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본을 지키지 못한 세제 입법

2016년 세법개정이 마무리되었다. 지난 2일 예산처리 법정기한 내에 2017년 예산안과 함께 처리되었다.

당초의 정부안, 의원입법안이 뒤섞여 막판에 개정안이 확정됨에 따라 정확한 개정세법의 내용이나 배경을 쉽사리 파악하기 어렵다. 국회 기획재정위 조세소위는 지난달 7일에야 무려 205건에 달하는 세법개정안을 다루기 시작하였으니 심의기간이 1개월이 채 안 된다.

정부안이 9월 2일 제출되었고 야당도 법인세, 소득세율 인상을 내용으로 하는 개정안을 제출하였으나 다수의 개별 의원입법안이 교통정리 없이 쌓였다. 그 짧은 시간 안에 제대로 옥석을 가리는 심의가 되었을까?

조세입법은 국가재정의 기초수단일 될 뿐 아니라 국민의 재산권, 경제행위에 지대한 영향을 주는 것이므로 원래 개별 의원입법의 형태는 맞지 않는다.

정당은 왜 있는가? 각 정당마다 내세우는 정강정책에 맞는 세법안을 내놓고 경쟁하여야 한다. 우리 정당마다 국고 보조를 받은 싱크탱크는 있지만 정당이 체계적인 세법개정안을 제대로 내 놓지 못한다.

그 동안 예산심의와 맞물려 정부안을 토대로 여당, 야당 사이의 입법거래의 대상이 되었을 뿐이다. 국회의 힘이 커지자 예산편성권을 갖는 정부의 세제입법에서의 목소리는 예전과 같지 않다.

이번에도 정작 세금을 내야하는 납세자는 중요한 세법쟁점이 어떻게 심의되고 처리되는지 알 길이 없었다. 어디로 튈지 모르는 럭비공 같은 입법이 조세소위에서 만들어졌다. 납세자는 갑갑하고 깜깜하다. 세법안이 통과되어나서야 “그랬어?”하는 조항이 너무 많다.

올해 중요한 세제 이슈는 법인세율, 소득세율 조정이었다. 이는 경제의 활성화, 경제민주화, 빈부 양극화 해소 등 굵직한 이슈를 포함한 것이었다. 국회가 전문가의 의견을 토대로 치열한 논의로서 최적의 해법을 찾아야 할 어젠다였다.

그러나 막상 이것도 저것도 아니게 법인세는 손대지 않고 엉뚱하게 소득세에서 40% 최고 세율을 신설하는데 그쳤다. 근로소득세 면세자의 비율이 48%가 넘어 이를 조정하여야 한다는 그 동안의 공감대에 대하여는 눈을 감았다.

OECD 국가의 평균 면세자 비율은 16%에 불과하다. 그 결과 조세입법에서 가장 중요한 조세형평, 국민개세주의는 더 멀어졌다. 역주행이다. 이는 조세 부정의를 심화하는 오로지 다수의 표만 바라보는 입법남용이다. 겨우 6000억원을 더 걷기 위해 '넓은 세원, 낮은 세율'은 '표적 세원, 편파 세율'이 되어 원칙이 무너졌다.

국민회비인 조세를 납세자의 반이 내지 않는데 이는 고치지 않은 채 초고소득자라 하여 세금을 더 내야 한다면 이들이 과연 수긍할 수 있을까? 세법에서 소수 납세자의 권리도 보호되어야 하는 것은 당연하다. 조세형평은 조세제도를 떠받치는 기둥이다. 

이번 예산국회에서 '김영란법'의 시행으로 쪽지 예산이 줄어들 것이라는 기대는 무산되고 막판에 찔러 넣은 지역구 선심예산이 7410억이란다. 돈은 나누어 가질 수 있지만 세법은 멋대로 나눌 수 있는 것이 아니다. 법은 사리에 맞아야 하고 형평에 부합하여야 한다.

세법개정에 대한 전문가의 연구나 논의는 제쳐둔 채 세제소위 몇 사람이 예산 나누듯이 이리 붙이고 저리 틀어서 만들어서는 안 된다. 앞으로서 이러한 조세입법 행태가 반복되어서는 안 된다. 세법안은 정당이 책임져야 하고, 그 논의과정부터 공개되어야 한다. 납세자인 국민의 소리가 가장 적합하게 반영되어야 한다.

더 이상의 깜깜이 논의, 어디로 튈지 모르는 흥정 세법은 발 붙여서는 안 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중대한 정치 일정을 앞두고 있는 내년 걱정이 앞선다. 표만 쫒는 증세 없는 복지라는 허망한 구호가 가져다 준 세법의 왜곡이 다시 나올까 두렵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