면세점 최대 격전지로 강남 부상... 현대백화점, 입찰 4사 중 재무 항목 '우위'
현대백화점면세점(이하 현대면세점)이 서울 강남권 면세사업 입찰기업 4곳 가운데 재무관련 평가 항목에서 가장 우위를 보이고 있는 것으로 분석돼, 숙원사업인 면세점 특허권을 쟁취할지 업계의 이목이 쏠리고 있다.
26일 면세점업계에 따르면 오는 12월 서울시내 면세사업자 추가 선정을 앞두고 입찰 기업들의 물밑 경쟁이 치열한 가운데 강남이 최대 격전지로 떠오르고 있다. 입찰신청 대기업 5곳 중 SK네트웍스를 제외한 4곳이나 후보지를 강남으로 정했기 때문이다.
현대면세점이 삼성동 코엑스 단지 내 현대백화점 무역센터점을, 현대산업개발과 호텔신라 합작 법인 HDC신라면세점은 삼성동 현대아이파크타워, 롯데면세점이 잠실 롯데월드몰, 신세계디에프가 반포 센트럴시티를 면세점 입지로 정하고 심사 결과를 기다리고 있다.
그렇다면 이번 서울시내 면세점 심사 평가 기준은 무엇일까?
관세청에 따르면 심사 평가 항목은 총 6가지로 ▲운영인의 경영능력 300점 ▲특허보세구역 관리 역량 250점 ▲관광 인프라 등 주변 환경 요소 150점 ▲중소기업 제품 판매실적 등 경제·사회발전을 위한 공헌도 150점 ▲기업이익의 사회환원 및 상생협력 노력정도 150점 등 총 1000점으로 구성돼 있다.
배점이 가장 높은 '운영인의 경영능력(300점)'은 다시 ◆재무건전성 및 투자규모의 적정성(180점) ◆사업의 지속 가능성(120점) 등 2가지로 세분화되어 있다.
이중 재무건전성 평가 지표로는 자기자본비율, 유동비율, 이자보상배율, 부채비율, 감사의견의 적정성 등이고, 사업의 지속 가능성 평가 지표에는 신용평가등급의 적정성과 성장성·수익성·사업 전략 등 사업계획서의 충실성 및 타당성 등이다.
아울러 이번 심사는 롯데면세점을 직접 운영하는 호텔롯데, 그리고 올해 신설된 현대면세점과 HDC신라면세점, 그리고 신세계DF의 경우에는 각각 최대주주인 현대백화점과 호텔신라, 신세계의 재무제표에 근거해 평가를 대체할 것으로 알려졌다.
현대百, 부채비율, 영업이익률, 매출 증가율 등 5개 비율 1위...신용등급도 최고
◆…강남지역 입찰 4사 재무 현황 비교
이런 가운데 조세일보가 이들 4사의 2015년도 별도재무제표 기준 자기자본비율, 이자보상배율, 부채비율, 유동비율 등의 재무건전성과 신용등급, 모기업 영업실적 등을 분석한 결과 현대면세점이 가장 우위를 보인 것으로 나타났다.
먼저 총자산 중 자기자본이 차지하는 비율인 자기자본비율은 현대백화점이 65.7%로 가장 높았고 이어 호텔롯데 61.3%, 신세계 52.6%, 신라호텔 38.2%의 순으로 분석됐다. 신용평가업계에서는 통상 이 비율이 50% 이상일 경우 안정적으로 분류한다.
부채비율 또한 현대백화점 52.3%, 호텔롯데 63.0%, 신세계 90.0%, HDC신라 161.6%의 순으로 역시 현대백화점이 가장 양호했다.
또 단기 지급능력을 나타내는 유동비율에서는 신라 177.2%, 현대 85.7%, 호텔롯데 60.8%, 신세계 17.9%의 순으로 나타났고, 이자보상배율은 현대가 93.4배, 호텔롯데 4.9배, 호텔신라 4.4배, 신세계 3.3배로 역시 현대백화점이 압도적으로 높았다.
여기서 이자보상배율이란 기업의 부채에 대한 이자지급 능력을 보기 위한 지표로 간략하게는 영업이익을 지급이자 비용으로 나눠 산출한다. 비율이 1 미만일 때는 번 돈으로 이자도 충당하지 못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상 4가지 비율을 살펴본 결과, 현대백화점이 자기자본비율 등 3개 부문에서 1위, 유동비율에서 2위를 기록하는 등 재무건전성이 가장 우위인 것으로 분석됐다.
