산한 수치로 수정해 줄 것을 요청하겠다”는 입장을 표했다.
그러나 동일 기준 적용시 가맹점 평균매출이 소폭 증가했다는 회사측 주장을 액면 그대로 받아들이더라도 본사 매출 증가율이 29.6%인데 비하면 가맹점 매출 증가율은 본사에 비해 현격한 차이가 나고 있다.
이를 두고 매년 계속되는 가맹점 확장 전략의 과실이 가맹본부(이니스프리)에만 집중되고 가맹점들은 매출 축소 내지는 제자리걸음을 초래하고 있는 것 아니냐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프랜차이즈업계 관계자는 “가맹점 확장은 가맹본부 입장에선 반길 일이지만 기존 점포에겐 상권의 축소·공유로 인해 고객 분산을 야기해 매출 감소 등 양자의 이해가 상충하는 경우가 많다”며 “일정 수준 이상의 점포를 운영하는 가맹본부는 기존 가맹점의 영업권을 적절히 보호해 주는 등의 상생경영을 펼칠 필요가 있다”는 견해를 피력했다.
실제로 빵집, 편의점, 커피전문점 등은 기존 가맹점으로부터 일정거리 이내엔 신설하지 못하도록 하는 점포거리 제한 규정을 운영하며 기존 점주의 영업권 보호에 나서고 있다.
또 일부 프랜차이즈의 경우 입주가 시작된 신도시 등 특수한 경우를 제외하고는 가맹점 신설을 불허하는 등의 기존 가맹점 보호 정책을 적극 펼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로드샵 뷰티업계에서 가장 많은 가맹점을 운영하며 승승장구중인 이니스프리도 이제는 무차별적 점포확장을 지향하고, 기존 가맹점들의 영업권 보호 등 동반 성장을 향한 책임감 있는 조치와 자세를 보여줘야 할 때라는 것이 업계의 지적이다.
이니스프리 관계자는 “가맹점주 및 방문판매 요원 등 다양한 파트너와의 상생과 동반 성장을 추구하는 것이 회사의 기본 방침”이라며 “어떤 답변을 하든 가맹점주별 이해가 상충되는 부분이 있어 회사의 공식적인 멘트는 유보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