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역업, 발 대신 손으로 뛰는 시대

◆…사진=클립아트코리아 제공

이제는 인터넷이 일상으로 받아들여졌지만 아직도 익숙해하지 않는 사람들이 많다. 그래서 주변에서는 페이스북이나 카톡을 쓰지 않으며 SNS를 멀리하고자 하는 사람도 있다. 나에게 인터넷이 생활에 들어오기 시작한 것은 1997년부터라고 하겠다. 왜냐하면 내가 처음으로 홈 페이지를 만든 때이다.

지금처럼 홈 페이지를 쉽게 만들어주는 프로그램이 있는 것도 아니어서 전 소스코드를 손으로 쳐가며 기껏해야 CTRL+C(카피하고), CTRL+V(붙이기)만을 활용한 작업이었다. 그 이후로 세상은 현실과 가상의 차이를 모호하게 만들었다.

무역 또한 사이버 세계의 거대한 흐름을 벗어날 수는 없었다. 무역의 많은 과정이 사이버의 세계에서 해결되게 되었다. 무역의 대략적인 흐름을 본다면 바이어의 소재를 찾아내서 그에게 거래 오퍼를 보내고, 거래 조건을 맞춘 다음 만나서 계약을 하고, 은행에 가서 신용장을 받거나 열고, 제품을 만들어 실어 보낸 다음, 은행에 서류를 가지고 가서 네고를 하면 끝이었다.

그런데 은행을 가는 것 빼고는 거의 모든 과정이 인터넷을 통하게 되었다. 요즘의 사업과정을 보면 우선 나의 장사 아이템이 정해지고, 홈 페이지를 만들고, 인터넷을 통해 바이어나 시장조사를 하고, 이메일과 홈 페이지를 통해 상담하고, (필요하면) 만나서 상담하고, 거래조건을 결정했다. 하지만 이제는 노트북에 달려있는 조그만 카메라를 통해서 보이스토크하고 이메일로 거래 조건을 확정짓는다.

이전의 전통 무역방식은 일일이 사람이 만나서 해결하고, 모든 일은 수작업으로 하며 종이 서류 작업을 해야 했기에 시간도 많이 걸리고 업무처리도 까다로왔다. 그래서 무역은 회계나 영어 등 어학처럼 하나의 기술적인 분야로 인정을 받았었다.

그런데 인터넷은 모든 분야를 쉽게 만들었다. 그래서 이제는 영어가 특별한 사람만 하는 일상적인 지식이 되버렸듯이 무역 또한 조금만 배우면 금방할 수 있는 분야로 되었다. 내가 보기에 이제 문과 쪽에서 그나마 어느 정도는 기술적 지식이 필요한 곳은 회계뿐인 듯하다.

우선 인터넷은 정보의 흐름을 매우 풍부하게 했다. 이전에는 일부 소수의 엘리트만이 알 수있었던 정보를 누구나 알 수 있게 되었다. 그런데 그 정보가 사람이 움직이는 속도로 흐르는 것이 아니라 그야말로 빛의 속도로 움직인다. 정보 흐름의 속도는 생각의 속도를 빠르게 했다. 생각의 속도가 빨라지니 소비자가 빨리 변하게 되고, 어쩔 수없이 생산자도 빨라지게 되어, 모든 것이 스피디하지 않으면 않되게 되었다.

또한 모든 정보가 공개된 상태하에서 움직이니 바이어와 셀러, 소비자와 생산자 간의 단절된 정보를 가지고 먹고 살던 중간 상인의 입지가 축소되었다. 예를 들면 복덕방이나 오퍼상의 축소가 그렇다. 이제 누구든지 전기 플러그와 인터넷 코드만 있으면 언제 어디서든지 누구나와 바로 연결된다. 그건 국내든 해외든 상관이 없다.