이밖에 경영성과 지표로 볼 수 있는 매출액증가율, 영업이익률 또한 현대백화점의 실적이 돋보였다. 현대 8.5%, 호텔롯데 4.4% 등 두 회사는 2014년 대비 매출이 증가한 반면에 호텔신라와 신세계는 각각 0.5%, 1.1% 역신장해 대조를 보였다.
특히 매출액 영업이익률 경우에는 경쟁사대비 압도적으로 우위다. 지난해 기준 현대백화점이 21.4%로 신세계 12.4%, 호텔롯데 7.5%, 호텔신라 4.8%를 크게 상회하는 성과를 보였다.
또한 사업의 지속 가능성 평가지표 중 하나인 신용등급 부문도 현대백화점이 호텔롯데와 함께 최고 등급을 받아 우위를 보였다.
한국신용평가(주)에 따르면 현대백화점과 호텔롯데가 'AA+안정적'으로 등급판정이 같았고, 이어 신세계 'AA+부정적', 호텔신라 'AA안정적'의 순으로 나타났다.
업계, “재무건전성 등 '운영인의 경영능력' 평가 크게 부각될 가능성 높아”
◆…지난 4일 관세청 서울본부세관을 방문해 '서울지역 시내면세점 특허신청서'를 제출하고 있는 이동호 현대백화점면세점 대표(사진 오른쪽)
이처럼 관세청의 6개 심사기준 중 재무건전성과 사업의 지속가능성으로 구성된 '운영인의 경영능력' 평가에 최대 배점을 준 것은 관광 인프라나 사회공헌 못지않게 관리 역량이나 경영 능력을 더 중요시 여기기 때문으로 면세점업계는 보고 있다.
실제로 지난해 특허를 취득한 신규업체들의 영업실적이 사업초기라는 특수성을 감안하더라도 그리 좋지 않게 나온 것이 그 반증이라는 것.
신규업체들의 부진에는 여러 요인이 있겠지만 지난해 선정 과정에서 운영능력을 세밀하게 들여다보지 않았기 때문이 아니냐는 분석도 일각에서 제기되고 있다.
재무건전성과 신용등급, 영업실적 등 정작 면세점을 잘 운영할 수 있는 운영회사나 모기업의 경영 능력에 대한 꼼꼼하고 세심한 평가가 미흡했던 것 아니냐는 지적이다.
따라서 이번 신규 사업자 선정에서는 '운영인의 경영능력' 항목 평가의 중요성이 더 크게 부각될 것으로 업계는 내다보고 있다.
왜냐하면 특허기간이 5년에서 10년으로 늘어 난데다가 서울시내 면세점이 포화 상태임을 감안할 때, 오랜 기간 면세점을 잘 운영할 수 있는 업체가 선정돼야 국내 면세산업의 장기발전에도 기여할 것이란 공감대가 힘을 얻고 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업계에서는 이 같은 재무적 측면 외에도 현대백화점이 4사 가운데 유일한 '신규 사업자'라는 점도 또 다른 강점으로 작용할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면세점 특허 심사 때마다 '독과점 논란'이 그치지 않았기 때문에 정부도 이번에는 신규사업자인 현대백화점의 손을 들어줄 가능성이 높다는 관측이다.
실제로 시장 지배력이 크거나 지위를 남용하는 사업자는 신규 특허심사 때 점수를 깎거나 5년간 신규 특허 참여를 제한할 수 있도록 했기 때문이다.
이동호 현대면세점 대표는 "지난해 입찰에서 탈락한 뒤 1년여 절치부심하며 철저히 준비했고 올해는 사업권 획득을 자신한다"며 “이번 입찰이 새로운 사업자 진입을 통해 선의의 경쟁을 촉발, 면세점 품질 및 국가경쟁력 제고가 기본 취지임을 감안할 때, 현대백화점면세점이 가장 유리할 것으로 확신한다"고 말했다.
이번 입찰 4사중 가장 우위의 재무건전성과 신용등급, 경영 성과까지 시현하고 있으면서도 유일하게 면세사업권이 없는 현대백화점이 재수생 생활을 청산하고 활짝 웃을지 아니면 3수생으로 전락하는 불운을 또 다시 겪을지 업계의 이목이 쏠리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