범죄행위로 얻은 소득에 대하여도 소득세 납세의무가 성립한다. 그러나 이후 형사법상 몰수나 추징으로 그로 인한 경제적 이익이 상실된 경우에는 납세의무의 부담에서 벗어날 수 있다.
대법원은 “형사법상 몰수나 추징과 같은 위법소득에 내재되어 있던 경제적 이익의 상실가능성이 현실화되는 후발적 사유가 발생하여 소득이 실현되지 아니하는 것으로 확정됨으로써 당초 성립하였던 납세의무가 그 전제를 잃게 되었다면,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납세자는 후발적 경정청구를 하여 그 납세의무의 부담에서 벗어날 수 있다고 보아야 한다”고 판결하였다.
이 판결의 사건에서 인터넷 도박사이트 운영자가 도박사이트 개장으로 얻은 수익으로 토지의 매매대금 일부를 지급하였다. 그러나 관련 형사사건에서 도박개장죄로 형사처벌을 받았다.
그 후 토지가격이 상승하였고 법원은 도박사이트 운영자에게 도박개장 수익으로 매매대금을 지급한 부분에 상응하는 토지의 시세상당액을 추징금으로 선고하였다. 추징금이 모두 납부된 후 과세관청은 운영자에게 도박개장으로 얻은 범죄수익 전부에 대하여 종합소득세를 부과하였다.
세법은 뇌물, 알선수재 및 배임수재에 의하여 받는 금품에 대하여는 기타소득의 한 유형으로 소득세를 내도록 규정하고 있다. 2005년 5월 31일 신설된 규정이다. 대법원도 그 이후 뇌물, 알선수재, 배임수재, 횡령 등의 위법소득에 대하여 소득세 납세의무를 인정해왔다.
그런데 세법은 위법소득에 대해 형사판결에서 몰수·추징된 경우를 후발적 경정청구의 사유로 명시하고 있지 않다. 납세의무 성립 당시에는 존재하지 않았던 사유가 나중에 발생하여 세금을 과다하게 납부한 것으로 인정되는 경우, 납세자가 이러한 사유로 종전에 납부한 세금의 환급을 청구하는 것이 후발적 경정청구이다.
세법에는 후발적 경정청구를 인정하는 사유를 구체적으로 열거하고 있다. 이 사건에서는 위법행위가 드러나게 되면 범죄로서 처벌되고, 목적물은 몰수 또는 추징되어 아무런 수익을 얻지 못하는데도 과세하거나 후발적 경정청구를 허용하지 않는다면 이중의 불이익을 준다는 점에서 의문이 제기되었다.
이에 대하여 대법원은 과거에도 뇌물을 받은 후 그 상당액을 추징금으로 모두 납부하였다면 납세자는 세법이 규정한 후발적 경정청구를 하거나 과세처분에 대한 소송을 통해 납세의무의 부담에서 벗어날 수 있다고 판결하였다.
'소득을 현실적으로 향수하고 있다'는 점이 위법소득의 과세근거인데 몰수·추징 등으로 그러한 상태가 나중에 해소되면 과세에 대한 근거도 잃게 된다는 점이 대상판결에 반영되어 있다.
이 판결은 후발적 경정청구의 사유로 명시되어 있지 않더라도 과세의 근거를 잃게 되는 사정이 발생하면 납세의무를 면하도록 판결하여 구체적 타당성을 제시했다. 이 판결이 내려짐에 따라 뇌물 등에 대하여 기타소득으로 과세하는 경우는 많이 줄어들 것이다. 과세관청이 형사판결 없이 뇌물로 인정하여 과세하는 것은 기대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최민경 변호사 / 법무법인 율촌 조세판례연구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