그 물건이 양말과 같은 유형의 물건이든, 소프트웨어나 드라마와 같은 무형의 제품이든 상관이 없다. 유형의 물건이면 사진으로 보내주면 되도, 무형의 제품이면 스캔이나 캡처해서 전자적으로 보내주면 끝이다.

종합무역상사라는 것이 있다. 거대 그룹들이 중소기업의 제품을 해외에 마케팅해주고 그 사이에서 마진을 남기는 구조였다. 단순히 판매대행도 했지만, 판매자와 구매자 사이에서 금전적 지불보장 등과 같은 금융 창구역할도 하면 윈-윈하는 구조였다.

하지만 지금의 종합무역상사는 그런 일을 하지 않는다. 대기업의 정보망이 없어도 인터넷을 통하여 독자적으로 해외 정보를 구할 수 있고, 바이어를 만나 상담할 정도의 능력을 보유하게 되었기 때문이다.

또한 인터넷에서는 기업의 규모가 나타나지 않는다. 누구든지 팔 물건만 있으면 거대기업과 같은 홈페이지를 만들어 상담 창구를 만들 수 있다. 얼마나 기업이 큰가가 문제가 아니라, 얼마나 좋은 제품을 홈 페이지에 올려놓는 지가 중요해졌다. 규모가 작아서 서울 성북구 돈암시장만 상대하던 시대는 이미 지났다. 아무리 규모가 작아도 인터넷을 통하면 미국 시장, 일본 시장, 브라질 시장을 상대할 수 있다. 온 세상이 하루 아침에 나의 시장이 되었다. 그 절차 또한 매우 간편해졌다.

위의 표에서 보는 것과 같이 모든 무역 절차는 전자화되었다. 과거에는 발품을 많이 팔아야 지식도 얻고, 사람도 만나고 했다. 지금은 손품, 자판기 위에서 손가락을 부지런히 움직여야 정보를 얻고, 누구와 이메일을 주고받아야 할지 알게되는 세상이 왔다. 전자 기술을 이용한 전자무역은 이제 해도 되고 안해도 되는 선택지가 아니라, 반드시 해야하는 필수가 되었다.

전자 무역은 세계화와 정보화 시대에서 살아가기 위한 공기나 물처럼 되었다. 이를 모른다면 빛의 속도로 빨리 변하고, 만인의 만인에 대한 경쟁의 시대에서 견딜 수 없다. 아날로그 제품을 팔던, 디지털 제품을 팔던 장사하는 방식은 디지털의 기반위에 아날로그적 사고방식이 남아있을 뿐이다.

실제로 장사하다보면
내가 물건을 수출하지만 그 절차 때문에 내가 움직이는 경우는 별로 없다. 예를 들면 과거에는 수입하면 은행에 가서 신용장을 열어야 하고, 수출 신용장도 직접 가서 받아와야만 했다. 원산지증명서를 만들려면 상공회의소에 가서 도장을 받아야 하고, 오타가 하나라도 있으면 안되었다. 내가 거래선을 만나는 것은 서류를 만들거나 주기 위하여 만남은 이제 없다. 그래서 2-3사람이 해야 할 일을 이제는 혼자서도 넉넉하게 할 수 있게 되었다.

그만큼 장사하는 데 부담이 덜어지고, 행동력이 빨라졌다. 그 대신 과거에는 몰라도 되는 지식들이 많이 필요해졌다. 아마존이나 이베이와 같은 전자 상거래에 관한 지식은 물론이고, 해외 시장동향에 더 민감해져야 했다. 모든 게 너무 빨리 변한다는 것은 상당한 부담이 되었다. 뭐든 신제품을 한번 만들면 마르고 닳도록 팔아서 오래도록 이익을 남기며 장사하고 싶은 마음이지만, 이미 그런 시대는 오래 전에 가버렸다. 그런 것을 보면 좀 더 일찍 시작했어야 기회를 잡아도 더 많이 잡을 수 있었겠다는 생각이 든다.  홍재화 필맥스 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