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품 값 동결 오리온, 연결 영업이익 빅4중 홀로 증가 '눈길'
올해 롯데, 해태, 크라운제과의 제품 가격 인상 대열에 동참하지 않고 착한가격을 고수해온 오리온이 3분기 누적 기준, 4사중 유일하게 수익성이 향상된 것으로 나타났다.
이 같은 수익성 향상은 아동인구 감소에 따른 수요 감소 추세와 수입과자·PB과자 등의 협공에 시달리며 고전중인 국내 제과시장에서 벗어나 중국, 베트남 등 해외시장에서의 수익성 개선 및 비용 절감 효과에 기인한다는 것이 증권가 평가다.
더욱이 국내 사업실적이 악화일로에 있음에도 불구하고 가격을 올린 경쟁사와는 달리, 국내 소비자와 고통을 분담하며 가격은 묶고 제품 양은 오히려 늘리는 '착한가격과 포장정책'을 고수하며 해외사업을 통해 일군 실적이어서 주목을 받고 있다.
특히 수출확대라는 미명아래 국내 소비자에게 바가지를 씌우고 해외시장에서는 국내보다 상대적으로 싼 가격에 팔아 수익을 보전해왔던 일부 재벌기업들의 행태와는 사뭇 다른 행보여서 더더욱 눈길을 끈다.
연결 매출, 각사 공히 뒷걸음...공장화재, 제품값 동결 오리온 상대적 '선전'
먼저 오리온, 롯데, 크라운제과의 연결재무제표 기준 올 3분기 누적 매출을 살펴보면, 오리온이 지난해 3분기 1조7783.5억원 대비 약 1.4% 감소한 1조7539억원을 시현, 업계 1위 자리를 지켰다.
이어 롯데제과가 전년 동기대비 1.7% 감소한 1조6744.3억원을, 크라운·해태(해태제과 실적 포함)도 약 0.4% 줄어든 9067.2억원의 매출을 시현 업계 2,3위를 유지했다.
국내사업 실적 역시 4사 모두 부진한 가운데 특히 오리온의 실적 저하가 두드러져 그 배경에 궁금증을 더해주고 있다.
별도재무제표 기준 이들 4사의 3분기 누적매출 증감률을 전년 동기와 대비해 살펴보면 해태제과 -0.2%, 롯데제과 -1.4%, 크리운제과 -2.3%로 비교적 소폭의 매출 감소세를 시현했다. 올 상반기까지 이들 회사의 제품 가격 인상이 매출 하락폭을 줄이는데 어느 정도 기여한 것으로 추정된다.
반면에 오리온의 경우 전년도 5339.4억원에서 올해 5006.5억원으로 333억원이 감소, 6.2%나 줄었다. 이는 해외법인을 포함한 연결기준 매출 감소폭 245억원보다 88억원이 더 많은 수치로 해외법인의 매출 증가가 연결매출 하락폭을 줄인 것으로 보인다.
이처럼 오리온의 국내 매출 감소폭이 상대적으로 컸던 데에는 올 초 이천공장 화재로 인한 매출 감소와 올 한해 제품 가격을 동결한 점이 크게 작용한 것으로 추정된다.
오리온을 제외한 롯데, 해태, 크라운제과 등이 올 초 일부 빙과제품과 3월과 7월에는 과자류 등에 대해 가격 인상을 잇따라 단행했음에도 실적부진을 막지 못한 것과 비교하면 오리온은 상대적으로 선전을 펼친 것으로 업계는 보고 있다.
오리온 관계자는 “최근 수입과자 선전과 커피전문점과 편의점, 마트 등의 PB상품 등 대체재의 시장 진입 가속, 여기에 이천 공장 화재로 인한 생산 차질과 제품 값 동결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 타사 대비 매출 감소폭이 컸다”고 설명했다.
연결 영업익, 오리온만 해외사업 선전 등 홀로 증가...제품값 올린 3사는 되레 하락
3분기 연결손익 또한 경쟁사 대비 오리온의 선전이 두드러졌다.
