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여행사들은 한국을 찾는 중국인 관광객 1인당 300~400위안(한화5~7만원), 또는 그 이상의 '인두세'를 중국여행사에 지급하고 있다. 국내여행사들은 일명 '쇼핑돌리기'를 통한 송객수수료 수입으로 인두세 등으로 인한 적자를 메우고 있는 실정이다.
송객수수료와 함께 우리나라 관광업계에 고질적인 문제로 지적되고 있는 부분이 있다. 중국 현지 여행사에게 떼어주는 현대판 '인두세(人頭稅)'가 바로 그것이다.
여기서 말하는 인두세는 세금이 아니다.
국내 여행사가 유커 유치를 위해 중국의 모객여행사에게 관광객 1인당 일정액을 지불하는 돈을 말한다.
정상대로라면 국내 여행사는 여행객을 인도받은 중국 현지 여행사로부터 국내 관광비용 일부를 받는 것이 맞다. 하지만 국내 여행사는 오히려 관광객 1명당 300~400위안(5만원~7만원 가량)의 인두세를 지불하고 있다.
이러한 기현상은 송객수수료와 같은 '묻지마 쇼핑'과 연관이 깊다.
즉 국내 여행사는 돈을 주고 중국 현지 여행사로부터 중국인 관광객을 매입한 후 쇼핑을 통해 받는 수수료로 차익을 남긴다는 것이다.
쇼핑을 많이 할 만한 관광객에게는 1명당 700~800위안까지 지급하는 것으로 알려진 인두세 관행은 저가 숙식, 무료 관광지 등 질 낮은 관광으로 이어진다는 것이 업계 관계자의 설명이다.
면세점이나 각종 판매점을 순회하고 입장료가 적거나 없는 곳만으로 관광일정이 짜여지는 것은 당연한 결과다.
문화체육관광부는 이에 지난 3월 중국인 관광객에게 터무니없이 저렴한 관광 상품을 파는 중국 전담여행사를 시장에서 퇴출할 수 있도록 '삼진아웃제'를 도입·시행한다고 밝혔다.
당시 김재원 문체부 체육관광정책실장은 "저가 관광이란 단체 관광객 지상비(숙박·교통비 등)가 1일 5만원도 안 되거나 아예 없고 심지어 인두세를 내는 것을 말한다"고 규정한 뒤 "지나치게 쇼핑 관광에 의존하고 무자격 가이드를 쓰거나 예정에 없이 관광객들 일정을 바꾸는 것도 위법행위"라고 못 박았다.
실제 문체부는 중국전담여행사 209개사 중 부실한 68개사를 시장에서 퇴출하는 조치를 단행하기도 했다.
하지만 업계 및 학계 전문가들은 단속만으로 고질적인 인두세 관행을 바꾸기는 역부족이라고 입을 모은다. 정부 역시 중국인 관광객 유치에 혈안이 되어 있어 현 관광업계는 질적 성장을 거둘 수 있는 환경이 아니라는 지적이다.
이에 중국 전담여행사에 대한 지정 권한을 아예 제주도로 이양해야 한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최근 제주도관광협회가 개최한 '제주관광 정책 간담회'에서 홍유식 도관광협회 국제여행업제1분과 부위원장(하나투어제주 대표)은 "국내 여행사들이 중국인 관광객을 유치하기 위해 현지 모객사로부터 투어피를 받지 않거나 인두세를 지불하면서 영업이익 부족분을 쇼핑수수료로 해소하는 악순환이 반복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무질서한 시장구조를 개선하기 위해서는 중국 전담여행사 지정 권한을 제주도로 이양해 관리를 강화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전문가들은 정부가 관광객 '숫자노름'을 접고 관광정책의 지향점을 과감하게 전환할 필요성이 있다고 주장한다. 중국 여행사에 인두세까지 지불하며 유커를 유치하고 과도한 송객수수료로 매출을 올리는 여행업계의 비정상적인 실태를 정상화시켜야 한다는 지적이다.
한 관광업계 관계자는 "지금처럼 저가의 관광객유치와 질낮은 서비스와 보고 즐길 것 없는 관광이 계속되면 결국 유커들은 발길을 돌릴 것이고 여행사는 물론 면제점 업계까지 공멸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제주국제공항 면세점. 국내여행사들은 국내를 방문하는 중국인 관광객에 비례해 '인두세' 명목의 수수료를 중국 현지 여행사들에게 지급하고 있다. 이로 인해 여행사들의 송객수수료 수입을 통한 지급수수료 메우기 사투는 지금도 계속되고 있는 모습이다.
