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세소송 국가 패소율의 허상

올해 국회 국정감사도 마무리되었다. 말도 많고 탈도 많은 연례행사이다. 이번 국감은 시민단체 모임인 국정감사 NGO 모니터단이 1999년 평가를 시작한 이후 역대 최저 평가인 F 낙제점을 주었다고 한다.

국정감사는 헌법상 국회의 핵심적인 권한의 하나로 행정부 감시의 중요한 수단이다. 그럼에도 정기 국감은 정파적 이익이나 의원 개인의 홍보성 한건주의에 치우쳐 좋은 평가를 받는 일은 드물다. 근본을 저버린 까닭이다.

국가운영의 정책과 집행에 관한 국정에 대한 감사는 뒷전이고 국회가 나서지 않아도 될 개그맨이 던진 말, 모 인사 딸의 사립대 특혜입학 의혹, 시위 사망자 진단서의 사인기재 공방 나아가 사기업의 비리 등 국정과는 거리가 먼 사안으로 국감장이 떠들썩하였다.

이러한 문제는 굳이 국정감사에서 다루지 않아도 된다. 그것 말고도 위기에 직면한 안보, 경제 등 다루어야 할 중요사안이 얼마나 많은가?

올해와 같은 근본을 벗어난 감사 형태가 되풀이 된다면 정기 국감은 폐지 논란에서 벗어날 수 없다. 올해 국세청에 대한 감사에서도 어김없이 부실과세의 문제, 조세소송의 패소율 문제가 다루어졌다.

논의의 초점이 되는 것은 조세소송 통계이다. 국가패소율, 고액사건 패소율, 법률대리인 선임율과 그 실적, 조세환급금액 규모 등이 도마에 오른다. 고액사건 패소율과 패소금액은 최근에 등장한 통계수치이다.

국회에서는 주로 이러한 통계에 근거하여 국세행정을 질타한다. 국가 패소율이 높다면 과세품질이 낮은 부실과세의 결과라고 몰아 부친다. 그에 대한 변명은 국세청의 몫이다.

조세행정불복 및 조세소송의 제기 건수는 2013년 1만2311건(10조4116억원), 2014년 1만3357건(13조4095억원), 2015년 1만2177건(10조2021억원)이었다. 국세청의 패소건수는 2013년 2980건(1조7616억원), 2014년 2864건(1조8879억원), 2015년 2928건(2조3119억원)이다.

대체적으로 불복건수와 패소금액에 급격한 변화는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법률대리인 선임사건의 패소율 통계도 나왔다. 선임사건 패소율이 57.3%로서 자체 수행 패소율의 7배라는 것이다. 송무국을 강화하고 고액사건에 대하여 사건별 특성에 적합한 조세전문 우수 변호사를 선임하여 승소율을 높이겠다고 하였는데 예산낭비가 아니냐는 질책도 나왔다.

국세청은 과세품질 향상을 위한 여러 방안을 시행하여 오고 있고, 부실과세 책임자에 대하여는 인사 불이익까지 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매년 같은 지적을 받는 이유는 무엇일까? 문제는 이른바 부실과세의 원인이며 무엇이 부실과세이고 부당과세인가 하는 점이다. 개개의 사건에 대하여 과세처분의 사실관계와 근거, 소송수행 과정에서의 공방을 살펴보지 않고서는 부실과세로 몰아 부칠 수는 없다.

애매한 사실관계나 법리의 모호성은 항상 소송의 결과를 예측하기 어렵게 만든다. 소송의 본질적 특성이다. 국세청은 세법에 따라 조세행정을 집행하는 기능을 한다. 조세법령상 사실상 및 법률상 과세요건을 충족했다고 세무공무원이 판단한다면 과세하여야 하는 것이 책무이다.

법령의 위헌이나 위법, 예규나 선례의 당부는 고려대상으로 삼을 수 없다. 세무공무원은 법관이 아니기 때문이다. 위법이나 부당한 과세에 대한 권리구제를 위하여 불복절차가 마련되어 있고 그에 맡겨야 한다.

근래의 고액 조세소송에서의 국가패소는 대부분 국세청에 책임이 없다. 종합부동산세, 포괄주의를 규정한 증여세, 카드회사 포인트, 단말기 부가가치세 등이 고액사건이지만 조세법령의 유무효, 법령해석의 차이로 인한 것이다. 이는 집행기관인 국세청으로서는 어찌 할 수 없는 영역이다.

소송제도가 사법적 절차를 통하여 법령의 유무효, 해석상의 다툼을 최종적으로 해결하는 오랜 사회적 산물임은 누구도 부인하지 않는다. 조세소송 국가패소율 0%나 그에 가까운 것은 비정상의 징표이다. 국세청이 과세할 수 있는데도 과세하지 않았다거나 법원이 납세자의 권리구제를 봉쇄하였다고 할 수밖에 없다.

고액사건에서 전문 우수변호사를 선임하였다고 하여 승소를 보장하는 것은 아니다. 단지 승소 가능성을 다소 높일 수 있을 뿐이지만 방어로서는 유용한 수단인 것은 분명하다. 적당한 국가패소율은 정상적이고 건강한 것이다. 국가 패소율만으로 논하지 말고 개별 사건을 내놓고 부실과세 여부를 따져야 한다. 이제 통계수치에만 기대는 국감의 함정에서 벗어나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