연결기준 3분기 각사별 누적 영업이익을 살펴보면 제품 가격 인상에도 불구하고 롯데제과가 전년도 1192.6억원에서 올해 1088.7억원으로 -8.7%, 같은 기간 크라운·해태제과 역시 754.5억원에서 579.8억원으로 -23.2%나 감소했다.
이는 매출 감소로 매출 총이익이 줄었음에도 인건비 등 판매관리비는 업체별로 소폭 증감에 그쳐 매출 감소폭을 상쇄하지 못한 때문으로 분석된다.
반면 오리온의 경우 매출감소와 판촉비 증가에도 불구하고 4사중 유일하게 지난해 3분기 2329.5억원에서 올해 2412.0억원으로 3.5% 증가한 양호한 실적을 시현했다.
그 배경으로 증권가에서는 베트남과 중국에서의 고가 제품 판매호조에 따른 수익성 개선, 여기에 지난해 발생한 건설과 영상 부문 1회성 손실(지난해 매출원가에 반영함)이 해소되면서 원가율을 크게 낮춘데 기인한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키움증권 박상준 연구원은 “지난해 3분기 건설부문의 일회성 손실로 이익 기저가 낮았고, 여기에다 중국과 베트남 지역의 원가율과 판관비율이 하락하면서 만족스런 이익 레벨을 기록했다”고 평가했다.
IBK투자증권 김태현 연구원은 "국내 사업은 이천공장 화재로 일부 스낵 제품 매출이 감소했고 이에 따른 고정비 증가로 수익성도 악화됐다“며 ”하지만 3분기 중국 제과부문의 연결 영업이익이 원가 및 광고판촉비 절감 효과로 전년대비 5.4% 증가, 베트남도 매출 25.2%, 영업이익 427.8%나 증가했다“고 분석했다.
올해 제품 가격을 올리지 않았던 오리온이 국내 사업에서는 4사 대비 가장 큰 폭의 영업이익 하락폭을 보였지만, 해외 제과사업의 선전 등에 힘입어 연결 기준으로는 4사중 유일하게 수익성이 호전된 실적을 보여줬다는 분석이다.
실제로 별도재무제표기준 지난해 3분기대비 올 3분기 누적 영업이익 증감률은 오리온이 -31.7%를 기록, 크라운 -27.4%, 해태제과 -21.4%, 롯데제과 -14.8%보다 크게 부진했다.
이는 오리온이 국내사업 손실 보전을 위해 가격 인상보다는 해외사업의 수익성개선과 기타 연결부문의 원가 절감 등을 통해 자체 흡수한 것으로 봐도 무방한 대목이다.
최근 정국이 혼란한 틈을 타 소주, 콜라, 빵, 라면 등 서민 먹거리 가격 인상에 줄줄이 나서고 있는 코카콜라, 농심, 파리바게뜨 등 시장 선도 식음료업체들은 오리온의 이 같은 경영방침을 타산지석으로 삼아야할 것이라는 것이 소비자들의 한결 같은 지적이다.
한국소비자단체협의회 한 관계자는 “장기불황으로 국민들이 고통 받고 있는 시기에 소주, 콜라, 빵, 라면 같은 서민 먹거리에 대한 비윤리적 가격인상으로 서민 부담이 가중돼 속수무책으로 당하고 있다”며 “정부당국은 시장지배적 사업자의 가격남용과 서민물가안정을 위한 적극적인 모니터링과 적절한 대책을 강구할 것”을 주문했다.
올 3분기까지 국내 시장서 제과 빅4가운데 매출과 손익 모두 최악을 기록하면서도 제품 값 인상을 통한 실적 만회보다는 착한 가격과 착한 포장 정책을 고수하며 소비자와의 신뢰 쌓기에 나선 오리온이 앞으로 어떤 실적 그림을 그려 나갈지 업계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